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차-2 : 비재에서 밤티재
1. 일시 : 2007. 3. 18(일)
2. 도상거리
- 비재-4.2-갈령-1.2-갈령삼거리-0.7-형제봉-1.6-피앗재
-5.7-천황봉-2.6-신선대-1.2-문장대-4.4-밤티재(총21.6km)
3. 주요지점별 운행시간(11시간 10분 소요)
- 비재(07:40)-못제(08:53)-갈령삼거리(09:32)-형제봉(10:16)-
피앗재(10:55)-점심(11:30-12:05)-천황봉(14:08)-신선대
(15:30)-문장대(16:23)-밤티재(18:50)
4. 동행 : 성관
김형
어제 갈령까지 계획했지만 날이 어두워 비재에서 멈췄죠. 그래서 오늘은 4시경 일어나 산에서 일출을 보자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화령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어제 저녁 먹으며 오늘 아침 및 점심밥을 미리 싸 두었죠. 식당은 새벽에 문을 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몸이 너무 피곤하여 일어나지를 못했죠.
핸드폰 모닝콜이 울리지만 뒤척이다 그냥 잤죠. 너무 피곤하여 그냥 쉬었으면 하는 인간의 마음이 요동칩니다. 그래도 가야지... 6시 30분 배낭을 챙겨 여관을 나서 다시 기사식당에서 아침을 꾸역꾸역...
어제 챙겨놓은 아침밥은 다시 식당에 주고 말았죠. 어제 타고 갔던 택시를 콜하여 비재에 닿습니다. 서너명의 등산객이 비재에 있습니다.
피앗재에서 출발했다고 하더군요. 이런저런 교통사정을 얘기하니 피앗재 만수리에 최근 산장을 개설하신 분이 실비로 택배를 하여 준다고 하더군요. 연락처까지 친절히 불러줍니다.
오케이마운틴 홀대모까페 회원입니다. 여기서 만난분은 ‘청풍’이라는 닉네임이고 산장지기는 다정다감입니다. 부부가 백두대간을 종주했죠.
07:40, 철계단을 올라 비재를 출발합니다. 오르막입니다. 점점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구간입니다. 그런가 하면 속리산의 바위암릉이 시작되는 권역이기도 하죠
비재에서 한시간여 걸으면 못제(천지)입니다. 못이 형성되어 물이 있었던 흔적은 있는 것 같지만 과연 물이 있을때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못제에서 40여분 걸으면 갈령삼거리입니다. 어제 우리가 계획했던 구간이기도 합니다. 우측으로 40여분 내리면 갈령이죠. 여기서 캔맥주로 목을 축이고 자연을 즐감합니다.
산은 크고 높아야 그 진가가 있습니다. 중화지구를 거닐며 별로 볼것이 없는데 속리산을 향하여 가면갈수록 산이 웅장합니다. 나무도 크고 바위도 걸치고 그런가 하면 골도 깊습니다. 한국의 산다운 모습입니다.
10:16, 형제봉에 섭니다. 바위암봉입니다. 전망이 좋습니다. 가야할 천황봉, 문장대가 한눈에 들어 옵니다. 그런가하면 저멀리 청화산, 조항산, 대야산도 줄기차게 뻗어 있구요.
증명사진 박고 피앗재로 향합니다. 다정다감님이 운영하는 만수리 산장을 갈려면 좌측으로 내려서면 되죠. 여름철 그 유명한 만수계곡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죠.
천황봉은 계속 가까워 오지만 쉬이 가지 못하네요. 미역국을 끓여 점심을 해결했죠. 고추장에 멸치맛도 일품입니다. 라면에서 미역국으로 교체했는데 이제는 이도 질리네요. 다른 대용품을 찾아야 겠네요. 옥돔 무우국은 어떨지....
대목리에서 올라오는 속리산 등산안내도 표지판에 서니 등산객의 말소리가 잦아 집니다. 지금까지는 비재에서 만난 청풍님 일행 뿐이었죠. 휴일이고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올랐나 봅니다.
14:08, 천황봉 정상입니다. 등산객들로 붑빕니다. 바위암봉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바위의 하늘선이 대단한 광경을 연출합니다.
천황봉은 금강, 낙동강, 한강의 분기점입니다. 천황봉 정상석뒤에 그 내용을 자세히 써놓았더군요. 즉 한남금북정맥의 시발점이죠. 한강의 남쪽이고 금강의 북쪽을 이르죠.
김하돈 글 『함께 사는 길』(98/5월호)에 나와있는 내용을 소개하면 이해가 쉬울것입니다.
「백두대간은 속리산을 지나면서 비로소 한강의 물과 헤어지니 그 곳이 바로 속리산 천왕봉(1058)이다. 문장대(1033)에서 천왕봉으로 달리는 속리산 연봉의 동쪽은 낙동강이 요, 서쪽 법주사로 흘러내린 골물은 장차 아름다운 달래강이 되어 북쪽을 거슬러 오르다가 충주 탄금대 아래서 남한강에 몸을 섞는다. 천왕봉 남쪽의 골물은 그로부터 보은과 청산을 지나 금강의 대청호로 흘러드니 그 여울(금강)과 달래강(남한강)을 가르는 산줄기가 바로 천왕봉에서 말티 고개를 건너 청주의 산성 고개, 청안의 질마재, 괴산의 모래재, 음성의 행티 고개를 지나 안성의 칠현산(516)에 이르는 한남금북정맥이다.
속리산 천왕봉은 세 갈래의 큰물(한강, 금강, 낙동강)을 거느리는 산이다. 그런데 이 말을 속리산 문장대로 바꾸면 금세 틀린다. 옛글 역시 모두 이 꼭지점을 속리산 문장대로 기록했던 까닭에 지금도 자주 일어나는 잘못이지만 문장대는 크게 보아 한강과 낙동강을 나누는 백두대간의 봉우리일 뿐이다. 천왕봉을 지난 백두대간은 형제봉 (803)과 봉황산(741)을 지나 다시 큰산 황악(1111)에 닿을 때까지 그저 막무가내로 몸을 낮추어 화령(320)을 만들고 추풍령(200)을 이루며 겨우겨우 그 명맥을 잇는다.」
요상한 바위들이 멋있습니다. 자연이 빚어낸 극치이죠. 천황석문, 경업대등을 지나 신선대에 섭니다. 신선대 휴게소가 문명의 냄세를 풍깁니다. 충북에서 정상석도 심어 놓았습니다.
이런 저런 표기가 경북 상주시인데 여기만 충북 보은군에서 심어놓았더군요. 지리적으로는 상주와 보은이 경계이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속리산하면 보은을 떠올리지만 주요지역은 상주땅인 셈이죠
신선대에 서니 신선주를 안먹고 갈수 없네요. 당귀로 빚은 막걸리입니다. 감자전 안주하고 해서 셋트로 14,000입니다. 비싸지만 안먹고 갈 수 있나요.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리오.
기묘한 바위군들이 일품입니다. 멀리 문장대도 보이구요. 등산객이 많습니다. 유명산이라서 유명세를 하는 모양입니다. 길을 걷던 아줌마가 말합니다.
‘근심 걱정 잊고 참 좋구만, 등산이 만병통치약이네’
내가 속으로 말합니다. ‘좋기는 뭐가 좋은디, 힘들어 죽겠구먼’
신선대에서 30여분 걸으면 드디어 문장대입니다. 세 번을 올라야 극락에 간다고 한는디 나는 오늘째로 두 번이라서 언제 다시 한번더 올라겠네요. 그래도 극락은 가고 싶은 속물이라서 말입니더.
지지난해 5월 22일 우숙님, 홍석님하고 미남봉, 상학봉, 묘봉, 관음봉을 올라 문장대에서 법주사로 하산했었죠. 문장대 정상석 뒤의 글이 새삼 새롭습니다.
‘도는 사람을 떠나지 아니하였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였고,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아니하였는데 세속이 산을 떠났네’....
이 문장대가 어느 사학재단 땅인데 며칠전 신문에서 보은군이 이땅을 매입한다는 해프닝 기사가 있었죠. 사실은 이렇습니다.
「높이 1천54m의 문장대는 50여명이 앉을 수 있는 큰 바위 덩어리로 돼 있고, 3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문장대는 속리산의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등반객이 많이 찾고 있고, 주봉인 천황봉보다 더 널리 알려지면서 '속리산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 문장대를 놓고 최근 상주시와 인접한 충북 보은군의 해묵은 갈등이 새삼스레 드러나는 일이 발생해 관심을 모았다.
문장대 일대를 소유한 대구의 한 교육재단이 매각하기 위해 내놓았고, 보은군이 매입에 관심을 보였다는 설이 한때 떠돈 것.
보은군 공무원들이 매각설을 상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외부로 유출돼 관심이 모아졌으나 해당 교육재단이 매각 소문을 부인하면서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번 매각설 소동은 한바탕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보은군이 문장대에 관심을 갖고 있고 소유하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있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속리산국립공원에 따르면 속리산은 전체 면적 274.541㎢ 중 충북 괴산군에 128.664㎢, 보은군에 79.013㎢, 경북 상주시에 49.142㎢, 문경시에 17.742㎢가 속해 있다.
속리산의 4분의 1만 경북지역에 속할 뿐 대부분 충북지역에 속한다.
상당수 등산객은 보은군쪽에서 출발해 고찰 법주사를 거쳐 문장대에 오르는 등산로를 이용하고 있어 속리산이나 문장대를 보은군 지역이거나 보은군과 상주시의 경계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국립공원속리산사무소도 보은군 내속리면에 자리잡고 있고, 괴산이나 상주에는 관리사무소 분소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대는 산 아래 보은군 방면 8~9부 능선에서 경계가 갈려 상주시에 속해 있다.
보통 산이나 강을 기준으로 시.도 등 행정구역 경계를 삼지만 문장대는 특이하게 경계가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보은군이 오래 전부터 행정구역을 조정해 문장대를 손에 넣고 싶어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도 보은군이 문장대를 매입한 뒤 경계조정을 요구하려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나돌았을 정도였다.
관할 행정기관인 상주시와 상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보은군은 그동안 경계를 놓고 갈등을 표면화하진 않았지만 이번 문장대 매각설로 한바탕 소동을 겪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상주시도 보은군 못지 않게 문장대로 인해 속병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엄연히 문장대가 상주 관할임에도 마치 보은군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주민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보은군이 문장대 일대를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경계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문장대가 상주지역임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인터넷신문 인용)
이제 밤티재로 가는 통제구역을 넘어야 합니다. 출입금지 팻말이 떡 버티고 있죠. 걸리면 과태료 50만원입니다. 공단직원이 있는지 둘러보니 없습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그런가하면 문장대에 올라 있는 사람도 얼마 없구요.
이 길은 유격훈련코스입니다. 위험지역이라 영구히 통제해 놓은 구역이죠. 개구멍도 수차례 지나야 하구요. 신선대에서 지금까지 신설놀음하다 개신세가 되어버린 꼴입니다.
아슬아슬한 지점도 많습니다. 정신이 번쩍듭니다. 혼자가기는 어려운 코스죠. 반드시 2명이상 가야합니다. 지옥길을 오락가락해야 하니까요.
늘재가서 서울버스 타려고 계획했지만 시간이 지체되고 거리가 길어 갈수도 없어서 밤티재에서 끝내기로 결심했죠. 문장대에서 한시간쯤 내려오다 만수리 산장지기인 다정다감님에게 폰을 날렸죠.
‘택배 부탁하려구요’
‘어디까지 갈렵니까?’
‘밤티재에서 화령터미널까지요’
‘버스로 왔는교, 몇 명입니까, 지금 위치가 어디죠’
‘문장대에서 한시간 내려왔고 앞으로 40여분후면 밤티재 갈겁니다’
‘빠른 사람도 최소 2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못옵니다. 지금 늘재에서 신의터재로 택배를 갔다온 후에 밤티재로 가죠’
18:50, 밤티재다. 산장지기의 판단이 정확하다. 문장대에서 2시간 20여분 걸린 셈이다. 근데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다. 지친몸을 이끌고 고갯마루를 오른다. 그래도 통화이탈권이다.
핸드폰의 생명은 비상시 통화다. 빨리 다른 걸로 바꿔야 내가 살것같다. 트럭이 멈춰선다. 산장지기 차이다. 전후사정을 얘기하니 미안하다 한다. 부부가 같이왔다. 다정이와 다감이가.
차안에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눈다. 산장을 짓게된 사연, 인천에서 살면서 부부가 대간을 했던 이야기며...
다음 산행시에는 꼭 연락을 하란다. 산장에서 묵고 밤티재까지 택배 해주겠답니다. 차비도 화령까지 만원이랍니다. 택시는 이만오천냥인데 말이죠.
넘 고마워서 다음구간에는 꼭 들러야 하겠네요. 화령에서 8시버스 타고 청주에서 22:30 서울가는 버스로 갈아타서 남서울 터미널에 오니 00:10분입니다.
김형
고단한 하루였습니다. 대간길은 언제 끝일련지요.
끝이 곧 시작이겠지요. 높고 낮음이 같은것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