"유전무죄, 無錢有罪"
그리고 슬픈노래 비지스...Holiday
88올림픽이 열렸던 바로 그해 88년 가을.. 10월 8일 이었다.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재소자 12명이 호송버스에서 탈주한다. 곧 대부분의 탈옥수들은 검거되었지만 지강헌, 강영일(후에 신창원과 같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신창원의 스승격)등 4명은 맨 마지막까지 잡히지 않고 8일 동안 돌아다니며 강도질 등을 하다 10월 16일 일요일, 경찰에 포위되자 서울 남가좌동의 어느 가정집에 침입해 일가족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기 시작한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할말이 있다면서 텔레비전 생중계를 요구하고 곧 경찰과 탈옥수들이 대치중인 현장상황이 생생하게 텔레비전으로 중계되기 시작한다. 이들은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외친 뒤 며칠간의 짧은 휴가를 마치기 직전 Bee Gees 노래"Holiday"를 방송 해 달라고 요구한다.
생중계되는 전TV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Bee Gees의 Holiday가 그들의 장송곡처럼 울려퍼지는 가운데 경찰특공대가 투입된다.
그러자 가장 나이가 많은 지강헌이 수백만의 시청자들이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는 속에서 단말마적 분노의 외침을 토해내며 가지고 있던 권총을 들어 자신의 머리에 발사한다. 다시 한명이 방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집어 자신의 가슴을 쏴 자살하고 다른 한명이 다시 권총을 집으려하자 인질을 죽이려는 의도로 오인한 경찰이 총을 쏴 사살한다. 그리고 나이가 가장 어린 강영일 혼자 생포된다.
총성과 비명이 울리면서도 계속흐르고 있던 그 노래 Bee Gees의 Holiday...
세 명의 탈옥수들이 인생의 단 한번 뿐이었던 휴일날, 인생의 짧은 휴가를 끝내며 들은 노래가 바로 이 비지스의 홀리데이였다. 노래와 사고(?)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마는, 오늘처럼 비오는 날.. 어디에선가 홀리데이가 흐르는 거리를 걸을때면.. 문득 기억나는 그림이다.
이 곡은 비지스의 데뷔앨범 Bee Gees 1st에 수록되어 있는데 67년 10월에 발매된 이 앨범에는 비지스 초기의 하모니와 로빈 깁의 떨리는 듯한 음성과 비음이 강한 하모니 그리고 부드럽고 중후하게 처리된 오케스트라 연주로 이들 비지스의 초기 특성껏 아주 잘 나타나 있다.
휴일같은 편안한 사람이라는 아름다운 가삿말이지만.. 먼 허공을 응시하며 나즈막히 읊조리는 듯한 로빈의 음성엔 허무한 그림자가 어리는 듯... 유전무죄. 無錢有罪....
[마이데일리 = 김민성 기자] 1988년 10월, 가정집에서 인질극을 벌인 지강헌 일당의 마지막 인질이었던 고 모씨가 탈주범 강 모씨를 위해 보냈던 탄원서가 사건 발생 18년만에 처음 공개됐다.
영화 `홀리데이(양윤호 감독, 현진씨네마 제작)`로 지강헌 탈주사건을 영화화한 현진씨네마 측이 공개한 이 탄원서를 보면, 탄원인 주소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1동 고모씨이고 피탄원인은 현재 이 사건으로 대구교도소에 수감되어있는 마지막 탈주범 강 모씨다.
강 모씨는 극중 최민석(여현수 역)이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지강헌 일당 중 비교적 나이가 어리고, 여동생을 둔 최민석에게 지강헌은 한 인질 여자아이와 함께 경찰에 자수할 것을 강제로 종용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탄원서의 내용은 "상기인은 1988년 10월 15일 탄원인 고00의 집에 들어와 다음날인 16일 오후 12시까지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비록 그가 인질범이며 탈주범이기는 하나 저희 집에 들어와 우리를 인질로 잡고 있으면서도 그리고 탄원인의 아버지가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에게 단 한번의 폭언이나 폭행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분명 심성이 착한이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불안에 떠는 저희를 진정시키며 아버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정말로 미안하다는 말을 수시로 했습니다. 물론 그가 지은 죄는 사회적으로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아 마땅하나 저희 집에 들어와 취한 인간적인 면을 생각하여 정상 참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현진씨네마 이순열 대표는 이 탄원서를 공개하면서 "1988년 10월 27일, 인질이었던 고 모씨가 서울 지방 검찰청에 보낸 이 탄원서를 보더라도 지강헌 일당은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 취급 받지 못하는 세상, 돈으로 검사도 판사도 살 수 있는 세상, 죄를 지어도 돈이 있으면 무죄, 돈이 없으면 유죄인 세상. 이렇듯 못 가진 자에게 불합리한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이다"고 이 사건이 사회에 던진 의미를 풀어냈다.
이 대표는 또 "이제 그들의 외침은 진실의 메아리가 돼 곧 우리 앞에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이 땅에 사라지는 그날까지"라며 말을 끝맺었다.
첫댓글 주재가 맞을지모르겠는데 TV보면서 생각나서 하나올려봅니다. 쌈바보면서 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