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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때때로 삼각형이나 원형의 도화지를 주어 그림을 그리게 한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는 시기가 있다. 그래서 하루종일 그림
만 그리기도 한다. 이럴 때 부모가 문구점에서 사온 도화지나 스케치북을 그대로 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시판되는 도화지들은 대개 사각형으로 규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을 계속 주게 되면 어느새 아이의 그림은 거기에 꼭 맞는 ‘규격품’이 되고, 아이의 사고도 도화지 모양의 틀 안에 일정한 형태로 고정되어 버릴 우려가 있다.
화가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그러니까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어떤 크기로 그릴 것인지를 결정하곤 한다.”
그러나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릴 때, 책상 위에 이미 도화지가 준비되어 있는 한 별반 소용이 없는 이야기로 들린다.
집에서만큼은 크레용이나 색연필 등을 쥐기 시작한 아이에게 되도록 ‘비규격품’의 도화지를 주도록 하자. 문구점에서 사온 규격품이라면 삼각형으로 잘라서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둥근 형태나 지그재그로 끝을 자른 도화지도 좋고, 방안을 다 채울만큼 큰 종이 위에서 놀게 하며 마음껏 그림을 그리게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어쨋든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 무한하다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는 늘 새롭고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도화지뿐만 아니라 모든 도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2. 종이접기를 가르칠 때는 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손끝을 복잡하게 사용하는 종이접기는 아이의 지능과 언어능력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도중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접지 않으면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종이접기는 높은 ‘논리성’을 요구한다. 즉, 처음에는 그다지 잘못된 것 같지 않던 것이 계속 접어 나가는 사이 이상한 모양이 되고, 결국에는 종이접기에 ‘완전히’ 실패하고 만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사물에 순서를 부여하고 조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칠 때는 접는 것보다 오히려 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보통 종이접기를 가르칠 때는 어른이 한 번씩 접는 시범을 보이면 아이들이 그것을 따라서 하는 패턴의 반복이 많다. 이것은 접는 방법 그 자체를 익히는 데는 유효할지 모르지만, 스스로 접는 방법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다.
아이에게 우선 완성품을 주고, 그것을 하나씩 펴나가므로써 어떤 순서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자. 이렇게 하면 한 장의 종이로 학이나 배가 만들어지는 순서를 거꾸로 밟게 되고, 아이는 종이접기에 숨겨진 논리성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제일 처음 접은 것을 다시 펴보게 하는 것이 좋다. 수학에서의 검산처럼 애초 자신이 기억해 두었던 방법이 잘못 되었다면,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레 제공되기 때문이다.
3. 도구를 이용하여 가능한 많은 상상력을 키우게 한다.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면서 상상력을 키워 나간다. 완두콩이 감자가 되고, 도마를 인형 침대로 사용하는 등의 자유로운 발상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다.
이처럼 어린아이의 상상력 훈련은 도구나 물건의 정해진 용도에 얽매이지
않는 것에서부터 발한다. 다섯살짜리 아이에게 숟가락을 보이며 “이것을 어디에 쓰지?” 하고 물었던 적이 있다. 내 질문에 아이는 ‘먹는다’는 물론이고, ‘모래밭을 판다.’, ‘귀이개’, ‘삽’, ‘칼’ 등 무려 20가지가 넘는 용도를 말한다. 미국에서 벽돌의 쓰임새를 묻는 질문에 최고 40가지나 되는 용도가 나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물건과 사람의 관계는 자유로울수록 멋지다’고 말한 시인이 있다.
여기에 펜이 있다고 하자. 어른들에게 펜은 ‘뭔가를 쓰기 위한 도구’일 뿐
이다. 즉, 어른과 펜과의 관계는 자유스럽지 못하고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펜을 사탕처럼 빨기도 하고, 공처럼 굴리기도 하고, 창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들과 펜의 관계는 어른에 비해 훨씬 자유롭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사물을 다면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으로 이루어진다. 신문지를 예로 들어보자. 신문지는 어느 가정에서나 아이들의 눈에 자주 띈다. 그러나 대개 어른들이 그날의 소식을 읽는 데에만 사용된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신문지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자. 아이는 비행기를 접기도 하고, 망원경을 만들기도 하고, 가늘게 말아서 막대로 쓰기도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물건과의 자유로운 관계를 체험하는 과정이다.
아이의 자유로운 발상을 북돋워주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령, 어떤 사물의 용도에 대해 누가 더 많은 것을 얘기하는지 시합을 할 수도 있다. 아마도 십중팔구는 생각이 유연한 아이 쪽이 이기겠지만 말이다. 이 유연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다.
4. 물건을 버릴 때는 반드시 재활용 여부를 생각하게 한다.
어느 여성편집자에게는 네 살짜리 딸이 있다. 그녀는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기 전에 반드시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핀다. 그리고 아이에게 물건 하나 하나를 가리키며 “이건 달리 쓸 곳이 없을까? 버리기 아깝지 않니?” 하고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는 플라스틱 달걀 용기로 정원에 떨어진 꽃을 모아 ‘꽃들의 무덤’을 만들자는 등의 아이디어를 낸다. 또 볼펜을 ‘젓가락’으로 쓰면 좋겠다고 하여 어머니를 당황하게 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언뜻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이런 방법이 아이의 창조성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발상을 전환해 생각하는 습관, 즉 정해진 용도 외에 그 물건 자체의 아름다움과 재질, 색 등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던 것까지 생각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이러한 발견은 예리한 관찰력과 유연한 사고력을 배양해 준다. 게다가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정서교육에도 도움이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5.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신문이나 잡지 기자가 인터뷰할 때의 요령 가운데 하나는 상대가 ‘예’ ‘아니오’만으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들어 “당신은 OO 대학의 교수입니까?”라는 질문을 하면 상대에게서 “네”라는 대답 이상의 다른 이야기는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을 약간 바꾸어 “당신은 OO대학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하면, 대답하는 측은 자기 의견을 정리하느라 머리를 굴려야 한다. 이처럼 훌륭한 인터뷰는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제한된 내용이 아니라, 그 사람만의 독자성과 개성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인터뷰 상식’은 아이와 이야기할 때도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어머니들은 무의식중에 아이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막곤 한다.
예를 들어 “저기 있는 건 우체통이지?” 한다면 아이의 대답은 “예”나 “아니오”로 제한되어 버린다. 아이에게 좀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땐 ‘인텨뷰 방식’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자. 적어도 ‘무엇이’, ‘어디에서’, ‘언제’, ‘왜’,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도는 아이 스스로 대답할 수 있게끔 질문해 주는 것이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6. 두가지 이상의 일을 시켜서 우선순위를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
당신은 아이에게 이야기를 할 때, 아이의 이해 수준을 너무 배려한 나머지 한가지를 먼저 말하고, 그것이 끝나면 다시 하나를 말하는 식으로 하지는 않는가.
언뜻 보기에 친절해 보이는 듯한 이 방법도 사실은 아이의 지적 능력 발달을 위해서는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 번에 한 가지만 이야기하면, 아이는 시키는 대로만 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에 두가지 이상을 동시에 시키면 어떻게 될까. 우선 아이는 긴장을 하게 된다. 그래서 들은 이야기를 확실히 기억에 담고 무엇부터 먼저 하고 어떤 순서로 하는게 좋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놀러 갔다 와서 두부하고 감자를 사오고, 마당청소를 하거라”고 말하면, 아이는 ‘심부름은 놀러갔다 오는 길에 하면 되고, 마당청소는 어두워지면 안되니 놀러가기 전에 해야지’하고 생각할 것이다. 약삭빠른 아이라면 친구에게 물건 사는 것을 거들게 할지도 모른다. 또 ‘깨지기 쉬운 두부는 제일 마지막에 사야지’등등 아이 나름대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아이로 하여금 사물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일의 순서를 효율적으로 생각하게 함으로써 창의력 향상에 도움을 주도록 해보자.
7. 같은 장소에 데려갈 때는 가능한 다른 길을 이용한다.
(회사병리학)이라는 책에서 창조적이지 못한 사원일수록 ‘집-버스-지하철-회사’혹은 ‘회사-포장마차-지하철-버스-집’이라는 통근 패턴을 반복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책을 읽은 어느 회사의 중견간부가 ‘하루 한번 다른 길로 가기’를 사원들에게 도입하여 큰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즉, 아무리 판에 박힌 일상이라도 하루에 한 번은 평소와는 다른 길을 걸어봄으로써 뭔가 새로운 발견과 기분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를 보면 자동화된 공장의 천편일률적인 반복 작업이 공장을 나온 뒤까지 주인공 동작에 고스란히 남아 앟다. 이렇게 고정된 행동은 인간의 두뇌까지 정형화하여 자유로운 발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가령 등교길을 생각해 보자. 시장을 가로질러 갈 수도 있고, 골목길을 따라 돌아갈 수도 있고, 대로변으로 갈수도 있는 여러방법을 놔두고 한가지 방법만 고집하는 것은 아이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단순히 걷기만 할 것 같은 등교길에서도 아이는 주위를 살피며 여러가지를 보고 듣고 배운다. 그게 5분이 되었든 10분이 되었든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의 두뇌에 좋은 자극이 된다면 굳이 한가지 길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8. 우유를 줄 때에는 가끔 다른 형태의 용기를 사용해 본다.
반복적인 생활습관 중에도 아이에게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하거나 지적발달을 꾀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우유나 주스를 컵에 따라 마시는 사소한 행동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같은 양의 물을 가늘고 긴 용기에 담았다가 다시 두껍고 낮은 용기에 담아보자. 대부분의 아이는 용기의 모양이 바뀌면 물의 양도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런 사례를 통해 아이는 용기의 모양과 상관없이 물의 양이 동일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위의 사례는 발달심리학의 대가인 피아제가 실시한 ‘보존’이라는 실험중 일부다. ‘보존’이란 물건의 부피가 아무리 변형되고 이동되어도 ‘빼다’ ‘더하다’라는 조작이 가해지지 않는 한, 항상 같은 값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보존개념은 유아기의 정신발달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우유나 쥬스를 줄 때, 아이가 보는 앞에서 모양이나 크기가 다른 컵에 옮겨 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일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일에도 아이의 두뇌는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다.
9. 질문에는 곧바로 대답하지 말고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아이는 ‘어쩌면 그렇게 궁금한 것이 많을까’ 의아스러울 정도로 여러가지를 질문한다. 이러한 의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통해서 아이는 사고의 세계를 넓혀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할 때, 약간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면 그 효과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그 아이디어란, 아이의 예사로운 질문에 곧바로 대답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궁금해 하는 것을 보다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스스로 대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때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만약….’이라는 역질문이다.
가령 “왜 밤에는 꼭 자야 돼?”라는 질문을 받으면 “만약 잠을 안 자면 어떻게 될 것 같니?”하고 반문하는 것이다. 부모의 이러한 역질문에 아이는 ‘만약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말하자면 하나의 상황을 여러가지 면에서 검토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잠을 안자면 졸리니까’ 라든지 ‘피곤하니까’ 또는 ‘아침에 못 일어나니까’등등의 대답을 생각해 낸다.
‘만일..’이라는 역질문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힌트를 주는 것이다. 즉, 아이로 하여금 자기가 한 질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사고의 다양성과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교육법인 셈이다.
10. 이야기 중에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라고 질문해본다.
텔레비전이 아이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해도 보고 싶어하는 텔레비전을 무턱대고 꺼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면서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하고 현실의 문제를 생각하게 해보자. 텔레비전의 가장 나쁜 영향은 아이를 ‘관중석’에만 앉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현실감각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텔레비전 앞에 앉은 아이도 역시 이런 ‘관중석’적인 사고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그러므로 드라마나 만화를 볼 때는 “이런 경우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하고 질문해 보는 것이 좋다.
즉, 텔레비전의 스토리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게 하여, 현실에서의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관중석에 앉아 있던 이론가를 실천가의 위치에 놓아보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아이는 나름대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때론 주인공의 생각이나 행동을 비판하며 스토리의 비현실성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텔레비전을 보는 아이들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완전히 텔레비전 속으로 빠져들 위험이 많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을 없애거나 항상 교육적인 프로그램만 보도록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 그것을 간접경험의 도구로, 판단력 배양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는 완벽한 부모보다 지혜로운 부모를 원한다]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