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타산과 무릉계곡
일시 : 2002년 7월 13일(토요일)
함께 한 사람들 : 갑수(수가비), 혁준(mp), 나
산행 경로 : 무릉반석-옥류동-두타산성-두타산정상-박달령-통수골계곡-장군바위-옥류동-무릉반석
위치별 고도 : 입구 매표소 : 해발 185m
두타산 : 해발 1352.7m
박달령 : 해발 약 1120m
구간별 거리 : 무릉반석-1.8km-두타산성입구-0.6km-두타산성-5.2km-쉰움산갈림길-2.5km-두타산-4.5km-박달령-8.0km-무릉반석
[두타산 거리표지 유감]
두타산의 거리 표지목은 이상하다.
가령 예를 들어 두타산에서 청옥산까지는 7.5km라고 나와있는데
육십령에서 할미봉을 거쳐 남덕유서봉까지의 거리에 비하면 절반도 안되어 보인다.
두타산에서 박달령은 4.5km라고 나와있는데
그동안 대간을 걸으면서 익힌 거리감각으로는 2km가 채 안되어 보인다.
분명히 거리측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또 표지목에 나와있는 "무릉계"는 무릉계곡을 가리키는 말인 듯 한데
계곡과 만나는 곳을 가리키는 것인지, 무릉반석을 가리키는 것인지 모호하다.
[전체 운행 거리 : 22.7km] - 두타산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거리표지목 기준
[전체 소요 시간 : 약 12시간 (걷기: 8시간, 점심+휴식: 4시간]
7월 13일(토요일)
01:00 분당출발
04:50 동해시 해장국집에서 선지국
05:50 무릉계곡입구 도착
06:20 매표소 출발
:23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
:24 금란정 (무릉반석앞)
:30 삼화사
:40 학소대
:49 옥류동
:53 두타산성과 용추폭포 갈림길 (본격적인 오름길 시작)
07:30 전망대 바위
:37 곰바위 (두타산성 표지목) (조난 신고 위치 번호 2번)
08:12 곰바위 만큼이나 전망이 탁 트인 바위가 있는 곳
09:04 786.7봉
10:00 청옥산, 고적대, 갈미봉등 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조망
:40 쉰움산 갈림길
11:39 깃대
:40 두타산 정상 도착 (해발 1352.7m)
12:35 출발 [정상에서 55분간 휴식]
13:28 박달령 도착
:40 출발
14:00 돌탑
15:00 통수골 계곡 도착
16:20 출발 [계곡에서 1시간 20분간 식사 및 휴식]
17:05 장군바위
:09 철계단
:20 용추폭포 갈림길
:37 두타산성과 용추폭포 갈림길
:45 학소대
:55 삼화사 (아래 무릉반석에서 15분간 휴식)
18:20 매표소
산행기 ---
동해에서 새벽식사를 마치고 정선으로 넘어가는 42번 국도를 타고 잠시 가다가
무릉계곡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접어드니 시멘트공장의 시설물이 길을 따라 길게 이어져있다.
기대하던 무릉계곡입구의 첫 모습이 흉물스런 공장시설이라니...
무릉을 꿈꾸다 백두대간 훼손의 현장을 먼저 대하니 씁쓸한 기분이다.
무릉계곡 입구에는 주차비를 징수하는 곳이 설치되어 있는데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직원이 나와있지 않아서 그냥 신나게 통과한다.
입장료를 받는 매표소에도 아직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일행은 먼저 화장실에 들러 산행준비(?)를 마치고 입장료마저 절약할 심산으로 서둘렀지만
조금 전 까지도 보이지 않던 매표소 직원이 어느새 나와서 떡 버티고 앉아 있다.
도리 없이 착하게 3사람의 입장료를 지불하고서 (1인당 1,500원) 두타산 안내지도 한 장씩 받아들고 입장. (06:20)
매표소를 지나 계곡을 건너가는 다리 앞에는 '베틀바위 계곡 생수'라는 샘터가 있다.
상쾌한 기분으로 넓은 길을 따라 조금 걸어가니 길가에 멋진 글이 새겨진 커다란 바위조형물이 있다.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 [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
무릉반석에 새겨져있는 조선시대의 명필 양사언의 글을 재현한 것이라 하는데
옛글에 문외한인 내 눈에도 깊은 멋이 느껴진다.
바로 옆에 있는 '금란정'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는 무릉반석은 그야말로 엄청난 반석이다.
여기 저기 어지럽게 글씨들이 새겨져있고 한쪽 옆으로 계곡물이 맑게 흐르고 있다.
무릉반석이 끝나는 곳에서 계곡을 건너는 아치형 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면 곧 바로 '두타산 삼화사'라는 절이 나타난다. (06:30)
삼화사 앞으로 난 길을 따라 계단을 올라 계곡을 따라가며 산책하듯이 걷게 된다.
갑자기 오른쪽에 나타나는 웅장한 바위와 폭포는 학이 둥지를 짓고 서식했다는 학소대. (06:40)
옥류동 계곡을 건너는 철다리 위에서 힘찬 계곡의 물줄기를 감상하며 한숨 돌리고 (06:49)
조금 더 올라가니 두타산성과 용추계곡의 갈림길이 나온다.
산성쪽으로 오르기 위해 왼쪽을 올려다보니 까마득한 오름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06:53)
입구에서 여기까지 편안하게 오다 갑자기 급격한 오름길에 들어서니 금방 숨이 차 오른다.
mp가 앞장서고 그 뒤로 수가비가 따르고 나는 맨 뒤에 처져서 올라가는데 앞서가는 기세들이 대단하다.
군대 갔다온 이후 제대로 된 산행은 처음이라는 mp지만 초반 기세가 대단하다.
과연 대성산 8부 능선을 뛰어다녔다더니 용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산 꽤나 다녔다는 수가비는 지난 1월 태백산이후 바빠서 근 6개월만에 나선 산행임에도 잘도 올라간다.
간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따라가 보지만
숨은 턱까지 차 오르고 초반부터 무리인지 무릎이 뜨끔거린다.
계속되는 급경사 오름길은 매우 힘이 들고, 위험해 보이는 구간에는 로프가 매어져있다.
쉬었다 다시 오르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오르기를 수차례...
경사가 완만해지고 숲을 벗어나면서 두 개의 큰 바위 사이로 골목길처럼 통로가 나있다.
바위 통로를 빠져 나와 고개를 들어보니 막혔던 시야가 탁 트이면서 두타, 청옥의 장관이 눈앞에 펼쳐진다.(07:30)
위로는 청옥산, 고적대, 갈미봉등 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이 장쾌하게 뻗어있고
그 아래로 천길 낭떠러지를 이루며 거대한 무릉계곡이 도도히 흐르고 있다.
계곡을 건너 마주 보이는 산 중턱 깊은 곳에는 관음사가 조용히 숨어 있고
그 아래 바위 절벽 사이로 긴 포말을 뿌리며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관음폭포가 시원하다.
울창한 숲 사이를 뚫고 여기 저기 솟아있는 수직 암벽들은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며 선경의 자태를 보여준다.
왜 두타산이며 왜 무릉계곡인지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셋이서 감탄 또 감탄하며 숨을 돌리고, 뒤에 있는 가파른 바위 뒤로 돌아서 올라서니
'두타산성'이라는 표지목이 서있고 그 옆에 '곰바위'라는 안내문도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지정해놓은 조난 신고 위치 번호는 2번 지역이다.
여기까지 오르는 동안 잡목지대는 보이지 않고 다리 긁힐 일도 없어 보여서
반바지로 갈아입고 곰바위에서 조금 올라서자 길이 갈라지는 듯이 보인다.
왼쪽은 길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가파른 오름길이고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완만한 길은 12폭포계곡을 따라서 가는 길인 듯 하여 왼쪽 가파른 길로 올라선다.
두타산성으로 곧바로 올라 능선을 타기 위해서였는데
나중에 다시 지도를 살펴본 결과 지도상에 나와있는 갈림길 이전에 산성터로 오르는 옛길이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많지 않아 반바지로 갈아입은 것이 후회될 정도로 잡목이 무성하고 다리가 많이 긁힌다.
길이 희미하여 몇 번 헤매다가 셋이서 흩어져 길을 찾기도 하면서
겨우 곰바위 만큼이나 전망이 탁 트인 바위가 있는 곳으로 나온다. (08:12)
골프에 심취해 있는 mp는 쉬면서도 바위에 올라 계곡을 향해 힘찬 섀도우샷(?)을 날린다.
좀 쉬었다가 바위 뒤 낭떠러지 위를 힘겹게 돌아서 올라서니
완만한 길을 따라 진행하다보니 작은 삼거리가 나오고
오른쪽 길에 '하산로'라는 팻말이 있는 것을 보니 이쪽을 올라왔었어야 올바른 등로인 것 같다.
어쨌거나 힘은 들었지만 이제 길은 제대로 찾은 셈이다.
편안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는 적송 숲이 우거져 있다.
보기 드물게 울창한 숲을 이루며 번성하고 있는 완만한 적송지대의 능선을 지나면서 오르다보니
능선산행의 묘미를 느낄만한 좌우 탁 트인 지대가 나타난다.
오른쪽으로는 청옥의 부드러운 능선이 조망되고 왼쪽으로는 동해를 바라보며 쉰움산의 능선이 누워있다.
'두타산 3.1km'표지목이 있는 곳은 12폭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 삼거리를 이루고 있고 (10:12)
쉰움산과 갈라지는 삼거리에는 '두타산 2.5km'라는 표지목과 함께 조난 신고 위치 번호 7번이 붙어있다. (10:40)
쉰움산 갈림길을 지나면서 다시 가파른 오름길이 나타난다.
초반에 뜨끔하던 무릎은 산행이 계속될수록 통증이 조금씩 덜해져서 걱정을 덜어 준다.
잘 나가던 mp도 지쳐 보이고, 오랜만에 산행에 나선 수가비도 정상컨디션이 아닌 듯 하다.
나는 그래도 견딜만한 것을 보니 그동안 대간 한답시고 꾸준히 다닌 산행이 그래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선두로 나서서 열심히 오르다보니 어느새 고도 1200m를 넘어섰다.
오전 내내 햇볕은 없고 흐린 날씨지만 바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무척 더웠는데
오늘 산행 중 가장 시원한 바람이 부는 능선상의 바위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며 다리 쉼을 한다.
간식을 먹으면서 청옥의 능선을 감상한 뒤에 다시 출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꾸준히 이어지는 오름길을 이어가다 보니
10여m 정도 급경사에 로프가 매어져 있는 곳도 있고 헉헉 숨소리가 목을 메게 할 정도의 경사도 있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쉬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고 계속 오른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의 마지막 급경사를 올라서니 홀로 높이 서있는 깃대가 나타난다.
국기는 없이 깃대만 서있다.
깃대를 지나서 평지를 걷다보니 곧 바로 두타산 정상의 헬기장이 보이고
그 뒤로 장쾌한 백두대간의 남쪽 능선들이 눈에 들어온다. (11:40)
두타산 정상의 한 가운데는 묘 1기가 자리잡고 있고
남쪽으로는 강원도에서 심은 주목의 묘목이 자라고 있다.
정상에 있다는 샘은 아무리 주변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뒤 올라온 두 사람의 산객이 있어 샘을 물어보니 두타에는 샘이 없고 청옥에만 있다고 단호히 말한다.
두타에서 점심을 하고 청옥을 거쳐 하산하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빵으로 대신한다.
충분히 휴식하고 긴 바지로 갈아입은 뒤
청옥까지 가서 학등을 타고 하산하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박달령에서 통수골계곡을 거쳐 무릉계곡으로 내려서기로 하고 출발한다. (12:35)
두타에서 박달령으로 가는 길은 대간길의 일부이므로 좋은 예습을 기대했지만
들어서자마자 급경사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올라올 때 견딜 만 하던 무릎이 다시 급격히 나빠져서 발을 떼기조차 힘이 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선두로 나섰다가 이내 뒤로 쳐져서 엉기적엉기적 뒤쫓아가기 바쁘다.
그러다가 완만한 오름길에서는 앞으로 치고 나간다.
급한 내리막과 완만한 능선길이 반복되면서 박달령까지 이어진다. (13:28)
두타산은 산행 시작지점이 해발 185m이고 정상이 1,352.7m이므로 오르는 일이 무척 힘이 든다.
태백산은 장군봉의 높이가 1,566.7m로 두타산보다 높지만
해발950m인 유일사에서 시작하면 고도차는 617m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설악산도 1,004m인 한계령에서 시작하면 대청봉까지의 고도차는 704m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두타산은 고도차가 1,168m에 이를 정도니 얼마나 힘든지 짐작이 갈 일이다.
오르는 일도 힘들지만 나의 경우는 오름길 보다는 내림길에 항상 고생하는 형편이라
고도 차에서 오는 급경사가 걱정 될 뿐이다.
박달령에서 휴식하고 계곡을 향해서 본격적인 내림길로 들어섰다. (13:41)
시작하자마자 내림길이 예사롭지 않다.
계곡까지 곧바로 떨어지는 내림길이라 중간에 완만한 길도 거의 없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급경사 내림길의 연속이다.
mp도 수가비도 이제는 모두 무릎이 아프단다.
대간길에 중간탈출로로 잡기에는 내게는 매우 힘든 코스가 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정말 좋은 예습이 된 듯 하다.
우리 뒤에서 오던 40대 정도의 부부는 뒤뚱거리는 우리를 지나쳐 먼저 내려가는데
그 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10대 아이들처럼 통통 튀어 내려가는 것이 경이롭다.
어떻게 저런 건강한 무릎을 유지하며 살아갈까 부럽기만 하다.
1시간 이상 걸려서 진땀 흘리며 내려오니 계곡의 물이 보인다.
박달골과 합수되기 전의 통수골계곡에 도착하여 찬물에 머리를 쳐 박으니 살 것 같다. (15:00)
계곡에서 식사를 하고 세수도 하고 한참을 여유부리다 보니 한시간 이상 지나버렸다.
해지기 전에 내려가야 할 것 같아서 아쉬운 계곡소풍(?)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 (16:20)
유례 없이 땀을 많이 흘리며 힘든 산행을 한 뒤에 만나는 계곡길은 그 기쁨이 배가된다.
휴식도 충분히 하였고 식사도 하였으므로 발걸음이 가볍다.
급경사 내리막길도 다 끝났고 계곡을 따라 완만한 길을 산책하듯이 내려가면 그만이라
자꾸만 앞서 가고싶은 충동이 일지만, 다리가 풀렸다는 수가비를 에스코트하느라 맨 뒤에서 따라간다.
참으로 세상 많이 변했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뒤쳐져서 헤매는 나를 수가비가 항상 보살피곤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되어 지리산과 설악산에서의 호의에 보답하는 기분으로 이제는 내가 뒤에서 따라간다.
무릉계곡의 짙은 물과 장군바위의 웅장한 자태를 감상하며 험하지 않은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아침에 갈라졌던 두타산성 올라가는 갈림길이 나타났다. (17:37)
여기서부터 고생문이 시작되었던 것을 생각하며 다들 진저리 치면서 얼른 지나치고
무릉반석에서 땀을 씻으면서 하루의 산행을 마감한다.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