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0년 동안 운영한 음반점을 접고 평생소원이었던 탁구클럽을 차리기 위해 자리를 보러 다니던 시절을 지금 돌이켜 보면 참 맹점 투성이었습니다. 장사는 위치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이왕이면 지상을 얻어야 실내 환경과 광고 효과가 좋을 것 이라는 신념하에 수많은 상가를 보러 다녔는데 마음에 드는 위치는 월세에 관리비를 합산하니 보통 300~600만원 사이어서 초보 관장으로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를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탁구장은 공간 효율성이 무척 떨어지는 업종 이다보니 지나친 유지비는 결국 피땀흘려 일해서 건물주 좋은 일만 시키고 내가 가져갈 수입은 상대적으로 적거나 적자를 보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얻은 상가가 병원 건물로 지었다가 분양이 안 되어 비어있는 자리를 발견하고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에 계약했습니다. 위치도 4차선 도로변이라 차들이 지나다니면서 광고 효과도 있을 것 같아서 비교적 괜찮아 보였고 그 당시 대안이 그 상가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계약 평수는 88평이었는데 실 평수가 50평대에 정사각 형태라 탁구대 3대에 레슨 1대를 억지로 놓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탁구클럽 운영은 정말 하루하루가 희망차고 즐거움의 연속이면서 동시에 남을 가르친다는 레슨에 대한 불안감도 많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척 공부를 많이 했고 최대한 생활체육인의 입장에서 내가 겪었던 실패와 좌절을 접목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정말 열심히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경험이 없이 탁구장에 회원으로 활동했던 동호인 시절 생각을 운영에 주로 접목하려다 보니 수익성과는 거리가 있어 초보 관장의 한계와 싸우면서 사업가로서 시야를 넓히는데 주력을 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반을 조금씩 잡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구장이 너무 좁아 회원를 받는데 한계가 있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일정 수입 이상을 올리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확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시간을 내어 넓은 상가들을 살펴보고 있던 중 건물주가 갑자기 월세를 40만원 더 올려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월세 120만원에 부가세 12만원 132만원인데 현 위치에서 너무 센 금액이라 며칠을 고민 후 세를 빼겠다고 이야기 한 후 새로운 장소를 찾아서 본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평수가 넓은 상가들은 신 시가지에 주로 있어 강남대 근처, 수지구, 단국대 근처, 기흥구청 근처등을 모조리 뒤졌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너무 비쌌습니다. 지하실도 관리비가 더해지면 탁구클럽으로서 해답이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탁구장은 비워야 하는데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계획을 세워서 나름대로 조건을 다시 만들어 좀 더 세밀하게 찾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탁구클럽 1층에 아주 한가한 부동산이 있어 조건에 해당하는 상가를 다시 찾기 시작했는데
그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장소가 외져도 걸어서 5분 이내 거리에 주차할 공간이 많아야 한다.
- 주차하기 편하면 외진 장소 단점을 충분히 커버 하고도 남고
- 장소가 외지면 월세가 저렴하면서 탁구클럽을 오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면서
- 같은 비용으로 더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가령 현 제 클럽은 아주 외진곳에 위치하는데 회원 상당수가 수지, 동백, 용인 처인구, 수원, 분당등 먼거리에서 운동하러 오고 있어 장소가 외져도 즐탁 환경이 잘 잡혀있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월세 + 관리비가 150만원 이하여야 한다.
- 월세가 + 관리비가 지나치게 높으면 뼈 빠지게 일해서 주인 좋은 일만 시킵니다.
- 클럽에 문제가 생겨 회원들이 대거 나가면 한동안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 관장이 레슨을 직접 하면 25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코치를 둬야 한다면 위 금액을 넘으면 가장의 입장에서 힘든 운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단순히 산술적 계산 즉 레슨 몆명이면 수입이 얼마니까 하고 비싼 상가를 계약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절대 피해야 할 사항입니다.
3. 반 지하를 우선으로 하되 건물을 잘 지은 건물 지하도 괜찮다.
- 이유는 월세도 저렴하지만 여름, 겨울철 냉 난방비가 큰 차이가 납니다.
- 처음 탁구클럽이 2층에 서향이라 여름에 무지하게 덮고 겨울에 무척 추웠습니다.
- 지하실은 방수 페인트를 칠한 후 인테리어를 하고,
- 평소 제습기를 가동하여 습기를 제거하면 지하실도 쾌적한 실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제 클럽도 업소용 제습기 4대를 사계절 가동하는데 하루에 나오는 물 양이 생각보다 무척 많습니다. 만일 제습기가 없다면 곰팜이 냄새에 실내 환경이 열악했을 것입니다.
* 지하실을 얻을 시 주의사항
- 구조적으로 부실 시공한 건물은 지하를 피해야 합니다.
- 벽에 물이 흐른 자국이 있는지, 습기가 많이 올라오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 특히 배수 펌프가 있는 지하실은 더욱 유념하셔야 합니다.
- 많은 곳을 다니다 보니까 부실한 건물은 들어가보면 느낌이 오더군요.
4. 탁구대를 레슨 1대, 회원용 5대 이상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 이 정도가 되어야 일정 수입이 보장되어 탁구클럽을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습니다.
- 저도 소규모로 운영을 해보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일정 금액 이상 수입을 올릴 수 없었습니다.
- 그러나 좁게 많은 탁구대를 놓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합니다.
5. 기타사항
- 지상을 얻는다면 절대 서향과 최상층은 피해야 합니다.
- 여름에 엄청 덥고, 겨울에 무척 춥고 아무튼 전기료가 많이 듭니다.
- 요즘 상가가 경매에 많이 넘어가므로 반드시 부동산을 통해 계약서를 써야합니다.
이런 조건을 가지고 상가를 뒤지기 시작했는데 정말 없더군요.
그러다 부동산에서 매물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지하실 500㎡가 넘는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여기가 어딘지 자세히 보니 신미주아파트 단지 내 상가였습니다. 가서보니 공장으로 사용하다 망해서 세를 못 빼서 2년 넘게 고생하고 있었는데 첫 대면에서 솔직히 저도 쳐다보기 싫을 정도로 실내가 엉망이었고 위치 역시 상권으로 보면 최악의 장소였습니다. 말 그대로 덩치만 컸지 아무도 찾는 이 없는 그런 상가였습니다.
그러나 아파트 상가라 낮에 주차하기 여건이 좋아고 주변에 주차할 공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중학교 두 곳이 있어서 외부에서 찾아올 때 이정표로 활용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정도 임대료에 150평 가까운 넓은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반 지하였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공장 주인이 방수 페인트도 잘 칠해놨고 벽등을 살펴봐도 물이 흐른 흔적도 없고 바닥을 살펴보니 습기도 그리 많이 올라올 것 같지 않았습니다.
평소 잘 아는 인테리어 업자를 불러서 견적을 뽑아보는데 이 정도 공간이면 400~500만 원대 월세를 내야 얻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로 계약을 했습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현 탁구클럽 자리와 만남은 정말 운명이었고 평생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첫댓글 재미있어요.연재 소설 기다리듯 2편이 기다려 집니다 ㅋㅋ
탱큐....^^
아주 재미있게 글올리시네요 후편 기다려집니다
네 감사합니다....^^
우와~자료사진 까지-지금탁구장모습과 인테리어전의 사진 보니까 매치가 안되고-처음저상태라면 대략난감이네요-
150평 ~~ 인테리어비용 겁나서 후들거릴것 같은데요-ㅋ
ㅋ 짐을 치워서 저 정도이구요
치우기 전에는 완전..........................^^
인간승리 드라마의 전초전을 보는듯 합니다.^^
ㅋ 탱큐.....
그 먼거리에서 버스 타고 레슨 다니는 물흐르듯님도 인간승리....^^
정말 대단하세요~~~읽는 내내 흥미롭습니다.
공장이였던 사진을 보니 울 구장 환경이 그냥얻어지는게아니네요 관장님 진짜 짱~~~2편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은정씨 탱큐.....
에구 벌써 머리 털이 빠지는 소리가 들리네...^^
관장님의 하나 하나 세심함이 묻어나는 글이네요 제가 이때 왔었더라면 고수가 되어 있을꺼에요 그쵸 다음글 기대대요
요사이 느는 속도에 탄력이 붙었으니
가을에 보삼.....^^
어휴~~ 그당시엔 정말 마음고생 많이 하셨겠네요~~~
흥미 진진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 합니다^^
네 블루스카이님 감사합니다.
그 당시 생각하면 휴.............
공장 자리에 탁구장이 생긴다는 생각은 아무도 못 했을듯.... 를
발상의 전환
대단하세요
탱큐....
내 조만간 전화할께.....^^
시리즈 시작하신다는 글도 오늘에야 보앗네요..
한번의 이전으로 지금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셨네요..말씀대로 최고의 행운입니다..^*^
탁구장 오픈할 마음을 가지신 분들에서 전무후무한 지침서가 되겟는데요~~
정확하신 관장님이시니 아마 일요일날이 디데이~~ㅎㅎ
그러게요...
거기에 내 주변에 좋은 회원님들이 많이 계신것이 두 번째 행운이 아닌가 해요...^^
저도 탁구장을 인수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좋은 글을 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여유님 감사합니다...^^
3번 정독.ㅋㅋ. 용탁의 역사를 볼수있어 잼있습니다.
탁구장 하드웨어에 대한 바이블이 되겠네요.
하지만 휠씬더 중요한 소프트웨어인 운영능력.. 마인드.. 적절한 회원관리.등등...이에 대한 노력은
설명은 되겠지만 아무나 따라하기 힘들걸로 예상합니다. ㅋㅋ
하지만 후속편 엄첨 기대됩니다...^_^
감사합니다.
에구 후속편 쓰느라 머리에 쥐 나고 있어유....^^
탁구를 시작하면서 이까페를 통해 관장님께 핌플을 배우고 이젠 탁장 유두준을 배우게되었네요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 했네요 ㅎ
차동건님 감사합니다....^^
이거 오래전부터 준비 해놓으셨던 사전 전작제로 푸시는 거 아닌가요?
잼 있습니다!!!
ㅋ 과거에 올린 글을 보면서 찾고 있는데 감회가 새롭네요...^^
정말 정말 고민 많이 하시고, 꼼꼼하신 관장님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런 허접했던 자리가 그렇게 럭셔리하게 바뀌었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너무 깨끗하고 아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말 공장이었던 이곳이 이렇게 최적의.탁구장이되다니
정말 관장님 행운이네여 그장소도 관장님 만난덕분에 멋진곳으로 탈바꿈 되었고 저희들역시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탁구칠수 있게 되었네요 ^^
그러게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운이 좋았던 것 같으이...^^
저도 회사 은퇴 후에 탁구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저는 이렇게 하기 힘들 것 같네요... 그냥 좋은 환경의 탁장에서 치는 걸로 만족해야 할 듯 하네요...^^
은퇴 후 탁구클럽 운영은 분명 타 업종보다 큰 메리트가 있습니다...^^
저도 은퇴후 탁구장 운영을 하고는 싶은데...허걱 탁구실력이 없어서...ㅋㅋ
관장님의 탁월한 사업 분석력과 통찰력이 훤히 보입니다.
전국의 수많은 중생들에게 이렇게 봉사하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많이 베푼만큼 많이 들어올것입니다.
에구 tkfkd님 감사합니다...^^
이제 1편을 끝으로 다 읽었습니다
"탁구클럽 나는 이렇게 운영했다"
6편부터 거꾸로 본셈이지요~~
대단한 관장님이십니다 ^^*
네 감사합니다....^^
대단하십니다...소설처럼 읽었네요^^
6편까지 있군요...전 1편부터보네요...
제가 탁구클럽 운영하면서 느낀 기록입니다....^^
눈앞에 나무만 보지않고
커다란 숲을 보시는 관장님의
예리함에 십여년이 지난 지금에
저는 좋은 환경에 함께 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네 당근피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