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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을 사모한 한 처자의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는 상사(相思)바위에서 갑장사 주지 혜안 스님이 산행팀에게 주변 경관을 설명하고 있다. 스님의 손끝이 가리키는 산이 김천 황악산과 백두대간 능선이다. 발아래 왼쪽 능선이 이후 하산길이다. 상사바위는 갑장산에서 전망이 가장 좋아 최승암(最勝巖)이라고도 불린다. |
'상주의 불교문화 유적'의 저자인 상주대학교 권태을 명예교수는 "실제로 승장사 터로 추정되는 갑장사의 동북쪽인 지금의 승장계곡(폭포)쪽에서 바라보는 갑장산의 자태가 가장 아름답다"고 전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갑장산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충북 영동의 천태산과 흡사하다.
기껏 걸어봐야 3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 독립봉우리인 단산(單山)인데다 암릉이나 암봉에서의 환상적인 조망이 무척 빼어나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산행이라는 점도 그렇다. 아직은 초록을 머금은 너른 평야와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의 마루금, 그리고 영남의 젖줄인 굽이치는 낙동강의 물줄기는 이번 산행의 최고 볼거리이다.
너무 높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백길바위. |
산행은 상주시 지천동 용흥사 주차장~잇단 전망대~문필봉~용지터 약수샘~갑장사~갑장산 정상~백길바위~나옹바위~시루봉~잇단 석문~전망대~용흥사~주차장 순의 시계방향 원점회귀 코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 안팎이며 길찾기는 외길이라 아주 쉽다. 등산안내도 옆으로 난 갑장사행 포장로로 가지 말고 그 왼쪽 연악산 쉼터쪽 계단으로 오르면 왼쪽에 산길이 보인다. 들머리다. '정상 3.7㎞'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30분 정도는 땀깨나 흘려야 되는 된비알의 연속. 이후론 산허리를 돌거나 부담없이 오르내리는 오솔길이다. 들머리에서 48분쯤 뒤 첫 전망대. 7분 뒤 만나는 두 번째 전망대의 시야가 더 넓다. 푸른 들녘 뒤로 11시 방향 팔공산 우측으로 구미 금오산, 삼도봉과 민주지산, 김천 황악산(3시 방향)이 확인된다. 발아래엔 용흥사.
여기서 16분 뒤 갈림길. 왼쪽으론 뾰족한 바위 세 개가 붓처럼 한데 모여 암봉을 이루고 있다. 문필봉이다. 문운(文運)을 응축한 영봉(靈峰)이다. 이 봉우리의 정기로 상주에 큰 선비가 많이 배출돼 예부터 이 산 일대를 장원향(壯元鄕)이라 불렀다 한다. 정면으로 상주 시내가, 채석장 뒤로 속리산이, 그리고 그 옆으로 '한 일(一)' 자로 펼쳐지는 마루금이 백두대간이다.
문필봉과 관련, 권 명예교수는 "주차장 입구 등산안내도를 비롯한 모든 등산지도에 문필봉이 상산이라 표기돼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상산은 문필봉 서쪽에 위치한 조그만 봉우리로 등산로로 연결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산길. 발밑에는 마타리 며느리밥풀꽃 원추리 모싯대 잔대 등 야생화가 눈길을 붙잡는다. 20분쯤 뒤 갈림길. '정상 0.6㎞'라고 적힌 지점 왼쪽 100m쯤 거리에 용지터 약수샘이 있다. 물줄기가 약하다. 주변은 물봉선 군락지. 이곳에서 정상 가는 길이 있지만 갑장사를 둘러보기 위해 되돌아간다. 곧 0.4㎞ 남았다는 지점에서 오른쪽 갑장사로 간다.
5분이면 닿는다. 절로 가기 전 우측 간이운동시설이 놓인 송림으로 간다. 맨 끝 지점이 상사(相思)바위. 스님을 사모한 한 처자가 낭떠러지로 몸을 던졌다는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실제로 발아래를 보면 현기증이 일 정도로 어지럽다. 갑장산 일대에서 전망이 가장 좋아 최승암(最勝巖)이라고도 불린다.
또 한가지. 상사바위 약간 못미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수목 사이로 문필봉이 보이니 꼭 확인하자.
갑장사 본전에서 정면으론 갑장산 정상과 시루봉 등 향후 올라야 할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주지 혜안 스님은 "갑장산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형상"이라며 "상사바위를 포함한 절터가 여의주, 정면의 주능선이 등줄, 산행 날머리인 용흥사가 꼬리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안테나가 서 있는 정상 바로 우측을 자세히 보면 거북형상이 있는데 머리부분이 시루봉"이라고 덧붙였다. 갑장사 우측의 샘물(지금은 간이 건물 안에 있음) 또한 물맛 좋기로 유명하다.
절에서 다시 출발, 이제 정상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지나면 이내 닿는다. 15분쯤 걸린다. 산불초소와 중계시설이 있어 약간 어수선하지만 조망은 빼어나다. 동쪽으론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내달리고 그 뒤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의 물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11시 방향으로 월악산이 확인된다. 용흥사(3.2㎞) 방향으로 직진한다. 낙동강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등로 왼쪽은 천야만야한 낭떠러지.
10분 뒤 갑장산이 자랑하는 암릉구간이 본격 시작된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갑장산 5번 119구조요청' 팻말이 보이는 지점의 정면이 백길바위. 너무 높아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 바위는 광주리를 만들어 팔던 백정이 수도하여 득도했다고 백정암으로도 불린다. 바로 아래에는 떡을 포개놓은 듯한 모양을 한 시루봉이 확인된다. 백길바위 왼쪽에는 나옹 화상이 수도했다는, 얇은 슬랩이 층층이 쌓여있는 나옹바위가 갑장산의 위엄을 더해준다.
백길바위에서 왼쪽으로 돌아 50m쯤 되는 밧줄에 의지해 내려와 역시 밧줄이 매어져 있는 시루봉 옆 벼랑길을 조심스레 지나간다. 이곳만 통과하면 위험구간은 사실상 끝.
너른 터를 지나 왼쪽 전망대에 서면 방금 거쳐온 백길바위와 시루봉, 나옹바위가 한눈에 펼쳐진다. 이후 등로 양편에 집채만한 바위가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석문(남석문)을 지나면서 내달려도 될 만큼 산길이 편안하다. 이따금 우측 전망대에서 방금 지나온 갑장사와 암릉을 되돌아보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45분. 잇단 무덤을 지나면 갈림길. 용흥사를 구경하려면 우측길로 간 후 주차장으로 가면 된다. 절에서 주차장까지는 5분 걸린다.
갑장산 정상에 서면 낙동강 물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 |
# 떠나기전에
# 천년고찰 갑장사, 나옹 화상·진묵 대사 등 고승 배출
갑장사(사진)를 고려 공민왕 때의 왕사이자 선종의 대가인 나옹 화상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스님은 그 유명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라는 명시를 남긴 인물이다.
권태을 상주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 "18세기말 연파 섭정 스님이 쓴 갑장사 중수기에 나오는 '천여성상(千餘星霜)'이란 문구를 토대로 나옹 화상의 창건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 후 "한발 양보해 중창(重創)했다고 하면 이치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갑장사는 고승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려 말 나옹 화상, 조선 중기의 진묵 대사, 연파 섭정 대사가 수도했고 근세에는 해인사 폭포에서 좌탈한 금봉 스님이 있다. 보물 제1374호 삼불회괘불탱으로 유명한 날머리의 용흥사는 비구니 스님들의 수도 도량. 재래식 메주로 직접 만든 장맛이 일품이다. 된장 청국장은 판매도 한다.
산행팀은 이번 산행에서 연악산(淵岳山)의 유래가 됐다는 구룡연(九龍淵)을 찾지 못했다. 갑장사의 동북쪽, 다시말해 절 뒤 사거리에서 웃승장 방향으로 50m 거리에 있다고 한다.
샘과 관련, 갑장산에는 세 개의 샘이 있다고 한다. 갑장사 경내의 석천(石泉)과 용지터 샘터, 그리고 구룡연이다. 옛날 갑장산에는 이무기 9마리가 용이 될 날을 기다리며 살았는데 정작 이 세 개의 샘밖에 없어 결국 세 마리만 이 샘을 통해 승천했다고 전해온다. 해서 이 세 개의 샘은 용천(龍泉)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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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고향 김천황악산도 보이네요 가고파라~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나옹화상의 시를 읽어 보면서 나의 삶을
생각해 봅니다.자연은 언제나 우리의 스승
입니다.대장님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