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독서 감상문
2024250160 홍준우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처음 영화 제목을 들었을 때는 연인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첫 장면인 토맥이 마그다의 집을 망원경을 염탐하는 장면부터 분명 내가 생각했던 결과는 다른 영화라고 확신했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볼 때 주요 인물의 시선에 이입하여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초반부의 토맥의 행동을 이해하고 거기에 스며들기까지 꽤나 두꺼운 진입장벽이 있었다. ‘관음’, 다르게 말하면 스토킹이라는 행위를 망원경을 이용하면서 광적으로 집착한다는 것에서 강한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점점 진전되어가면서 토맥의 행동들이 어쩌면 순수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를 휘감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마치 초등학생 때의 내가 떠올랐다. 아무 이유없이 불쑥 어떤 여자애가 내 머릿속을 차지했고, 하굣길이나 학교 안에서도 몰래 흘끔흘끔 쳐다보면서 심지어는 학원차에 타고 내리는 시간까지 계산해 일부로 그 길을 지나다니던 내가 있었다. 그때의 내가 했던 사랑과 토맥의 사랑이 크게 다를까? 다시 생각해보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명 유사한 부분이 있었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에 몰입해가며 감상할 수 있었고, 토맥의 서툴지만 순수한 사랑이 표현의 방식에서는 잘못된 면이 있지만 스크린밖에서까지 몸소 느껴지니 마그다의 동정도 이해가 갔다. 영화 후반을 달려가면서 토맥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마그다가 쌍안경을 통해 토맥의 집을 보는 장면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까 말한 토맥의 서툴지만 순수한 사랑을 마그다가 거부감을 느끼기보다 이해하게 되었다는 뜻을 내포하면서, 그녀와는 다른 토맥의 가치관을 인정하게 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순수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토맥이 보여준 사랑도 순수한 사랑일지, 아니면 개인의 광적인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물인지 나로선 어려운 질문이었다. 토맥의 관음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인 것만큼은 확실하지만, 이걸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까지는 미지수였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부풀어 나가는지,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번식의 자연스러운 욕구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인간이 가진 ‘이성’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아직 우리가 모르는 부분들이 많다. 어쩌면 이성이 자연스럽게 생긴 욕구를 내재적으로 억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욕구로 만들어진 이성이 다른 욕구를 억제함으로써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감정적 판단이고, 감상문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바라본다면 내가 초등학교 때 느꼈던 감정만큼은 순수한 사랑이라고 확신있게 말할 수 있다. 연인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화를 본 모든 이들에게 그들이 한때 나눴던 순수하고 투박했던 사랑 경험을 토맥에 빗대어 떠올리게 해줬다는 점에서 크게 와닿았던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