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차-2 : 미시령에서 진부령
1. 일시 : 2007. 8. 19(일)
2. 도상거리
- 미시령-3.5-신선봉-2.8-대간령-3.6-마산-5.8-진부령(15.7km)
3. 주요지점별 운행시간(10시간 10분 소요)
- 미시령(05:43)-상봉샘(06:37)-아침(06:37-07:10)-상봉(07:40)-화엄이재
(08:21)-신선봉(09:10)-대간령(10:21)-병풍바위봉(12:39)-점심(12:39-13;15)-마산
(13:41)-알프스 스키장(14:35)-진부령(15:57:43)
4. 동행 : 홀로
김형
오늘은 대간 졸업식입니다. 어제 타고왔던 기사분께 전화하니 멀리 있어 다른 분을 보내준다 합니다. 새벽 05:40분 미시령에 서니 일출이 시작되고 있더군요.
미시령 휴게소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좌우측 어디로 올라도 대간길입니다. 과거에는 우측길로 다녔는데 지금은 좌측으로도 많이 오릅니다. 좌측은 완만한 능선길이나 우측은 가파릅니다. 좌측길로 가려면 미시령 지킴터 건물 옆으로 오르면 되고 우측은 휴게소 건물 옆으로 오르면 됩니다.
지나가는 차들도 있어 우측 미시령 휴게소 건물난간 옆으로 올랐죠. 본격적인 일출이 시작되지만 날씨가 흐린탓에 붉은 기운만 보입니다. 계속 오르막입니다.
50여분 오르면 상봉샘입니다.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사용할만 합니다. 막영흔적도 역력하구요. 여기서 라면을 끓여 아침을 먹었죠.
아침을 먹은 후 30여분 오르막을 올라치면 교통호도 나오고 너덜도 나오다 상봉정상에 섭니다. 전망이 좋은 곳입니다. 북녘하늘도 보이는 곳인데 안개로 흐릿합니다.
돌탑의 정상석을 배경으로 배낭을 증명삼아 사진한장을 박았죠. 등산하기에는 너무 좋은 날씨입니다. 어제와는 정반대입니다. 바람이 시원스럽게 불어 상쾌합니다. 다만 안개가 자욱해 전망이 없는 것이 아쉽더군요.
상봉정상 바로뒤에 걸려 있는 로프를 타고 내려섭니다. 바위와 너덜지대를 몇차레 내려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화엄이재에 닿습니다. 여기서 캔맥주로 목을 축이다 보니 하늘이 너무 맑습니다. 가을이 오는 느낌입니다.
다시 내린 만큼 올라서야 합니다. 폐타이어로 추정되는 군사작전물이 포대로 쌓여있는 곳을 지나면 바위전망대입니다.
금강산 1만2천봉 중 최남단 봉우리인 신선봉은 그냥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능선길 내리막을 걷습니다. 숲길이죠. 길고 긴 내리막을 내려서면 큰새이령입니다. 대간령이죠. 큰(大) 산과의 사이에(間) 있는 고개라 이런 이름이 붙었네요.
초라한 표지판이 서있죠. 여기서 어제 여관 손님들이 건네준 강원도 감자로 간식을 합니다. 캔맥주도 한잔 하구요. 대간을 지나는 분들의 낙서판이 서 있어 저도 한자 적고 옵니다. 시작과 끝은 다르지 않다고 어쩌고 저쩌고...
다시 오르막입니다. 숲을 나서면 너덜바위지대를 통과하죠. 이 바위에 서면 전망이 좋습니다. 지나온 신선봉도 아름답고 가야할 마산도 선명합니다. 여기서 등산객 한분을 조우했죠.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산객입니다.
다시 편안한 숲길로 들어섭니다. 큰 단풍나무들이 많습니다. 가을이면 정말 멋있는 풍경이 연출되겠더군요. 오르막을 몇차레 오르면 병풍바위봉입니다.
조망이 좋습니다. 군 시설물이 들어선 향로봉도 보입니다. 조망을 즐기며 여기서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었죠. 주먹밥이 특이 합니다. 식당주인 남편이 약초캐러 산에 갈 때 먹는 방법이라 하더군요.
변하지 않는 나물중심으로 이것저것 버무린다음 생김에 쌓아서 밥을 넣었더군요. 맛이 좋습니다. 고소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더군요.
폭우와 같은 소나기입니다. 그냥 비를 피해 기다릴 수는 없어서 마산을 향해 나아갑니다. 숲길을 가다보면 국립공원 표지판이 마산을 가리키고 있죠.
여기서 배낭을 풀고 마산정상을 향합니다. 비도 그치기 시작하더군요. 그동안 나와 동고동락해온 스틱을 마산정상에 꼿고 모자를 씌워 증명사진을 박았죠. 남한 백두대간의 마지막 봉우리이죠. 물론 향로봉도 갈수 있지만 을지부대 허가를 얻어야 합니다.
다시 이정표로 돌아와 배낭을 메고 알프스 스키장으로 향합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런저런 생각도 들구요. 대간길을 다니며 얻은 건 무엇일까...
얻은 것도 없고 잃은 것도 없는게 아닌가요. 그러나 내 의지에 의해 이렇게 계획을 세워 처음부터 끝가지 목표를 완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많은 질문을 내자신에게 던져 보지만 대답은 없습니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하기만 합니다. 이러다 보니 어느새 알프스 스키장 철조망 개구멍에 닿습니다.
여기서 부터는 길 찾기가 어렵습니다. 세밀도를 준비해야 합니다. 리프트 우측의 갈대숲으로 들어서다 우측의 전나무 숲으로 나아갑니다.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 있습니다.
가다보면 콘도가 나오고 국립공원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있죠. 콘도 뒷마당을 우측으로 가로질러 나아가면 도로가 나옵니다. 도로에서 좌측으로 가다보면 임도가 나오죠.
임도길 따라가다 보면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빗물을 받아놓은 물통을 가로질러 나아갑니다. 지천에 피어있는 야생화가 반깁니다. 졸업식 꽃다발이 없어서인지 더욱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나의 대간 졸업식을 축하해 주니까요. 김형이 심어 놓은 야생화랍니다.
임도가 끝나면 군부대가 나오죠. 군인들이 수고하셨다고 축하해 줍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포장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가다보면 군부대 철조망이 있는 곳에서 다시 숲으로 들어갑니다. 표지기도 많구요.
숲에들어 다시 도로로 나오면 영농조합 건물이 있죠. 여기서 우측 포장도로를 따라 쭉 걸어갑니다. 20여분 걷다보면 임도삼거리가 나오죠. 좌측에는 새로 짓고 있는 하우스가 있고 우측은 폐가가 있습니다. 폐가를 끼고도는 임도를 따라가다 진부령 관광농원 건물을 지나 표지기를 보며 숲길을 몇차례 들고나면 2차선 포장도로가 나오죠.
이 도로에서 우측으로 조금가다가 다시 숲길로 들어서서 나아가면 다시 2차선 포장도로가 나오죠. 여기서 좌측으로 이동통신 중계기 전봇대가 보이는 곳으로 들어서면 계단이 시작되고 대간꾼들의 랜드마크인 곰상이 보입니다.
이 곰상에서 배낭을 놓고 기념사진 한 장을 박았죠. 정면에는 옛날 진부령 표지석도 보이고 미술관도 맞은편에 있습니다. 산림청에서 세운 거대한 진부령 표지석에서 졸업식을 거행합니다.
이 표지석을 중심으로 데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죠. 비가와서 인부들이 천막안에서 쉬고 있더군요. 그래도 졸업사진을 찍어줄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이분들도 축하해 줍니다.
혼자 걸었냐고 묻습니다. 대단하시다고 합니다. 여기서 공사하다 보니 대간꾼들의 모습을 많이 보신듯 합니다. 비를 맞으며 조촐한 졸업식을 마칩니다.
버스정류장 슈퍼마켓에서 캔맥주를 하나사서 나홀로 축하 자작주를 마십니다. 그런데 큰일 입니다. 원통으로 나가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합니다. 이유인즉 백담사나 용대리에서 피서객들이 서울로 빠져 나가다 보니 차가 막혀서 아예 들어오지 못할 정도랍니다.
할수없이 속초로 나와서 터미널에 가보니 버스표도 19시까지는 모두 매진입니다. 20시 표를 예매하고 사우나 하고 느긋하게 생태탕으로 소주와 맥주를 한잔했죠. 생태탕은 맛이 죽이더군요. 진짜 생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언제나 먹을 수는 없다하네요.
20시 속초출발 버스는 강원도에서 한참을 지체 후 24시 30분 동서울에 섭니다. 그 길고 험난한 대간여정을 모두 마칩니다. 아쉽고 재미있고 힘들고 즐겁던 모든 대간길이 파노라마 처럼 지나갑니다.
김형
2007년 8월 19일 15시 57분 43초에 나의 대간시계는 멈추어 섰습니다. 이 시계를 다시 돌리려면 통일이 되어야 하겠죠. 금강산을 지나 백두산까지 가는 날이 다시 오겠죠. 그때 출발 신호탄을 쏘겠습니다.
높고 낮음이 다르지 않고 시작과 끝이 다르지 않음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