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차-4 : 희운각에서 마등령
1. 일시 : 2007. 7. 29(일)
2. 도상거리
- 희운각-5.2-마등령-3.8-비선대-3.0-매표소(12km, 접속6.8km)
3. 주요지점별 운행시간(7시간 15분 소요)
- 희운각(04:34)-신선봉(05:00)-나한봉(08:06)-마등령(08:45)-비선대(11:52)
4. 동행 : 성관
김형
오늘은 설악의 하이라이트인 공룡능선 구간을 갑니다. 대간을 하면서 처음으로 4일째 걸어보기도 하구요. 미시령까지 갈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런 비로 인해서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와야 했던 사연 많은 날입니다.
03:00 모닝콜이 울립니다. 잽싸게 일어나 산장을 빠져나와 미역국을 끓여 어제 해논 밥으로 아침을 먹습니다. 산행할 물도 준비하구요. 04:34 희운각을 출발합니다.
신선봉에서 일출이나 볼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오르지만 날씨를 보니 안개가 자욱하여 일출은 틀린것 같네요. 부산에서 오신 부부산객을 만나 같은 길을 걷습니다. 오늘 공룡능선을 타서 비선대로 하산하신다 하더군요.
신선봉 오르막이 가파릅니다. 그런가하면 바윗길이라 조심해야 하구요. 헉헉대며 오릅니다. 05:00 신선봉 정상입니다. 안개만 잔뜩 끼어있네요. 일출도 없구요. 날씨가 좋은 날은 사진작가들로 붐비는 기가막힌 조망지인데 너무 안타깝더군요.
하지만 거대한 공룡의 등뼈가 조금씩 골격을 드러내더군요. 이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습니다. 외설악과 내설악을 가르는 설악의 진수입니다. 이 신선봉에서 마등령까지 공룡날을 타고 가야 합니다.
2004. 가을 이 공룡을 탈 때 감탄사를 연발하며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리봐도 바위, 저리봐도 바위 온통 바위뿐입니다. 그 거대함에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금강산 못지 않은 바위능선입니다.
바위를 구경하느라 힘든줄도 모르고 나한봉까지 왔습니다. 마등령 안부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10여분 내려가 샘물을 채워서 올라왔죠. 앞으로 가는 길에는 물한방울 없는 구간이니까 말입니다.
근데 그 유명한 마등령 나무 독수리 상은 보이질 않네요. 공단에서 이곳에 목재데크등 광장을 설치하는 공사중이었는데 아마 이 공사로 인해 독수리를 치워버린 모양입니다. 아쉽더군요.
08:45 마등령에 섭니다. 출입금지 경고판이 있는 곳으로 들어섭니다. 10여분 가면 1,326봉이 나옵니다.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삼각점을 박아놓았죠.
이곳도 안개만 없다면 설악을 한눈에 넣을 수 있는 조망지이지만 틀렸습니다. 시원스런 동해도 멋있게 볼수 있는 지역이죠. 여기서 막걸리를 정상주 삼아 한잔합니다. 마음속으로 조망을 그리면서 말이죠.
여기서 사연 많은 대형 알바를 하고 말았죠. 정상에서 오던길로 돌아가 우측으로 90도를 꺽어서 내려서야 오늘 가는 길인데 직진을 하고 말았죠. 아니면 올라오다 정상에 서지 말고 좌측으로 꺽어서 가야합니다.
지도를 보니 가야할 황철봉은 북서쪽인데 우리가 가는 길은 동남쪽입니다. 반대방향으로 가버린 셈이죠. 반신반의하며 너덜길을 조심스레 내려섭니다. 사람다닌 흔적도 별로 없구요.
길이 아니므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돌아가서 빠져 나갈길이 없는것 같았습니다. 동남으로 내려서 길이 다시 서북으로 휘어질거라는 생각만 하면서 계속 내려서고 말았죠. 내리다 보니 목재계단이 보입니다.
이 출입금지 구역에 목재계단이 있을리 만무한데 이상타 생각하며 내려서 보니 비선대 가는 길입니다. 대형사고를 치고만 셈이죠. 마등령에서 500미터 내려온 지점이더군요. 나이드신 등산객 한분이 올라오고 있어서 황철봉 가는 길에 대해 물으니 자세히 알려 줍니다.
직진하여 내리지 말고 돌아나가야 한다는 말이죠. 그러면서 오늘같이 비도내리고 안개가 있는 날은 가서 안된다는 조언까지 합니다. 황철봉은 너덜길이라 별도로 등산로가 있는 곳이 아니라 눈이 오거나 안개가 끼면 고생을 하는 곳입니다.
산행기들을 둘러보니 여기서 20시간 헤멘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고민이 생깁니다. 오늘도 잔뜩 안개가 끼었는데 어떨까 하고 말이죠.
‘대간길도 얼마 안남았는데 그냥 위험을 무릅쓰고 가자’
‘아니야 잘못 갔다가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하나’
갈등이 생깁니다. 빗방울도 굵어지고 천둥벼락도 심해집니다. 결국 포기하기로 결심했죠. 비선대로 내려섭니다. 비는 계속 커지고 천둥벼락도 심해집니다. 포기하길 정말 잘한 생각이 듭니다. 산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이날 북한산에서 벼락맞고 5명이나 죽었다는 사고가 있었던 날이었죠.
11:52 비선대에 내려서 휴게소에서 동동주를 한사발 먹고 속초로 나와서 사우나를 하고 난뒤 매운탕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죠. 산에서 먹는 밥이 질린다 하며 얼큰한 매운탕이 입맛을 돋우더군요.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차가 엄청 밀립니다. 3시간 정도면 오는 버스는 무려 5시간을 걸려 서울에 도착하더군요.
김형
오늘 알바는 많은 교훈을 줍니다. 준비부족입니다. 철저하게 공부하고 왔다면 이런일은 없었을 것을 말입니다. 그런가하면 잘못 들었다 싶을 때 재빨리 원위치로 가야 한다는 철칙을 다시 느끼게 합니다. 결국 이 알바가 잘된 선택이 되었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