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싸움은 이제 그만! 혼다-시빅9세대 공개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소형차가 주목받는 가운데
혼다가 시빅 9세대를 공개했다. 길이,너비,높이가 구형과 같고 익스테리어 디자인도
비슷하다.무엇이 달라졌냐고? 잘 들여다 보면 거의 모두 달라졌다. * 글 이수진 편집위원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국산 감자 스넥 프링글스는 바비큐,치즈,양파 등 다양한 맛의 제품을 선보인다.
나왔다가 단종된 것 외에 기간 한정 버전까지 합치면 수십여 가지. 그런데 새로운 맛을 꾸준하게 선보이는 데에는 소비자의 입맛
변화와 시장의 흐름 대응 외에 의외의 이유가 숨어있다. 새로운 맛을 선보일 때마다 오리지널 판매가 올라가기 때문이란다.
스탠더드 모델의 중요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모델의 다양화로 판매 비중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꾸준하게 판매되는 이런 중심
모델 덕분에 메이커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BMW3/5시리즈,현대쏘나타와 아반떼 그리고 혼다의 시빅과 어코드가
그런 모델이다.
소형차가 다시 주목받는 시대
리먼브러더스에 의해 시작된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는 아직 완전하게 치유되지 않았다. 너도나도 프리미엄 모델에 지갑을 열었던
4~5년 전에 비해 소형, 경제형차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을 수 밖에 없다. F1에서 발을 떼고 스포츠카 프로젝트까지 모두 중단하며
잔뜩 웅크렸던 혼다는 시빅의 성공여부에 따라 미래 전략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올1월 북미오토쇼에서 컨셉트카 형태로 선보인데 이어 4월20일 뉴욕오토쇼를 통해 실물이 공개된 2012년형 시빅은 이번 풀 모델
체인지로 9세대가 되는 혼다의 핵심모델 1972년 데뷔한 이래 미국에서만 900만대 가까이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신형 시빅의 개발 컵셉트는 "미래적이고도 독특한 컴팩트카" 하지만 8세대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분을 찾기 힘들다.
우선 노즈에서 윈도가 일직선으로 이어진 모노볼륨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을뿐 우선 노즈에서 윈도가 일직선으로 이어진 모노볼륨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했을뿐 아니라 전체적인 스타일과 사이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길이*너비*높이 4,503*1,752,*1,435mm의 차체 사이즈 그대로이고 휠베이스는 오히려 3cm 가량짧아졌다.
9세대 시빅은 외형적 변화보다는 내실을 기했다. 윈드 스크린을 더욱 눕려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A필러를 가늘게 만들어 시야를
개선했다. 보디의 고장력 강판 사용 비중을 55%로 높여 차체 무게도 줄였다. 경량화는 운동성뿐 아니라 연비개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에어로다이내믹에도 많은 공을 들여 바닥을 최대한 평평하게 다듬었고 엔진룸 아래와 바퀴부근의 공기흐름을
효율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가이드를 설치했다. 플랫 플로어는 구형에 비해 공기저항을3.4% 낮추는 효과가 있다.
헤드램프와 그릴 변화는 신형 시빅의 첫인상을 크게 달라보이게 만든다. 최초의 연료전지차 FCX 클러리티와 닮아 보이는데
소형차라는 인상이 강했던 이전의 시빅 세단에 비해 신형은 중형차 같은 중후함을 풍긴다. 쿠페형은 얼굴부터 차별화 했다.
헤드램프만 같을 뿐 그릴과 범퍼 디자인까지 전부 다르게 디자인해 대형 흡기구에 허니컴 그릴을 대고 양쪽 아래에 타워형 보조등을
달았다. 쐐기형의 사이드 캐릭터라인을 강조해 속도감을 더하는 한편 리어 콤비네이션램프도 세단형과 다르게 만들었다.
8세대 시빅의 특징적인 2단식 계기판 역시 그대로 이어받았다. 아래쪽 중앙에 대형타코미터가 더욱 커진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구성도 비슷하다. 도로와 가까운 위쪽 계기판에 디지털 속도계와 연료게이지 오른쪽에 다용도 컬러모니터를 배치해 시야를
돌리지 않고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새로 디자인된 3스포크 스티어링은 더 많은 조작 스위치를 달아 편의성을 높였고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운전자를 향해 경사지게 배치한 점이 눈길을 끈다. 차체 크기에 변화가 없음에도 효율적인
설계를 통해 실내공간이 이전보다 넓어졌다.
쿠페의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세단과 동일하다. 다만 계기판을 붉은색으로 바꾸고 가죽 스티어링 휠과 버킷시트의 붉은 스타칭으로
액센트를 주었다 크롬색상 도어 핸들과 시프트레버 금속제 페달 역시 쿠페에 어울리는 모습 속도계 오른쪽에 달린 다기능 모니터
쿠페에서는 엔진파워 하이브리드 버전에서 IMA시스템 모니터로 사용된다.
가솔린,하이브리드,천연가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엔진외에 하이브리드와 새롭게 천연가스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우선 가장 스탠더드한 가솔린 엔진은 1.8L 140마력형 가변식 밸브 타이밍 기구 i-VTEC과 2단 흡기 매니폴드를 갖추었고
연비는 버전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가장 효율이 좋은 시빅 HF의 시가지 연비가 12.3Km/ㅣ(AT)다. 쿠페형을 제외한
모든 시빅에는 이코노미 모드가 제공되는데 액셀 페달 조작에 대한 감성을 낮추고 AT변속 타이밍을 조절해 연비를 개선한다.
신형 하이브리드는 혼다의 5세대 IMA 시스템을 얹는다. 1.5L i-VTEC엔진에 CVT와 모터를 조합한 구성으로 시스템 출력 110마력을
내면서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모두 동일한 18.6Km/L의 연비를 실현하고 있다. 구형에 비해 최고출력이 나오는 rpm을 500rpm
낮추었을 뿐 아니라 가변 실린더 시스템(VCM)을 얹었고 23마력모터에 가벼운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효율을 35% 개선했다.
시빅 하이브리드의 VCM은 크루징 때 연료소비를 줄이기 위해 일부 실린더를 차단하는 미국차들과 달리 감속상황에서 엔진브레이크
때문에 차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막고 회생제동장치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장비, 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엔진이 무조건 돌아야
했던 구형과 달리 신형부터는 모터만으로 움직이는 EV모드가 가능해졌다. DC 브러시리스 모터는 8폴타입(구형은6폴)이라 저회전
토크가 좋고 작동전압은 이전의 132~211V에서 108~172V로 낮아졌다.
구형의 니켈수소 배터리보다 용량이 33% 늘어나고 사이즈는 36% 줄어든 리튬이온 배터리는 뒷조석 바로 뒤에 세로로 수납된다.
아이들 스톱과 회생제동은 물론 기본 에어컨 컴프레서는 엔진파워와 전동으로 작동하는 듀얼 스테이지 방식으로 새롭게 개발되었다.
98년부터 얹기 시작한 천연가스 엔진도 새로워졌다. 가솔린 버전과 같은 1.8L 유닛을 개량해 연료계통을 뜯어고치고 압축비는 12.7로
높였다. 최고출력 110마력에 11.4/16.1km(도심/고속도로)의 연비를 낸다. 평이한 성능이지만 캘리포니아 대기법의 초저연비차
규정을 만족시킨다. 30L 고압탱크를 갖추고 있다.
한편 세단과 쿠페 Si 위해서는 강력한 4기통 2.4L DOHC 201마력 유닛이 준비되었다. 구형 2.0L DOHC에 비해 출력은 고작 4마력
올랐지만 토크는 무려 22% 높아진 23.5Kg .m 최고출력이 나오는 회전수 역시 7,800rpm에서 7,000rpm으로 최대토크 회전수는
6,100rpm에서 4,400rpm으로 낮아져 한결 유연해졌다. 그러면서 연비는 10,6km/L(혼합)로 오히려 좋아졌고 ULEV-2규정을
만족시킨다. 숏 스트로크 6단 AT외에 헬리컬식 LSD가 조합된다. LSD는 Si 버전에만 달리지만 나머지 그레이드라해도 VSA 시스템이
안정적인 트랙션과 주행성능을 보장한다.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와 4채널 ABS를 황용하는 VSA는 예컨대 언더스티어가 일어날 때 안족 뒷바퀴의 브레이크를 잡아 노즈를 코너 안족으로 밀어 넣는다. 코너 안쪽 앞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 LSD효과를 낼 수도 있으며
미끄러운 노면이나 위급상황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헬리컬 LSD가 달리는 Si버전에서는 별도의 작동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그밖에 브레이크 어시스트와 제동력 배분장치, 타이어 모니터 등의 안전장비가 마련되었다.
외형은 올드, 내용은 올 뉴
모델 치인지를 거치면서 사이즈가 줄어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혼다는 흔한 덩치 키우기보다는 내용물을 충실하게 하는 데
주력했다. 익스테리어 벼화를 최소한으로 하고 휠베이스는 오히려 주렸지만 효율적인 설계로 적당한 실내공간을 확보했고
파워트레인은 성능과 효율을 세심하게 다듬었다. 혼다가 무의미한 덩치싸움 대신 효율을 선택했음을 9세대 시빅에서 확인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