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요리사 전성시대다. 이들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식당이나
요리 스쿨을 만들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만든다. 슈퍼마켓 모델로 나서고, 주방용품을 개발하고,
요리책을 내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약하며 자신의 개성을 세계를 상대로 팔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식문화를 위한 디자인
사람은 하루 세 번 밥을 먹는다. 참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먹고 자는’ 일처럼 사람이 매일 할 수 있는 행동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섹스도, 운동도, 취미 생활도 매일 하기 어렵다. 먹는 일은 하루도 거르기 힘든 우리 생활의 근본인 것이다.
그래서 찾아봤다.
우리가 군침 흘리는 먹는 문화와 관련된 디자인. 그저 먹고 마시는 게 다가 아닌 브랜드 전략과 디자인이 집약된 맛있는 디자인을.
친근함이란 가장 강력한 아이덴티티
제이미 올리버
profile
1975년생. 영국의 대중 식당인 펍을 운영하던 부모님 덕에 어린 시절부터 요리를 배웠다. 16세에 학교를 떠나 ‘리버 카페’에서
부조리장으로 일하던 중 BBC 방송국 관계자의 눈에 띄어 TV에 데뷔하게 된다. 1999년 선보인 <네이키드 셰프>는 ‘발가벗은 요리사’
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뜻. 요리를 하는 도중 재료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계량스푼을 사용하지 않고 대충 간을 하는 등 쉽고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젠 제이미 올리버란 이름을 식당뿐만 아니라 주방용품, 그릇, 식료품 등 다양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비만 퇴치 운동, 급식 개선 운동 등 사회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왼쪽) 제이미 올리버의 책 <제이미의 30분 요리법Jamie’s 30 minute meals> 표지.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제이미의 모습이 친근하다.
(오른쪽) 장난감 조립 키트를 연상시키는 레시피즈 로고. 고객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식당다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다.
말쑥하고 단정해 보이는 요리사 복장은커녕 주방장 모자도 쓰지 않은 채 청바지 차림으로 요리하던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는 복장을 갖추지만, TV에서는 평소 집에서 입는 옷과 똑같다. “시청자들이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느끼게 하고 싶어서요.”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 덕에 어릴 때부터 요리의 기쁨을 빨리 배운 그는, 20대 초반에 우연히 BBC 방송국
관계자의 눈에 띄어 TV 요리 프로그램 <네이키드 셰프Naked Chef>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비견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다. 책만 냈다 하면 베스트셀러요, TV에 나오기만 하면 시청률이 보장됐다. 가장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비행 청소년 15명을
모아 이들이 요리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제이미의 주방Jamie’s Kitchen>이란 프로그램. 그리고 이들 15명이 2002년 연
식당이 피프틴(Fifteen)이다. 15명이니까 피프틴. 2005년에는 ‘피드 미 베터(Feed Me Better)’라는 캠페인도 시작했다.
영국 어린이들이 정크푸드를 멀리하게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하자는 움직임이었다. <스쿨 디너스School Dinners>라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학교 급식 현장에 뛰어들어 학교 식단을 개선하고자 고발하고 저항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는 영국 정부로부터 예산 집행 약속까지 받아냈다.
아이스크림 장식물을 장착한 제이미의 아이스크림 배송 차.
이런 일련의 활동을 보고 있노라면 그를 그저 요리 연구가로
한정하기 아쉬워진다. 사회 운동가, 사업가, 저자 등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다. 물론 영국에는 문어발식으로
식당을 열고, 사업을 확장하고, 툭하면 TV에 등장하는 슈퍼스타
같은 요리사가 많지만. 그럼에도 다른 요리사와 달리 제이미
올리버의 브랜드 파워는 확고하다. 그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이미지가 친근하기 때문. 그는 영국의 슈퍼마켓 세인즈버리
(Sainsbury’s Superstore)의 모델이자 주걱, 칼 같은
주방용품에 적힌 제품명이며 영국인들이 자주 찾아가는 식당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국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그의 흔적은
하나같이 친근하고 밝고 명랑하다.
특히 이탈리아 음식에 경도되어 만든 식당 제이미스 이탤리언
(Jamie’s Italian)은 로고부터 매장까지 딱 제이미답다.
아이스크림을 배송하는 차에 아이스크림 장식물을 장착한 기막
힌 아이디어를 보고 있노라면 ‘꺅’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진다.
직접 만든 요리를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독특한 개념의 식당
레시피즈(Recipease) 또한 흥미롭다. ‘요리는 쉽고 재미있다’
는 메시지를 부각시키고자 장난감 조립 키트를 연상시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이런 그가 지난해 10월 바비큐 음식을
고급스럽게 선보인 바비코아(Barbecoa)라는 식당을 공개했다.
“오랫동안 톰 딕슨(Tom Dixon)의 가구를 사용했어요.
그의 디자인을 사랑합니다.” 견고하면서 단단해 보이는 BI는
메이드소트(MadeThought)가, 인테리어는 톰 딕슨이 진행했다. 어머니가 해주는 로스트 치킨을 제일 좋아하는 메뉴로 꼽는 제이미 올리버는 쉽고
친근한 이미지로 전 세계를 정복하는 중이다.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설파하면서 말이다.
(왼쪽) 레시피즈의 포장용 패키지 디자인. 가져가기 쉽다고 붙인 이름 ‘이지 투 고(Easy to go)’가 재미나다.
장난감 조립식 키트의 로고를 그대로 패키지에 녹여냈다
1 바비코아 외관.
2 쉽고 친숙한 제이미 올리버답게 툭툭 접시에 올린 음식 세팅.
3 톰 딕슨이 디자인한 바비코아 내부 공간.
1 제이미스 이탤리언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이탈리아 음식과 완전히 사랑에 빠진 제이미 올리버가 만든 식당.
영국 외에 시드니와 두바이에도 진출했다.
2 피프틴 문제아 학생들이 요리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제이미의 주방>으로 인해 탄생한 식당.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는 의자를 형상화한 로고다.
3 바비코아 뉴욕에서 온 요리사 아담 페리 랭(Adam Perry Lang)과 함께하는 바비큐 음식점이다.
브랜딩은 메이드소트가, 인테리어는 톰 딕슨이 맡았다.
4 레시피즈 예약하면 요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고객은 레시피즈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의 식당이다.
[출처] 월간디자인 (2011년 4월호) | 기자/에디터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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