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방 자치 제도의 문제점
가. 지역 이기주의 심화
지역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지방 정부 상호간의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면 한강 하류 지역, 즉 서울이나 인천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강의 수질 보호를 위한 한강 상류 지역의 개발 제한 조치에 대해 경기도나 강원도 지역 주민들이 사유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반발하거나, 쓰레기 매립지와 같은 혐오 시설 설치에 있어 지역 주민간의 이해 관계 대립을 자주 보게 된다.
나. 재정과 인사의 독립
1999년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 평균은 59.6%에 불과하다. 재정 자립도가 떨어지면 중앙 정부에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앙 정부의 간섭을 자초하게 된다. 게다가 지방 정부 간의 재정 형편에 큰 격차가 발생하면 지역 간의 위화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101조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의 경우에는 부시장이나 부지사는 단체장의 제청으로 행정자치부 장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어 인사 업무에 중앙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길을 법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또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실, 국장의 임명권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고, 시장의 경우 보직 변경의 권한 밖에는 없다고 한다.
현재 국회에는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임명제로 전환하는 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다. 지방 자치제의 미 정착
지방 의회 의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의회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지방 언론 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주민들이 자기 지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하고 그로 인하여 관심도 없다. 지방 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수당이외에 보수가 주어지지 않으며 후원회 구성도 금지되어있다.
다. 지방 토호 세력의 전횡
대의제 문제점 중의 하나지만 선거로 선출된 의원이나 단체장이 주로 지역 유지들에 의해 구성됨으로써 중앙 정부의 간섭이 약화됨을 기화로 지방 토호 세력들이 지역 이권을 독점적으로 장악하면서사회적 물의를 빚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소환제가 강력히 요청되고 있다.
2. 지방자치의 발전 방향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스스로의 결정과 책임으로 정치와 행정을 통한 지역발전을 꾀하려는 제도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선진 사회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매우 짧아 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성공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하기에는 제도적 장치가 매우 미흡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중앙정부의 정치가와 행정인의 의식구조가 지방자치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와 행정에 대한 무관심과 감정에 사로잡힌 투표행태가 정치와 행정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고난의 역사를 위로하고 희망찬 미래의 한국 지방자치를 성공적으로 이룩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와 의식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장단기적인 개혁프로그램으로 정부와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 나아가야 할 커다란 과제이기도 하다. 살기 좋은 지역사회 발전을 통한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지방자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민주적인 풀뿌리가 되는 지방자치이어야 한다.
현대 국가에서 민주성은 정치와 행정이 주민의 의사를 존중하여 이의 요구를 행정과 정책에 반영하며 주민에게 책임을 지는 책임정차요 책임행정의 시대이다. 권위주의적 정치와 행정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구태이다. 지금까지의 한국의 정치와 행정은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적이었으며 관주도적인 것이다. 국민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었으며, 참여에 필수적인 정보의 공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지방자치가 광범위하게 실시되는 현 상황에서 지방자치는 지방의 정치와 행정을 그 지방의 주민 또는 주민대표자들이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이어야 한다. 이는 지방자치법 제1조에 지방자치행정의 제일의 목적으로 민주성을 명시하고 있는 데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적 동질성과 각 지방의 민주적 선택을 동시에 반영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간주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는 민주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곧 지방자치에서의 지방행정은 주민의 복지증진을 위한 수단이므로 주민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이는 주민의 행정참여와 행정 통제를 지방자치의 주요 구성요소로 포함시키는데 에서도 알 수 있다. 주민은 자주적 재원으로 자치행정을 운영하므로 이의 감시와 비판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
한편 주민참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행정정보의 공개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보 없이 참여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여구 결과에서도 공무원들은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정보제공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구태여 법령으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지 않더라도 주민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 는 전통적으로 군사문화의 영향으로 보안과 비밀을 중시하여 주민(국민)들에게 최대한 행정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방자치가 활발하게 운영되면 주민들의 의식수준도 향상되어 정보공개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본다. 자치단체에서는 최초로 청주시에서는 시의회가 집행기관의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하여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으며, 이후 각 자치단체에서도 정보공개 조례와 규칙을 제정하는 추세가 뒤따랐다. 이러한 정보공개는 각종 행정과정 공개의 제도화가 필요한 바, 개방적이고 투명한 정부를 지향하기 위하여 미국의 도시 자치단체들은 각종 위원회의 회의실황을 유선방송으로 보도하고 있는 점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들도 배워야 할 것이다.
둘째, 대응성과 책임성 있는 지방자치이어야 한다.
대응성과 책임성은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서비스를 의미한다. 대응성은 단지 법령대로 집행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책임행정의 맥락에서 창의적으로 업무수행 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문책에 응하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측면이 아니라 관료는 시민의 요구에 즉각 응하며 표명되지 않은 욕구까지도 충족시키려는 노력을 포함한다.
대응성의 중시는 일찍이 신행정학을 주창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 학도들로 시작된 신 행정학의 중심내용의 하나가 고객중심의 행정이다. 이는 고객과 조직간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입장으로 관료로 하여금 전통적 행정에서 나타났던 조직과 상사에 대한 충성심이 아닌 고객 아울러 프로그램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대응성의 강조는 행정조직이 거대해지고 전문화, 다양화되면서 행정활동이 국민과 국가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통제가 필요하고 관료들은 전문가집단으로써 주민들에게 성실히 봉사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가와 행정가들 모두 정책의 결정과 집행에 대한 책임의식이 거의 없어 엄청난 사회적 비능률과 낭비를 가져오고 있다. 하나의 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집행할 때 정책 결정자와 정책 집행자는 항상 그 정책에 대한 최종책임을 지는 태도를 가져햐 한다. 이를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에서 제품에 제조다의 이름이 명기되어 제품의 실명화를 토한 품질향상에 기여하는 것처럼 공공부문에서도 정책 결정자와 집행자 실명제를 도입하여 그 정책이 완결된 후에 이를 평가하여 최종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책결정과 집행의 신중함 및 비능률을 없애고, 귀중한 예산과 자원을 낭비하는 풍토를 없애는 데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셋째. 형평성과 능률성을 갖는 지방자치이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그 존재의의를 지니며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균등한 행정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지방행정과 관련하여 형평성은 모든 주민들에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균질하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사회는 복지국가를 추구하며 더 나아가 모든 국민(주민)들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풍요롭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는 복지사회이다. 복지사회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때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의 목적인 주민의 복지에 기여하기 위하여 상대적 복지와 관련하여 주민들에게 형평성 있는 복지를 베풀어야 한다.
형평성을 행정에서 강조한 프리드릭슨(Frederickson, 1980)에 의하면 사회적 형평의 개념과 가치를 설명하면서 공공서비스를 배분하기 위해 인본 적이고 분권적이며 민주적인 조직과 함께 형평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민주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지속적으로 작은 정부를 요청해 왔으나 역설적으로 행정기능의 확대화 더불어 정부의 기국와 예산 및 인원은 놀라울 정도로 점점 비대해져 왔다. 입법국가시대인 소극정부 시대에는 행정의 기능이 국방과 치안 등에 국한되었으나, 자본주의 모순에 따른 병폐가 증대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으로 행정기능은 비약적으로 증대되어 왔다. 아울러 행정력의 남용과 오용이 빈번해지고 행정의 단위 중심 성으로 인하여 행정은 더욱 할거주의화하며 비능률적이어서 정부규모의 확대를 요구하게 되었다.
결국 작은 정부는 정부기능에 따라 가변적이며 상대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때 작은 정부는 정부의 기능, 기구, 인력, 예산 등의 정부규모를 작게 하는 측면과 산업화, 민주화가 미흡한 국가에서의 권력통제에 관한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곧 작은 정부는 규모 면에서뿐만 아니라 권력적인 측면에서도 고찰되어야 한다. 방만한 정부규모는 비능률을 초래하고 권력의 비대화와 집중화를 가져와 민주적인 통제를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지방행정은 특히 주민들의 납세의식과 참여의식의 증대로 작으면서도 능률적인 지방정부를 요청하게 될 것이다. 이때만이 질 좋은 지방행정서비스가 가능하고 주민에 의한 지방정부에 대한 주민통제가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1995년 6월 27일을 기하여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의 풀뿌리로써 자리매김 되지는 않는다. 이에 걸맞게 각종 제도가 정비되고 개혁되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본디 목적이 자치적 행정으로 주민의 복지증진에 있으므로 행정은 보다 민주적이며 대응성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작은 지방정부이면서도 행정서비스 제공에서 형평성도 중시되어야 할 가치이다.
주민직선에 의해 선출된 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가 주민이라는 고객에게 양질의 정치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그 지역주민들이 지방자치에 대하여 지속적이고 높은 관심을 갖고 참여를 활발하게 하면서 선거라는 훌륭한 제도를 슬기롭게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