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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수산가공업의 발달
제1절 해방 이전의 수산가공업
수산물은 수분(水分)의 함량이 70∼85%나 되어 변질되기 쉬우므로 수산물을 보존하
는 기본적인 방법은 수분을 제거하거나 성분을 변성시켜 부패를 억제시키는 것이다.
수산물은 대량으로 생산될 때에는 날것으로서만 이용하기는 곤란하며, 그대로 두면
부패·변질하여 쓸모없게 되므로 어떻게 하면 그것의 본질을 손상시키지 않고 보존하느
냐가 문제되는데, 이 목적으로 오랜 옛날부터 쓰여온 1차적인 방법은 일광에 건조(乾
燥)시키는 것과 염장(鹽藏)을 하는 것이었다.
1. 건제품
건제품(乾製品)을 만드는 방법은 크게 내장만 들어내고 그냥 말리는 소건법(素乾法),
삶아서 말리는 자건법(煮乾法)으로 나눈다. 그 외 소금에 절여서(간질하는 것) 탈수가
됨과 동시에 햇빛에 말리는 염건법(鹽乾法), 참나무와 같은 잡목이나 톱밥 등을 태운 연
기를 어패류에 쐬어 세균의 침해를 막으며 독특한 냄새를 풍기게 하면서 말리는 훈제법
(燻製法) 등이 있다.
1) 소건품
소건품에는 해조류나 어패류 등을 장기 보관하기 위하여 사용한 방법이다.
○ 해조류 : 거제 근해에서 생산되는 해조류 중 그냥 말려서 처리되는 것으로는 미
역·톳(톳나물)·청각·우뭇가사리·김·파래 등이 있다. 이 중 미역·톳·청각·우뭇
가사리 등은 그냥 깨끗한 자갈밭에 펼쳐서 말리거나, 대나무나 짚으로 만든 멍석이나
넓은 바위에 얇게 펼쳐서 말린다. 김이나 파래는「김발」위에 얇게 펼쳐서 말린다. 김발
은 깨끗한 짚을 가려서 가로 20cm, 세로 30cm 정도 되게 엮은 간단한 발인데, 김이
김발 위에 네모 반듯하게 고루 펼쳐지도록 하기 위해서는「김발틀」이라는 것을 쓴다. 김
을 펼칠 때는 김발 위에 김발틀을 얹어서 함께 물에 띄워 놓고, 김발틀 안에 김을 한 줌
놓고 종이짝 같이 얇고 고르게 펼쳐서 김발에 붙인 후, 물에서 건져서 김발틀은 들어내
고 김은 김발에 붙인 채로 햇볕이 잘 드는 담장 같은데 비스듬히 세워서 말린다.
김이 많을 때는 김발을 얹을 수 있는 시렁을 만들어 거기에 걸쳐서 말리는데, 햇볕이
잘 날 때는 김이 하루나 이틀만에 다 마르므로 김을 김발에서 떼내어 차곡차곡 포개서
10장 또는 20장을 한 묶음으로 하여 판매했다.
○ 어류 : 소건법의 대상이 되는 어류로는 갈치·장어·민어·참조기·대구 등이
있다. 이 중 갈치와 장어는 몸이 길다랗기 때문에 등쪽에서 등뼈를 따라 칼집을 넣음으
로써 넙적하게 벌려서 내장을 들어내고 말리며, 민어·참조기 등은 배를 따서 내장을
들어내고 말리는 것이 보통이다.
대구는 배를 갈라서 아가미와 내장을 들어내고 대나무나 싸리나무 같은 연한 나무가
지로 배에‘+’자형으로「팅개」를 질러서 말리는 것이 보통이나, 등쪽을 따서「열짝」이
라는 것을 만들기도 한다.
거제지방에서 제조된 또 한가지 중요한 소건품으로는 일본명「사꾸라보시[櫻干]」가
있다. 이것은 거제근해에서 많이 잡혔던 학꽁치를 등쪽에서 따서 내장을 들어낸 후, 따
닥따닥 옆으로 붙여서 등글넙적한 덩어리로 만들고, 조미료(調味料)로 가미(加味)를 해
서 말린 것이다. 이 가공법은 일본인들에 의해 도입된 것인데, 제품은 거의 전량 일본으
로 팔려나갔다.
그 외의 소건품으로서는 가자미·서대 등이 있다. 이런 고기들은 손방이나 타뢰망 등
에 많이 잡히는 대표적인 저서어족(底棲魚族)인데, 몸이 납작하게 얇아서 내장만 들어
내고 망지로 만든 건조대에다 널면 되므로 처리 방법이 간단하여 각 가정에서도 몇 마
리씩은 말렸다.
○ 연체동물 : 거제에서 생산되는 소건품 중에서 또 하나 대표적인 것은「피문어」이
다. 이것은 문어의 머리 부분을 뒤집어서 내장을 들어낸 후에, 다리도 빨판이 많지 않
은 몸통쪽은 칼집을 넣어 다리의 껍질을 뒤집어 벗겨서 반쯤까지 끌어내려 말린다. 그
외, 주로 해녀나 잠수부가 잡아오는 전복·소라 등은 까서 내장을 들어내서 말리고, 키
조개는 패주(貝柱)만 들어내어 말렸는데, 이런 것들은 고급식품이어서 대부분 일본으로
팔려나갔다.
또, 개불은 간조선(干潮線)보다는 약간 깊은 뻘밭에 사는, 몸통이 길다란 동물인데,
물이 많이 날 때는 물에 들어가서 괭이 같은 것으로 파서 잡았다.
이것은 길이 방향으로 칼집을 넣어서 내장을 들어내고 꼬챙이에 꿰서 햇볕에 말려
놓으면 단맛이 더해져서 간식거리로 일품이었다.
○ 자건품 : 자건품에는 멸치와 담치(홍합)를 들 수 있다. 최근에는 굴, 해삼도 많
이 사용되고 있다. 삶아서 말리는 건제품 중 대표적인 것이 멸치다. 멸치는 초봄부터 남
해안 일대에 다가와 산란하기 때문에 초봄에는 어미멸치만 잡히다가, 5월경부터 부화·
성장한 작은 멸치 새끼가 잡히기 시작하여 계절의 진행에 따라 점점 자라면서 여름·가
을의 성어기를 거쳐 겨울을 지나 이듬해 초봄까지도 잡힌다. 멸치는 멸치회로 먹거나,
쑥이나 야채를 넣어 끓인 멸치국이나 소금에 저려서 젓갈을 만들기도 하지만 일반적으
로 삶아서 건조시킨 것을 한 포대식 만들어 팔기도 한다.
○ 홍합 : 거제도 해역에서 많이 잡히는 패류 중, 자건품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 중
의 하나가 담치(홍합, 합자) 말린 것이다. 담치(홍합 또는 합자)는 가공 방법이 간단하
여 물로 깨끗이 씻은 후 삶으면 패각이 벌어지고 패각내의 담치의 살이 삶겨서 쉽게 채
취할 수 있다. 목적에 따라서는 패각을 제거하고 삶겨진 담치를 모아서 건조시키거나,
이것을 철사나 가는 싸리나무 같은 가는 꼬챙이에 10마리씩 꿰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
에 건조(풍건)시키거나 햇빛이 잘 통하는곳이나 처마 밑에 매달아서 말린다. 건조된 담
치는 시중에서 건조된 상태로 상품화 되기도 하고 조미하여 통조림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담치의 삶은 액(추출한 액)을 담치쥬스로 홍콩 등 유럽지역으로 수출되기도 하였다.
○ 해삼 : 해삼(海蔘)은 인삼(人蔘)에 비견할만큼 강장효과(强壯效果)가 있는 것으
로 알려져 바다의 인삼이라고 불렀다. 주로 해녀나 잠수부에 의해서 어획된 해삼은 활
어조에 모아두었다가 해삼의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어, 내장은 소금에 절여서「내장
젓」(코노와타)을 만들고, 껍질은 소금물에 삶으면 수축되어 새까만 번데기 모양이 되는
데, 이것을 멍석을 깔고 햇볕에 말린다. 말린 해삼을 다시 물에 불리면 원래의 크기만큼
커지는데, 이것은 양장피·해삼탕 등 중국요리의 기본 재료로서 중국으로 많이 수출되
었고 국내 중국 요리점에서도 이용하였다.
2) 염건품
염건품은 어패류를 소금으로 저리고 탈수시킴과 동시에 건조시킨 것을 말한다. 염건
품에는 조기, 대구, 민어, 갈치, 고등어, 붕장어, 정괭이 등 연안에서 어획되는 많은 종
들이 소금에 저려 건조 보관된다.
○ 대구 : 대구는 고등어와 같은 일반적인 어류보다는 크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햇빛에 건조시키기도 하고 소금에 저려서 말린 것이 염건품인데 대표적
인 것에「약대구」가 있다. 이것은 대구의 암컷을 골라 배를 가르지 않고 입을 통
해서 아가미와 내장만 들어내고, 입을 통해서 소금을 넣어 알에 충분히 소금기
가 가도록 해서 말리는 것이다.
○ 참조기·민어 : 거제 연안지역에서는 참조기나 민어는 서해안 일원에서처럼 대
량으로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봄 산란기로 연안에 접근하는 시기에는 거
제일원의 정치망에서 가끔씩 잡히고, 또 전남 일원까지 가서 유자망으로 잡은
것을 거제까지 가져와서 처리하기도 했다.
처리 방식은 배를 따서 내장을 덜어내고 소금으로 간질 했다가 말리기도 하고, 또
암컷을 골라 입으로 통해서 아가미와 내장만 들어내고 소금을 넣어「굴비」를 만들
기도 했다.
○ 기타 염건품 : 염건품은 이들 외에도 여름철에 많이 잡히는(특히 일시적으로 많
이 잡히는 어종) 갈치, 장어, 꽁치, 고등어 등은 바로 말리는 것보다는 소금에
저린 후(간을 해서) 말리는 것이 변질이 덜되므로 대부분이 이러한 방법으로(염
건품으로) 가공되었다.
2. 염장품
염장품은 소금을 어패류에 뿌린 다음 발효 숙성시킨 식품으로 해안지역에서 즐겨 먹
는 젓갈이 대표적인 식품이다. 그 외는 마른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간고기인데 이것
은 소금의 삼투압에 의하여 탈수 현상이 생기고 수분의 활성이 낮아져 세균의 번식을
억제시키는 역할과 단백질 변성을 막아 부패를 방지시켜 식품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소
금을 사용한 가공 식품은 해안지역마다 특유한 가공법으로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른간과
젓갈을 들 수 있다. 마른간은 대표적으로 갈치, 고등어, 전갱이, 참조기 등으로 대량 어
획되었을 때 저장 방법이다.
○ 젓갈 : 거제에서 생산되는 염장품으로는 대표적인 것이 젓갈이다. 수산동물과
육상동물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뚜렷한 차이는 근육조직의 차이다.
어류는 냉혈동물이고 세균의 부착이 육상동물에 비하여 쉽기 때문에 사후경직
(死後硬直)이 빠르게 일어나고 효소(酵素)의 작용으로 쉽게 분해되어 자가소화
(自家消化)가 일어나며, 그대로 방치하면 세균의 작용으로 단백질이 변성되고
발효가 일어나 숙성(熟成)되어 독특한 냄새와 맛을 내는 것을 젓갈이라 하고, 은
냄새의 악취를 내는 것을 부패(腐敗)라 한다. 젓갈은 주로 남해안 일대에서 가장
즐겨 먹는 식품으로 거제, 통영, 여수나 남해에서는 멸치, 뽈락젓갈, 조개젓갈
등 다양한 원료를 이용하여 젓갈을 만든다.
○ 멸치젓 : 거제, 통영, 남해, 여수 등 남해안에서 대표적인 염장식품으로는 젓갈
을 말할 수 있고, 젓갈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멸치젓이다. 멸치는 초봄에 잡히
는 것은 주로 큰 멸치(왁대)인데, 커다란 항아리(장독)에 멸치를 넣고 소금을 섞
어 소금의 농도가 약 15∼20%정도로 한 후 상온에서 숙성시킨다. 멸치젓갈을
봄에 담아서 숙성시킨 것과 가을에 담아서 숙성시킨 것은 용도에도 차이가 있
다. 봄에 담은 멸치젓갈은 여름이 되면 충분하게 숙성이 되어 멸치의 형태가 거
의 없어질 정도로 되는데, 이 때 침전물(멸치가 삭은 찌꺼기)를 제외한 젓갈의
액을(윗부분을)「 전젓」또는「젓국」(쩟국)이라고 하며, 이것을 단지(독) 같은 용
기에 담아 두었다가 야채류(나물) 무치는데 쓰기도 하고, 김장할 때 사용한다.
젓국을 떠낸 나머지는(침전물 즉, 찌꺼기) 물과 소금을 더 넣어서 완전히 숙성시킨
후, 시루와 같이 여과(濾過. 거르다)를 시킬 수 있는 장치로 밑바닥에 갈대 같은
여과재(濾過材)를 깔고 그 위에 부어 천천히 여과시켜(걸러서)「 멸간장」을 만든다.
거제를 비롯한 남해안 사람들은 국 끓이는데나 일반적인 식품조리에는 간장을
쓰나, 나물 등 독특한 맛을 낼 때는 멸간장을 사용해야 원하는 맛을 낸다고 할
정도로 귀중한 조미료 중의 하나다.
○ 갈치순태젓 : 갈치는 유영속도가 빠르고 이빨도 날카로와 소형의 어류를 포식하
고 생활한다. 갈치가 포식한 소형의 어류는, 위내용물(胃內容物)을 조사해 보면
알 수 있는데 주로 연안 해역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멸치·새우·낙지 등을 비
롯하여 소형의 어류를 거의 포식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갈치는 봄보다는 가을에
제맛을 내며 선도가 좋은 갈치는 구워 먹는 것이 한층 맛이 있다. 내장은 아가미
와 같이 소금에 저려서 숙성시키고 숙성이 잘 되어 향미를 내는 것이 젓갈인데,
내장을 그대로 소금에 절여 놓으면 숙성된 후에는 형체를 전혀 알아볼 수 없는
회색빛 나는 젓갈이 되는데, 이것이「순태젓」이다. 소금의 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20% 이상의 소금에 저리기 때문에 짠편이다. 갈치 젓갈은 짜기
는 하지마는 약간 향긋하고 독특한 맛을 내므로 젓갈을 즐겨 먹는 해안 지방에
는 여름철에 인기 있는 식품 중의 하나이다.
○ 볼락젓 : 볼락어는 거제, 통영, 고성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특산 어류로“지방방
언으로 뽈래기”라고도 하는데, 이 볼락어는 계절 따라 크게 회유를 하는 고기가
아니고 근해의 암초지대에서 겨울을 지나고 초봄에 산란을 하는 정착성(定着性)
의 고기인데, 부화된 새끼는 늦은 봄에는 전장 3∼4cm짜리 치어로 자라 정치망
이나 기타 여러 어구에 많이 잡힌다. 이 고기는 지느러미살에 가시(棘條)가 있고
뼈가 강하다. 구어 먹기도 하지만 주로 야채와 섞어 소금에 저려서 숙성시키면
젓갈이 되는데, 야채에 생성되는 물질로 인하여 볼락어의 근육조직이 연하여지
면서 볼락어 특유의 고소한 맛을 내기 때문에 젓갈 애호가들에 인기가 높다.
○ 메가리젓 : 전갱이(메가리라는 것은 전갱이의 어릴 때 이름이다)는 한국과 일본
근해에 널리 분포하는 난류성 어족이고 주산란장은 동중국해이며 산란기는 1∼6
월인데, 여기서 산란·부화된 군이 북상하면서 성장하여 어린 것은 거제 연안해
역 장승포나 능포 등 진해만내에까지 이동 회유하므로 정치망 같은 데에 전장
10cm 전후의 것이 많이 잡힌다. 메가리는 지세포나 장승포 등 오염되지 않은
만내에는 여름철이면 쉽게 잡을 수 있고 대량으로 어획되면 메가리국으로 사용
되지만 한편으로는 저장에 편리한 방법으로 주로 소금에 저려서 숙성시켜 젓갈
로 상품화한다. 메가리는 지져서 먹기도 하고 통째로 젓을 담아 먹기도 한다.
○ 호리기젓 : 살오징어는 제주도 남쪽의 따뜻한 바다(난류성)에서 겨울을 지나고
산란·부화되어 대마난류(對馬暖流)를 타고 북상하여 봄철 남해안 일대에서 성
장하는 것인데, 살오징어의 어린 것이 호리기이다. 이것은 보통 몸통의 길이가
7 ∼8cm 정도 되는 것인데, 이것을 통째로 소금에 절이면 호리기젓이 된다. 여
름철에 젓갈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는 식품 중의 하나다. 옛날에는 쌀이나 보리
의 생산량이 오늘날에 비하면 적었겠지만 생산량이 적은데다 일본인들에게 쌀을
빼앗긴 관계로 쌀 대신 주로 보리밥을 먹고 생활했을 때는, 호리기젓갈이 보리
밥을 먹기에 아주 좋았다고 한다.
○ 전어밤젓 : 전어는 위(胃)의 구조가 특이하여 둥글고 단단한 모래주머니형(砂囊
形)인데 이 위를 보통「밤」이라고 한다. 전어의 밤과 내장을 함께 하여 소금을
넣고 숙성시킨 것이 전어밤젓갈이라 한다. 이 전어 밤과 내장을 함께 저려놓은
것을 찬으로 먹게 되면 밤이 씹히는 맛이 특이하므로 젓갈류 중 최고급품으로
알려져 있다.
○ 조기부레젓 : 조기·민어 종류는 내장에 들어있는 복강(腹腔)의 맨 위쪽에 부레
( —)가 있는데, 이것을 말려서 물을 조금 붓고 끓이면 접착성이 매우 강한 아교
(阿膠)가 되므로 흔히 연을 날린 때 사용되는 실에 아교를 칠하여 실의 강성을
유지하기도 하였는데, 조기보다는 민어의 부레가 탄성이 강한 효과를 나타내었
다. 조기의 내장에는 배설물이 많이 들어있지 않으므로 이것을 간단히 처리하여
부레와 내장을 같이 소금에 저려 젓을 담그는데, 이것은 부레가 주체이기 때문
에 흔히「부레젓」이라고 한다. 이 부레젓은 약간 질기면서 부레 맛과 내장의 맛
이 혼합되어 특유한 맛을 내며, 고급품에 속하는 젓갈이다.
○ 대구 장지젓·알젓·고니젓 : 대구는 보통 어류보다 크기 때문에 대구의 아가미
부분이나 내장에는 많은 양이 들어 있다. 내장에는 알집(卵巢)이나 고니(精巢)가
있고, 머리부분에서 입옆의 아가미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내장에는 간
(肝, 통칭「애」)을 제외하면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이므로 내장의 종류에 따라 젓
갈의 이름이 다르다. 내장의 절인 부위에 따라 아가미는「장지젓」, 알은「알젓」,
고니는「고니젓」등으로 불려지는데, 이 젓갈은 거제지역에서 즐겨 먹는 젓갈로
특산물이라 할 수 있다.
○ 굴젓 : 거제의 어구, 가배연안을 비롯하여 청정해역으로 지정된 한려수도라고
불려지는 해역에서 생산되는 굴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거제연안을
비롯 한산만이나 통영연안의 굴은 한·미 패류협정으로 생굴의 수출을 비롯하여
자숙굴, 훈제굴이 유명하나, 거제연안에서 잘 알려진 굴젓은 오랜 전통을 가진
식품으로 김장철에는 빼놓을 수 없는 식품 중의 하나다. 굴은 생것을 소금에 절
이고 무우를 혼합시켜 숙성시킨다. 대개 굴젓은 실온에서 3∼4일 정도면 숙성시
킬 수 있다.
○ 해삼젓 : 해삼은 날것으로도 인기 있는 것이나 해삼의 배를 따면 난소나 정소를
비롯하여 소량의 내장이 나오는데, 이것들은 대장의 끝에 남아 있는 배설물만 제
외하면 모든 것을 사용한다.
해삼은 내장을 절인 것이 일본말로「코노와타」인데, 이것을 삼나무(杉)로 만든
조그마한 통에 담아서 팔았다. 보존기간이 기껏해야 1주일을 넘지 않을 정도로
짧으나 짭짤하면서 향긋한 맛이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최고급이어서 값도
비쌌다.
3. 제빙업
수산물의 선도를 되도록 장기간 유지하고 부패없이 보존하기 위한 방법은 동결법이나
저온저장법이 있다. 그러나 육상과는 달리 선상에서 장시간 선도를 유지하고 수산물을
저장하는 것은 선실내에 저온창고가 있어 냉동실과 저온실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 외의
방법으로는 선실내에 동결된 얼음이나 드라이 아이스를 실어서 실내 온도를 저온으로
조절하여 선도를 유지시키거나 저장한다.
얼음(氷)은 자연을 이용하는 것으로 연못, 저장해둔 물탱크가 겨울철 온도의 하강으
로 물이 얼어서 두껍게 된 것을 토막토막 잘라서 방열효과(防熱效果)가 높은 석빙고(石
氷庫) 같은 저장시설에 저장해 두었다가 여름에 꺼내 쓰는 방법이 신라시대부터 발달했
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근대에 와서도 인조빙(人造氷)의 제조방법이 널리 보
급되어 사용되고 있다. 얼음의 수요는 수산물을 먼 곳까지 수송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
하여 1920년대의 운반용 얼음의 소비량은 약 10만톤이었는데, 그 중 3만톤은 국내에서
생산된 인조빙이었고 나머지는 천연빙이 쓰였다고 한다.
이 무렵, 인조빙을 생산하기 시작한 곳은 부산·마산·거제(장승포)·통영·목포·군
산·인천·진남포·원산·청진 등지에서 일찍부터 제빙공장(製氷工場)이 들어선 것 같
은데, 정확한 연대·규모 등에 관해서는 자료가 없다.
한편, 일본에서는 인조빙 제조가 상당히 발달해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생산된 얼음
을 국내에 반입하여 쓰기도 했는데, 이것은 선어운반선이 해산물을 싣고 일본에 갔다가
되돌아 올 때에 얼음을 싣고 오면 운임이 아주 싸고 또 해산물의 저장을 목적으로 하는
어장이나 어업기지에 바로 운반해다 줄 수 있으므로 천연빙을 쓰는 것보다는 유리했다고
한다. 따라서 1920년대 고등어 어업의 전성기에 일본으로부터 도입한 얼음의 양은 연간
7∼8만톤이나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