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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떠났지만 정신은 남아(3) 월간 <스토리문학> 주간이셨던 박건호 시인 추모특집 | ||||||||
선생은 떠나셨지만 작품과 정신은 남아(3) -월간 <스토리문학> 주간이셨던 박건호 시인 추모특집
김순진(시인, 스토리문학 발행인) 선생께서는 수많은 히트곡을 작사하셨고, 우리나라에서 박건호 선생님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그 수많은 곡들 중에서 뭐니 뭐니 해도 선생님의 대표작은 모닥불이다. 모닥불과 시인이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다. 선생은 돌아가셨지만 <모닥불>은 현재진행형이다. 청년시절 그날 만리포에서 타오르던 불꽃은 세월이 갈수록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아직 대학에도 가지 못한 채 무위도식하던 젊은 시절의 청년 박건호는 시인이 되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그해 겨울 같은 동인이었던 박석수가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하는 바람에 그의 상대적 실망감은 더욱 컸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를 축하해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시상식에 가자며 박석수가 찾아왔다. 박청년 박건호와 박석수 시인은 안양으로 내려가 김대규 시인, 김옥기 화백 등과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다. 그러나 그들과 섞이면서 상대적인 소외감은 더해갔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촌뜨기 문학도는 여관방에서 모든 사람들이 코를 고는 사이에 추억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 만리포에서 있었던 흥사단 하기수련회의 여운이었다. 수련회 마지막 날 모래밭에서 장작더미를 쌓아놓고 한 초롱이나 되는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모닥불은 만리포의 모든 어둠을 태워버리는 것 같았다. 고등학생들 100여명이 ‘와!’하는 탄성을 질렀다. “그때 흥분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모닥불 피워 놓고/마주 앉아서/우리들의 이야기는/끝이 없어라’ 이 구절은 내 인생의 반 이상이 들어있는 구절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던 시인을 회상하니 눈시울이 붉혀져온다.
선생은 약관의 나이에 서정주 시인에게서 첫 시집의 서문을 받으며 문단에 나온 걸로도 유명하다. 시인은 스무 살 때 첫 시집을 냈다. 그는 첫 시집 『영원의 디딤돌』을 내면서 원고지 뭉치를 들고 서정주 시인을 찾아갔다. 박건호 시인은 스스로 생각해도 참 당돌한 청년이었다고 그의 수필집에서 회고한다. 미당 선생이 말씀하시길, “하루는 어느 애송이가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와 시집을 내려고 하는데 선생님께서 서문을 지어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하고 원고지 뭉치를 내미는데 얼떨결에 한 번 읽어보겠노라고 대답하고 돌려보낸 뒤, 그의 작품을 몇 개 읽어보니 상당한 수준이어서 막걸리라도 한 잔 먹여 보내려고 탕발인 채 급히 쫓아 나가보니 애송이 녀석은 이미 온 데 간 데 없더라.”고 회고 했다. 그러니까 미당 선생께서 청년 박건호의 작품을 인정해주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박건호 시인은 첫 시집 『영원의 디딤돌』에서 미당선생의 서문을 받아서 내게 되었던 것이다. 얼마나 당돌한 청년이었나?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진 청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의 아호는 토우(土偶)였다. 송수권 시인이 지어준 호다. 토우라는 것은 흙으로 빚은 인형이란 뜻인데. 송수권 시인이 박건호 시인을 보고 불가마에서 막 구워낸 흙으로 빚은 인형 같다고 해서 붙여준 호다. 그래서 시인은 그 호를 상당히 사랑했었다. 뜨거운 불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색깔을 가질 수 있는 도자기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고대에 토우가 만들어졌던 것은 장난감으로도 만들어졌겠지만 주로 주술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었다. 이제 그가 무덤에 들어간 이상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죽어도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었다. 어쩌면 토우라는 호를 지어주신 송수권 시인도 박건호 시인에게 영원히 살라고 지어준 것이 아닐까?
월간 스토리문학을 위해 기꺼이 주간을 맡아주셨던 선생님!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시더니 결국 가실 길을 떠나셨지만 그 작품과 정신은 남아 국민들의 아픔과 괴로움을 치유하고 어루만져주실 것이다.(끝)
추모시 말문이 막히다 -박건호 선생님 영전에 김순진 말문이 막힌다는 말 말문이 막혔다는 말 그걸 가르쳐주시려고 그 먼데까지 가시다니요. 선생님의 가르침은 너무나 무거운데 선생님에 대한 영상은 늘 웃고 계시네요. 여보세요. 선생님! 스토리문학이에요, 하면 어디에요. 크크큭! 그냥 그렇게 묻고 그렇게 웃기만 하셔도 우리에겐 큰 가르침인데 몸을 던져 가르쳐 주시니 가슴 아파도 웃고 살게요. 그렇게 아픈 선생님도 웃으셨으니 손등으로 눈물 훔치고 정말 웃고 살게요. * 선생님은 영원한 스토리문학의 주간이십니다.
-> 문학공원 동인들과 박건호 시인, 김성봉 작곡가.
박건호 시인 연보 1949년 강원도 원주 출생 호는 토우(土偶)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원 월간 스토리문학 주간 2007년 12월 9일 세상을 떠남 주요 수상내역 1975년 MBC 올해의 최고 인기상 1982년 MBC 올해의 최고 인기상 1982년 KBS 가요대상 작사부문 수상 1982년 카톨릭 가요대상 1983년 KBS 제1회 가사대상 1984년 KBS 제2회 가사대상 1985년 PCI 집계 최다 방송상 1985년 ABU 가요제 그랑프리 1985년 LA 국제가요제 그랑프리 1985년 올림픽조직위원회, MBC 공동주최 <아침의 나라에서>선정 1985년 국무총리 표창 1985년 제1회 한국방송협회 주최 아름다운 노래 대상 1986년 제2회 한국방송협회 주최 아름다운 노래 대상 1990년 최다 저작료 수입 표창(한국음악저작권 협회) 1993년 대전 엑스포 노래 <우리는> 선정 1994년 5월 25일 신장이식수술 후 본격적인 문단활동 시작 1999년 동계 아시아경기대회 공식 가요 <영원한 우정> 선정 박건호 작사 주요 히트가요 작품 모닥불(박인희 작곡, 노래) 잊혀진 계절(이범희 작곡, 이용 노래) 아! 대한민국(김재일 작곡, 정수라 노래) 단발머리(조용필 작곡, 노래) 슬픈 인연(일본곡, 나미, 공일오비 노래) 풀잎 이슬(김희갑 작곡, 정수라 노래) 그대는 나의 인생( 김희갑 작곡, 한울타리 노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이범희 작곡, 민해경 노래) 무정 부르스(김영광 작곡, 강승모 노래) 눈물의 파티(이범희 작곡, 조용필 노래)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김희갑 작곡, 최진희 노래) 당신도 울고 있네요(최종혁 작곡, 김종찬 노래)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오동식 작곡, 장은아 노래) 보이네(김명곤 작곡, 나미 노래) 빙글빙글(김명곤 작곡, 나미 노래) 찰랑찰랑(이호섭 작곡, 이자연 노래) 바람이었나(방기남 작곡, 정수라 노래) 새끼손까락(최주호 작곡, 정종숙 노래) 내 곁에 있어주(김영광 작곡, 이수미 노래) 토요일은 밤이 좋아(이호준 작곡, 김종찬 노래) 환희(김명곤 작곡, 정수라 노래) 빈 의자(최종현 작곡, 장재남 노래) 연인들의 이야기(계동균 작곡, 임수정 노래) 아버지의 의자(김희갑 작곡, 정수라 노래) 인어 이야기(김기웅 작곡, 허림 노래) 기다리게 해놓고(장욱조 작곡, 방주연 노래) 고귀한 선물(오동식 작곡, 장은아 노래) 서울(이범희 작곡, 이용 노래) 모나리자(조용필 작곡, 노래) 아베마리아(계동균 작곡, 김승덕 노래) 어젯밤 이야기(이호준 작곡, 소방차 노래) 구름 같은 인생(김영광 작곡, 이자연 노래) 외로워 마세요(김영광 작곡, 조용필 노래) 내 인생은 나의 것(방기남 작곡, 민해경 노래) 등 3,000여곡 발표 시집 「영원의 디딤돌」1969. 성문각, 「타다가 남은 것들」1989. 다다미디어, 「물의 언어로 쓴 불의 시」1994. 다다미디어, 「고독은 하나의 사이였다」1996. 박우사, 「추억의 아랫목이 그립다」1996. 사임당, 「기다림이야 천년을 간들 어떠랴」1997. 춘광, 「나비전설」1998. 토우, 「모닥불 이후」2001. 토우, 「유리상자 안의 신화」2003. 시지시, 「딸랑딸랑 나귀의 방울소리 위에」2006. 모닥불, 「그리운 것은 오래전에 떠났다」2007. 한누리미디어. 가사집 「그 눈물은 지금도 마르지 않았다」1985. 현대악보사, 「모닥불」1989. 다다미디어, 「철새의 편지」1989. 다다미디어. 에세이집 「오선지 밖으로 튀어나온 이야기」1994. 술래, 「시간의 칼날에 베인 자국」1997. 춘광, 「너와 함께 기뻐하리라(투병기)」1996. 하늘,「나는 허수아비」2007. 한누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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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 월간 <스토리문학> 2008년 1월호 ---------------------------------
김순진 ------------ 시인 , 소설가 월간 스토리문학 발행인 도서출판 문학공원 대표 저서 [광대이야기] 외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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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부도에서 선생님을 만난게 엊그제 같은데 다시는 뵐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픔니다 마음만은 언제라도 다시 만나뵐수 있는 박건호 선생님으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주옥같은 노랫말로 만인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로 기억될....늦게나마 박건호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좋아하던 그 많은 노래가 박건호 시인의 작사였슴을 이제야 확인 했어요. 가슴을 찡하게 하는 여운이 물결처럼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