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국의 따뜻한 휴양지에 머물러 있는 내가
역마살에 시달린다
사치일까? 허영일까
아니
마음 쉴 곳이 필요해서 일게다
노장에 속하는 나는
요즈음
구조조정에다 해고 통보에다
시끄러운 직장 생활이 눈치가 많이 보인다
겨울철에 여름을 맛볼 수 있는 꽤 괜찮은 유혹의 나라
국가 자체가 수도인 민주주의의 경찰국 미니국가
유교를 비롯한
청교도적 통치이념으로 묵묵하게
자기 길을 가고 있는 싱가포르를
두 번째 방문했을 때를 돌아본다
역시 여름에 갔을 때보다는 겨울에 갔던 때가 좋았던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해 택시로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풍경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기에 시선은 줄곧 차창 너머를 달린다
초록은 호사스런 노숙자들의 천국이다
어느 곳이든 자리를 깔고 앉기만 하면 뿌리가 내려지고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기후 조건이기에
방랑자처럼 바람같이 오기도 하고
오대양 육대주를 표류하는 물고기들처럼
빗물따라 가기도 하는
겨우살이처럼 빌붙어 사는 식물들이 지천으로 있어 참 신기하다
사뭇 깨끗한 거리에 예쁘고 화려한 건물들이 줄지어
품위있는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다
거의 반독재에 태형이 존재하는 국영기업들이
경제를 이끌어 가장 성공적인
사회주의 경제라고 칭하는
옥시덴탈리즘 2013년 유일한 아시아
선진국 1인당 PPP는 전 세계 톱 권을 달리고
인구 약 530만 명
아시아에서 제일 유명한 창이 국제공항이 있으며
항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서인지
다양한 얼굴과 자유로운 도시 분위가 제일 먼저
내 눈 안쪽에 깊숙이 자리를 잡는다
시내 중심부 호텔에 짐을 풀고
시원하고 쎅시해 보이는 의상에 지갑만 두둑이 채우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건물로 달려갔다
여전히 입구엔
호텔에서 운영하는 슈퍼 카 렌트 차량 3대가 나란히
젊은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쌍용건설이 시공한
카지노 고급 쇼핑몰 식당 등이 있는 복합 쇼핑
현존하는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와
내셔널 패션 브랜드의 매장이
관광객들을 붙잡아 들이고 있다
청담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야
사람들이 알아주듯이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어야
브랜드로 인정받는
아시아 금융 허브로 자리 잡은
부가 모여드는 중심지로서
홍콩과 비교하면 말레이시아와 이슬람권
유대인 부호들의 자주 들러는 곳이다
마천루의 아찔함을 그대로 살린 57층 꼭대기
배 모양 스카이 파크 수영장은
대학생 커플도 하루쯤 들르는 명소로 손꼽힌다
동서 해상 교통의 중요 지점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자유무역항으로 번창한 현실의 센트럼
말레이어로는 싱아푸라Singapura
'사자의 도시'라는 의미인데
싱가포르 전설에
인도네시아 스리비자야 왕국의
'상 닐라 우타마Sang Nila Utama` 왕자가
여기로 표류해 와서 바닷가에 있는
사자를 보고 붙인 이름
마스코트마저도 머라이언이라 붙였다
꼭대기 오픈 바 스카이 온 57은
싱가포르 항을 내려다보며
우연한 만남이라도 기대되는 분위기에 취해
마치 쎈치멘탈한 귀부인이라도 된듯했다
쾌적한 연결 통로를 따라
실내 중심을 따라 돌고 도는 수로
깨끗한 물 위에 배를 타고
화려한 조명과 시선을 받으며 낭만을 즐기기엔
매우 사치스럽긴 하지만
천국이 따로 없구나 싶다
요것조것 배부르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와
명품 가게 점원 총각은 한국 스터디에 다닌다며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했다
사치는 허영인 줄 알면서 유혹을 물리지 못하고
백 단위가 훨씬 넘는 핸드백을 덥석 사고 말기도 했던
쇼핑은 하루 종일 이어졌고
어둠이 내리자
광장 앞 호수 위에 펼쳐지는 레이저 쇼는 환상 그 자체였다
곽 짜여진 일정에
2박 3일밖에 머물지는 못하고 발리로 날아갔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점령한 일본은
"쇼와의 시대에 얻은 남쪽의 섬"
소남도昭南島라고 불렀다는 싱가포르
눈치 볼 것 없이 자유를 만끽했던 그곳
직업 전향을 해야 하는 마음 시끄러운 요즈음
그곳이 다시 또 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