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요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크루즈여행이 다변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크루즈여행이 각광받으면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지금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가방을 꾸리고 있다면, 일반적인 항공기 여행에서 벗어나 뭔가 색다른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크루즈에 몸을 실어보는 건 어떨까. 인파가 북적이는 백사장,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에 시달리는 피곤한 여행이 아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망망대해 위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는 합리적인 크루즈여행 말이다. ◆망망대해 위에서 즐기는 휴가 = 몇 년 전만 해도 크루즈는 일부 계층이 누리는 특권 정도로 여겨졌다. 크루즈여행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크루즈여행상품이 한층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몇 년 전 출시된 금강산 크루즈. 얼마 전에는 부산에서 출발해 거제~통영~여수~진주~제주도를 순회하는 남해안 연안 크루즈상품이 등장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최근 한진관광에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일본 크루즈상품을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캐주얼 크루즈인 팬스타 허니호를 타고 규슈지역 대표 관광지인 나가사키~후쿠오카 구간을 여행하는 일정이다. 이번 상품으로 만나볼 수 있는 팬스타 허니호는 용량 1만5000t, 길이 133.6m 규모다. 7층짜리 빌딩 정도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1~3층은 엔진룸과 차량용 데크, 4~7층은 여객 구역으로 구성돼 있으며 65개 다양한 사이즈의 객실이 마련돼 있다. 부대시설은 대규모 공연장, 레스토랑, 바, 카지노, 가라오케, 마사지실, 스파, 바다를 향해 있는 골프 드라이빙 레인지, 편의점 등이 갖춰져 있다. 크루즈 직원 수는 고객 3명당 1명 정도이기 때문에 각 고객 취향에 맞춘 세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선상에서 제공되는 조ㆍ석식은 일반 호텔 수준이다. 매일 밤 펼쳐지는 선상 프로그램 역시 다채롭다.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여행, 친구들과 함께하는 수학여행, 결혼기념일 리멤버 허니문, 부모님을 위한 효도여행 등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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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실, 일본의 가을 속으로
= 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팬스타 허니호는 부산항을 출발해 우선 나가사키로 향한다.
여행은 크루즈 스탭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객실에 짐을 푸는 순간부터 즉시 펼쳐진다. 뷔페를 맛본 후 무료로 제공되는 와인을 마시며 라이브공연과 매직쇼 혹은 불꽃놀이를 감상해도 좋고 숨겨둔 끼를 유감없이 발산할 수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향해도 좋다. 어느 쪽이든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 버리기에 손색이 없다. 여행 첫날, 한껏 들뜬 마음을 추스르고 배의 작은 미동을 벗 삼아 잠을 청하면 몇 시간 후 뱃고동이 여명을 알린다.
둥실 떠오른 해를 뒤로하고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면 드디어 가을빛으로 붉게 물든 나가사키가 손짓을 한다. 나가사키 대표 명소인 평화공원, 온천과 단풍이 어우러진 운젠 지옥계곡 등을 바쁘게 오가며 일본의 가을을 만끽하고 크루즈로 돌아온다. 다시 흥겨운 선상파티가 시작되고 배는 부지런히 후쿠오카 하카다항을 향해 흘러간다.
다음날 드디어 후쿠오카에 도착. 일본 3대 명성의 하나이자 난공불락의 요새로 유명한 구마모토성, 학문의 신을 기리고 있어 입시철이면 기도하는 이들로 고요하게 열기를 더하는 다자이후 텐만궁, 동양 최대 청동와불상이 있는 남장원 등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일본 문화가 피부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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