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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한티재)
🐢제6구간(한티재~검마산휴양림)
• 한티재-우천재(우천마을)-임도-자작나무군락지
-(6.6km🔚)추령(497m楸嶺가릿재)-벌목지임도
-635.5봉-왕릉봉(634m)-(12km🔚)덕재
-검마산휴양림 갈림길-휴양림임도(↔0.74km)
☞검마산휴양림
🐌 15km(=14.2+0.74) [정맥 14.2km]
⏳ 8시간30분(07:15~15:45)
이번 주의 원래 산행은
낙동종주 계획대로라면
한티재-(검마산휴양림임도)~아랫삼승령까지 두 구간(33.7km)을 타는 것인데,
아들의 강력한 희망에 따라 낙동 산행은 한 주 쉬고
등야 산행팀을 따라 지리산비탐구간(천왕봉에서 중탈하는 걸로)을 타는 문제로 고심했다.
21번에 걸쳐 지리산의 모든 탐방로를 섭렵했으나
탐방금지구간은 여전히 미답지역으로 남겨진 상태라 비탐구간을 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아들이다.
중탈해도 최소 50km 가까이일듯 하나 월요일이 대체 휴일이라 문제 없겠다 싶었는데 학교 계단에서 굴러 왼쪽 무릎을 다쳐 왔다.
초등생일때부터 다치고 오는 날엔 스스로 판단해 혼자 병원을 다녀오는 아들인데,
골절까지는 아닌지 파스를 붙히고 경과를 보겠다면서 한 구간(한티재~검마산휴양림)이라도 타겠다니
산행 도중에라도 무리다 싶으면 거기서 멈추게 할 생각으로 집을 나선다.
큰 차이도 없다는 말에 고속도로(4시간 30분)를 피하고 국도(5시간 40분)를 이용해 보니 실제론 20여분 차이다.
고속도로에선 날아가듯 과속하는 습관이 있는지라 안전운행을 생각하면 국도 이용이 더 나을듯!
김천에서 식사를 하러 식당을 찾아 나서는데 아들이 탐탁치 않아 하기에 영주에서 저녁식사.
돼지갈비4인분+비냉2+공기밥까지 두둑히 배를 채운 만족스러운 식사^^
한티재 도착 - 영양군 수비면 파출소 앞 작은 공원 쉼터(화장실이 깨끗하고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에서 세면을 하고
바로 옆에 위치한 약천정(藥泉亭 : 조선 순조때의 학자인 藥泉 금희정의 정자로 그 후손이 구한말에 지었단다) 옆(도로변)이 오늘의 차박지.
(⬆약천정)
(⬆수비면파출소 앞 공원쉼터)
한티재~검마산휴양림까지는 짧다는 생각에 알람 시간을 계속 연장해가며 늦잠이다.
[1] 들머리(7:15)
한티재 도로변에 있는 묘지를 중심으로 좌우로 길이 나 있는데 좌측 길로 들어선 후 곧 바로 묘지를 우측에 둔 산길이 들머리다.
(⬆들머리 : 아들 뒤로 묘지를 우측에 둔 산길로 들어선다)
높지도 않아 보이는데 조금씩 고도를 올리더니 업다운으로 이어지는 등로다.
산자락을 감싸 안던 안개가 산 아래로 서서히 밀려나며 맑은 가을 날씨로 변해가니 산행엔 더 없이 좋은데 바람이 없어 다소 아쉽다.
여기도 송진을 채취하려 상채기를 낸 소나무들이 많다.
어느 블러그엔 일제시대 송진을 수탈하기 위해 낸 상처라는데, 수령이 어린 나무에도 같은 상흔이 있는 걸로 보아 해방 이후에도 송진 채취가 행해진 듯 보인다.
(⬆송진채취로 인한 상흔)
[2] 우천재(우천마을 8:55)
볼 것도 없는 산, 조망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좀 낫겠는데 이건 그냥 숲속을 걷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는 무료한 길,
아들은 민달팽이도 찾아보고 흔한 보라금풍뎅이도 전혀 없다며 여전히 시선을 온갖 것에 다 나눠주며 걷는다.
임도를 만나 좌측의 우천마을 쪽으로 내려가니 좌우로 인삼재배지다.
아직까지 인삼 자라는 상태를 실물로 본 적이 없는 부자이니 이번 기회도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어둔다.
"그동안 산삼이 옆에 있다해도 몰랐지만 이젠 알았으니 산삼이나 캐자." 며 농담도 나누고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산에서 임도를 내려선 후 우천마을을 좌측에 두고 약 100m 정도를 걸으면 진행 방향 우측으로 시그널이 걸려있는 입산지점이 보인다)
(⬆인삼)
(⬆우천마을 임도에서 산길로 진입)
[3] 임도(9:20) • 자작나무 군락지
다시 산으로 들어선 후 조금 더 진행하면 빗물에 깊게 패인 임도가 나오고 임도따라 조금 더 오르니 시멘트포장 길로 바뀐다.
바닥에 앉아 삶은 계란과 방울토마토 등으로 간식.
"달면서도 약간 신맛도 나고 탱탱한 게 진짜 맛있어. 사먹는 것과 확실히 달라."
나도 동감하는 맛이다.
"아빠가 키운 것이라 그래."
"내가 심어서 그래!"
"누가 가지 치고 물주며 관리했는데?"
"심은건 나니까 내가 키운거지 ㅋㅋ" 장난스레 우기는 아들이다.
올 여름 내내 산행길 간식으로 부자가 함께 키운 방울토마토인데 이제 한두번 더 따 먹으면 끝날듯!
다시 좀 더 걸어 올라 임도 왼쪽의 산길로 들어선다.
자작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산길이 다 그러듯 오르락 내리락, 걸음도 그에 따라 무겁다 가볍다 하니 기분탓일까!
우리나라 매미 중 유일한 가을 매미(9~11월)인 늦털매미가 숲의 주인인양 울어대고
흔하게 눈에 띄던 노루궁뎅이도 보라금풍뎅이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유심히 걷는 폼을 지켜 보니
다행히 아들 다리가 골절은 아니고 찰과상 정도인듯 하니 회군할 일은 없겠다.
[4] 추령(10:20)
추령에 도착해 사과와 샌드위치, 밤빵을 먹으며 얘기도 나누고 임도에 누워 음악도 들으니 산행을 하는건지 소풍나온 건지... ㅎ
'낙동정맥이 점점 무료하고 특징 없는 산으로 이어진다' 는 느낌이다.
작년 이 맘때는 대간길에 파리똥과 어름을 따 먹으며 꽤 재미가 있는 산이었는데
낙동정맥에선 그런 재미가 없다.
정맥길을 대간길에 비교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풍광 좋은 산도 아니고 조망이 뛰어난 곳도 아닌 것 같은데 산세 좋고 멋진 산들을 놔두고 굳이 정맥을 타야 할까?
더 진행하다 보면 괜찮은 산도 분명 만나겠지만
굳이 정맥길로 만나지 않아도 개별 산행으로 찾아가면 될 터인데...
먼 길 힘들게 품을 들여 풍광 좋은 산을 놔두고 동네 뒷산 같은 평이한 산을 탄다는 것에 개인적으론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
만약 아들 아닌 다른 동반자와 정맥을 하고자 한다면 단언컨데 동참할 일 없었을 것 같다.
정맥도 이럴진데 지맥이나 기맥은?
솔직히 아들이 도전한 길이기에
(개인적으론 운동하는 셈 치고) 동반할 뿐이다.
"전에 알바해서 「두(번) 타(는)산」이라고 부르기로 한 곳 알지. 거기 무릉계곡에서 베틀바위 쪽으로 멋있던데 가을이니 한 주 정맥 건너 뛰고 다음 주는 거기 탈까?"
의향을 물으니 어라~
지리산 비탐구간은 좋다고 먼저 나서더니
정맥타는 중에 무슨 소리? 냐는 듯 반응이 시큰둥하다.
암봉과 암릉이 많은 산을 좋아하는 아들이니 내심 호응할거라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니 더 이상은... ㅠ
추령 임도에서 다시 입산하여 진행하는데 산길 상태가 좋지 않다.
빗물에 토사가 쓸려 등로 폭의 반절(진행 방향의 왼편) 넘게 유실된 상태로 얕게는 50cm 깊이로, 깊게는 1m 이상이 파인 상태다.
무너지고 남은 좁아진 등로는 벌초를 하며 등로 우측의 잡목들을 베어 내 그나마 걸을 순 있었다.
벌초를 안 했다면 분명 알아볼 수도 없었을 그런 길을 한참 오르고 나니 벌목지가 나온다.
(⬆빗물에 깊이 패이고 쓸려나간 등로)
[5] 벌목지 임도(10:55) • 635.5봉
벌목지 사이로 조금 널찍한 공간이 나오고 시멘트임도가 나있다.
물 저장 용도(?)인지 물을 담아 둔 시멘트구조물 우측으로 정맥길이다.
오늘 유일하게 만나는 보라금풍뎅이가 시멘트구조물 안에 빠져 비실거리며 죽어가는 듯 보이니
스틱으로 건져내 햇빛 따뜻한 풀숲에 풀어 놓는 아들이다.
숲길로 좀 더 진행하니 635.5봉이라는 산패가 나오고 내려가는 길 가까운 곳에 작은 추모석이 있다.
등로 옆으로 나무 밑에 세워 둔 작은 추모석이라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인데
워낙 눈매 깊고 관찰력 많은 아들이니 놓칠리 없다.
'~여기서 별이 되고 바람이 되다' 라는 문구를 보며
여기서 죽었나? 어떤 일이? 사인(死因)은?
아들은 별 생각이 없고 나는 궁금하니
살 날이 많은 아들과 죽을 날이 가까운 자의 차이다.
벌목지 통과 중, 식목(植木)한지 꽤 된 곳을 지나는데 어찌나 빽빽하게 곁가지가 자랐는지...그나마 좁은 등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려진 상태인데 띠지 마저 걸린 게 전혀 없다. ㅠ
GPS 산행앱을 켜? 말아?
아직 길 잃은 건 아니니 버텨보자며 진행한다.
얼마나 생각 없이 심었는지 한심스러워 직접 손으로 재보니 나무들 간격이 내 한뼘 안팎인 15cm 정도다~ ㅠ
애써 벌목해 나무를 이런 식으로 심어놨으니 ㅠ
돈 지랄+시간 낭비+헛 짓으로만 보인다.
길 상태가 이러니 땅바닥을 보며 길을 찾아 진행하는데 갑자기 넓어지는 길 - 본능적으로 의심 발동!
"넌 이쪽 살펴봐. 아빤 이 넓은 길 따라 가볼게.
확실한 쪽에서 큰소리로 알리자."
내 쪽은 벌목지가 계속 이어지는 능선길이고 아무래도 우리가 진행해 갈 방향(동북쪽)이 아니다.
"아빠 이쪽이야!"
역시 좌측으로 길 같지도 않은 빽빽하게 심어진 소나무에 파묻힌 작은 틈이 정맥길이다.
아들쪽으로 합류하니 다시 시그널이 나타난다.
(⬆아들 좌측의 좁은 틈새로 이어지는 정맥길)
그뒤로 덕재까지 벌목지는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숲길이 이어진다.
높은 소나무를 따라 자란 덩쿨식물이 물감을 풀어놓은듯 멋진 단풍으로, 자연이 빚은 예술에 잠시 길을 멈추고 포도와 간식을 먹으며 감상한다.
꽤나 더운 초여름 날씨다.
(⬆자연이 창작한 크리스라스 트리)
오늘 구간이 무료했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며 교우관계 등 밀린 이야기를 산행 내내 풀어놓는 아들이다.
영어 학원에 등록한 것도 잘한 결정이란다.
수학은 내가 봐줄 수 있는데
영어는 발음도 그렇고 또 우리 시대처럼 문법 위주인 수업도 아니니 큰 도움이 안되고,
은연 중 학원 다닐 생각도 있기에
"영어만이라도 학원에서 해볼래?" 물었더니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평소 학원 다니는 문제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아빠이고,
형의 경우에도 형이 강력히 희망해 다니게 된 것을 아는지라
아빠가 먼저 제의를 하니 의외였으리라.
"어떻게 할까? 다닐까?"
"강제로 권하는 거 아냐. 네 뜻을 묻는거지."
"언제부터?"
"음... 월요일부터 가봐라. 학원공부가 네게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1주일만 다녀보고 난 뒤 결정하던지."
"그럴까!"
"분명히 해두자. 이 문제는 아빠 뜻이 아니라 네가 결정하는거야."
"알았어."
그러더니 그 뒤에 보이는 행동은 이미 학원 다니는 걸 기정 사실화하는 행동이다.
같은 학원에 수강중인 급우들에게 시간표와 교재를 물어보며 등원할 준비를 먼저 다 하는 아들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 월요일(9/27)부터 영어 학원 수업을 받게 된건데 '수학도 같이 하면 안되냐?' 고 묻는다.
"학원은 스스로 할 수 없거나 혼자 하기엔 여의치 않을 때 부득히 이용하는거지, 혼자 할 수 있는 데 학원에 의존하면 자기 주도학습 능력을 잃게 된다."
그래서 영어만 다니기로 한건데 역시나다.
강의 시간보다 일찍 미리미리 등원하는 모습이며 과제 수행도 미루지 않고 해내는 게 예상하던 그대로다.
"1주일 다녀 보니 어때?"
"재밌어. 원장님도 아주 쉽게 가르쳐 주시고."
"언제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학원 다니는 건 의무도 필수도 아냐.
네가 결정한 것이니 언제든 그만 두는 것도 네가 결정하는거야."
아들도 잘 안다.
본인이 원해서 하고자 하는 건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한번 그만 두면 쉽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아빠란 걸!
두 아들의 지속성과 꾸준함이 또래에 비해 월등한 것은
본인이 원하는 기회를 주되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그에 상응한 결과를 감수하게 했던 원칙을 지켜 온 탓이다.
흔히 부모는 자식에게 무한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기회는 아이들을 혼란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기회란 것도 여느 다른 경제적 자원처럼 희소성의 가치란 게 있고 또 적합, 적절한 수준이어야 한다.
무한한 기회는 자칫 집중할 기회가 어떤 것인지 조차 분별할 수 없는 경우를 낳고
자칫 방만하게 다루게 되어 모든 기회를 무의미하게 희석시켜 버리는 함정이 있다.
기회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적절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즉 자녀를 교육시키는 부모 입장에서
기회를 무한히 제공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유의미한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잘 알아. 걱정마. 알아서 할게."
충분히 믿음이 가니 말 그대로 잘 알아서 할 것이다.
등로가 꽤나 길게 내리막을 타더니
길을 막고 쓰러진 오래된 고사목과 그 주위로 빼곡하게 자란 잡목과 덤풀로 길이 끊겼다.
분명 갑자기 사라질 일은 없으니 이리 저리 찾아보지만 길다운 길이 안 보인다.
뒤따라 온 아들에게
"나누어서 찾아보자" 말 떨어지기 무섭게
"이쪽이야!"
엥! 아들이 가르키는 곳으로 눈 높이를 올려 산허리쪽을 바라보니 길이 보인다.
난 길이 끊어진 지점 주변에 시야를 두었고
아들은 주변을 버리고 가상의 등로를 그리며 산허리쪽에 시야를 두고 살폈다는 차이다.
평소 가르쳐 주면서도 당사자는 곧잘 근시안이 되는데, 아들은 배운대로 써먹는다.
[6] 왕릉봉(13:05)
업다운을 반복하며 도착했지만 산패 외엔 무미건조한 풍경이다.
빨리 끝내자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바삐 놀리는데
유난히 많은 보라색 버섯 군락을 발견하지만 이게 정말 식용 가능한 가지버섯인지 장담할 수 없어 패스.
아들은 유행가를 부르며 유유자적한 걸음이다.
문득 걷든 것도 지겨워 아들 홀로 걷게 놔둔 채 산악마라톤하듯 냅다 뛴다.
뛰는 폼이 아직은 팔팔해 보이니 덕재까지 내리 쉬지 않고 뛰어보는데 속도는 썩 나지 않는다.
[7] 덕재(13:40)
왕릉봉 넘어서면 덕재가 가까이 있을거란 느낌이었는데 솔찬히 멀다.
속보와 뜀박질을 섞어가며 덕재에 도착.
상당히 뒤처진 거리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곧장 덕재로 내려서는 것을 보니 뒤따라 뛰어 왔나 보다.
덕재에서 잠시 숨고르는데 차량 통행이 꽤 있다.
이곳 역시 구간을 정할 때 끊어가기 용이한 지점으로 보이는데
올려진 산행기를 보니 이곳을 들•날머리로 삼는 경우도 꽤 있었다.
[8] 검마산휴양림 갈림길(15:10)
덕재에서 절개지로 올라 진행을 이어간다. 남은 거리는 휴양림주차장까지 3km 안팎.
오르내리며 진행하니 어린 나무가 식재된 벌목지도 나오고(능선을 중심으로 우측면은 벌목지 좌측은 숲) 그곳을 통과하니 다시 숲속으로 이어진다.
휴양림으로 내려가는 갈림길 이정표를 만나고
그곳을 지나 좀 더 능선길을 따라 내려가면 날머리인 휴양림 임도다.
(⬆이 지점에서 능선으로 좀 더 내려가면 휴양림임도다)
[9] 휴양림 임도(15:20)
임도의 이정표로는 주차장까진 0.74km
이 지점에서 오늘의 정맥 종주를 끝내고
접속로인 임도를 따라 검마산휴양림 주차장으로 하산.
(⬆이곳으로 오늘의 정맥길을 끝낸다)
[10] 검마산휴양림 주차장(15:45)
텐트 야영객들이 꽤 있고
계곡은 산세가 깊지 않으니 수량은 많지 않다.
잘 가꾸어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아들과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며 산행을 마무리 짓는다.
스스로 목표를 정해 나선 종주이긴 해도
때론 지루하고 무료할 수도 있는 길인데
즐겁게 혹은 묵묵히 한 구간씩 해 나가는 모습이,
내가 아들 나이일 때는 상상도 못해 볼 모습이다.
내 자식이지만 참 신기하고 남 다르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나아가는 모습에서 자긍심을 느끼는걸까?
"무릎 멀쩡한걸 보니 아랫삼승령까지 이어갈 걸 그랬다."
"무리 안해서 멀쩡한거야. 일찍 가서 학원 과제해야 돼."
"내일 대체휴일이라 시간 충분하잖아."
"과제량이 많아."
산행을 하면서도 항상 과제할 생각을 하는 아들이니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공부는 해야 될 일이라 생각한다는 것인데
이게 좋은 현상인지 아닌지 솔직히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선 학생이란 신분이
공부하란 강요나 권고가 있든 없든 공부라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데
요즘처럼 경쟁이 심한 시대에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거의 불가능한 일일 수도.
그래도 난 그 불가능에 도전하는 아비이고 싶고
학창시절이 행복했다는 기억으로 채우게 하고 싶다.
[11] 주차지 복귀(16:10)
오늘 산행은 마치 한바퀴 빙 돌아 제 자리로 돌아온듯한 느낌이다.
괴산군 분지리(안말)를 빙 둘러 돌아가는 은티재~이화령의 대간길처럼
이곳도 영양군 수비면 오기리를 가운데 두고 남쪽으로 내려가 다시 동북쪽으로 돌아가는 코스이다 보니 택시비도 ₩10,000에 불과하다.
지난 주에 이어 조희석 기사님(010-4804-9595)이 픽업을 나서 주었다.
귀가길 역시 국도를 이용한다.
차 막히는 일 없고 과속할 염려 없는데다가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절약된다.
여러 도시를 거쳐간다는 재미도 더 해지니 앞으로도 계속 국도를 이용할 생각이다.
귀가하니 21:30 ㅡㅡ
첫댓글 이슬하선배님!
내일이 벌써 절기상 찬서리가 내린다는 한로입니다.
이제 모든 식물이 생장을 멈추고 찬서리에 몸을 숙이는 계절이 왔네요.
다음주부터는 기온이 10도까지 뚝 떨어지니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드나 봅니다.
낙동태극이라는 그 지점을 통과하시고 계시네요.
제가 속한 낙동팀은 답운치에서 출발하여 밤새 가다가 덕재에서 수비면에 나가 아침을 먹고
또다시 검마산으로 붙어 아래삼승령까지 한 구간을 갔습니다.
간혹 전망이 나오더라도 산뿐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 낮에 가나 밤에 가나 별반 차이가 없는 곳이라 보고요.
하지만 덕재 지난 겨우니 사진에 일월산으로 가는 덕산지맥 능선이 환하게 펼쳐져 보입니다.
겨우니가 다쳤다구요.
무릎 부위에 키넥싱테이프라도 붙이고 뛸걸 그랬습니다.
수고 많으셨구요.
아버님이 워낙에 밑거름을 잘 돌봐주셔서 기대대로 쑥쑥 잘 자라고 잘 성장해서 단단한 동량이 될것 같습니다.^^
아 낙동태극이라 하는 군요.
어쩐지 내려오다 다시 올라가는 게 원을 그린다 했는데.
압박붕대랑 준비는 했는데
왠만해선 그냥 이겨내고 버티어내도록 ㅡ
강하게 키우려는 마음에 내버려두었습니다.
맘속으론 왜 걱정이 안되겠습니까!
이 보다 더 심한 경우도 그동안 잘 버텨낸 아들이어서 모른 척 했습니다.
겨운이 다친 무릎은 괜찮은거지요?
보면 제가 배울게 많습니다.
어쩌면 선배님 사고(생각방식, 가치지향성) 등이 저랑 그렇게 흡사할까요?
매칭비율 100%를 넘어서는것 같습니다. ㅎㅎ
자기주도형 학습을 놓쳐버린 제 딸은
그 무엇도 자기손으로 하지않고
비싼 학원선생님의 이유식을 받아먹고야 깨닫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지요....
심지어 책읽는 것도 귀찮아 줄거리 내용만 간략히 듣고 끝내고 있습니다.
이 모든게
자식사랑의 오류로 발생한 일이겠지요?
그 모든 오류의 주 원인 제공자인 와이프와는 견해 차이로 참 많이도 싸웠네요
오죽하면 지금껏 대화도 잘 나누지 않고 서먹서먹하게 지내고 있겠습니까?....
저는 아버지 뜻대로 가정이 다 흘러가는줄로만 알았습니다.
근데...
전혀 아니더라구요~
여성의 무서운 힘을... 세월이 가면 갈수록 더더욱 처절하게 느끼고 있네요 ㅋㅋ
암튼~!
갑자기 울컥하며 이야기가 엉뚱한데로 흐릅니다.
아버지 교육방침을 그대로 실현시킨 선배님 가정에 너무도 큰 부러움 가져보며
산행기를 통해 삶의 여러부분을 공감해 가고 있네요~
늘 즐거이 감상하고 있답니다.
이번주도 행복한 시간 이어지기를 빌어봅니다. 홧팅~! ^^
우리나라 가정의 공통점 아닌가요!
부인의 영향력이 크긴 크죠. 그것도 아주 엄청!
우리 가정은 약간 예외죠.
10살 차이고, 아내가 어린 고교생일 때 만난 사이라
남편이기에 앞서 큰 오빠요 어른이라는 기억이 강하게 남은 모양입니다.
가끔 딸 하나 아들 둘 키운다고 농담도 하죠. ㅎ
그리고 집사람이 돈에 관심이 전혀 없어요.
돈이 얼마나 들어가고 나가는지 단 한번 묻지도 관심도 없는 순하고 착하기만 한 지리산 시골 처자랍니다.
양육 문제도 전적으로 남편 뜻을 존중하고 믿는 사람이라...
친구들 왈~ '자기 뜻대로 하고픈거 다 하며 사는 건 너뿐' 이고 부인 잘 만나서 그런다(사실 맞죠)고 말하죠 ㅋ
하지만
살아보니 다 좋은 건 아니더라고요.
모든 걸 믿고 맡긴다? 내 뜻대로 하고 산다?
그건 반대로 모든 결과는 내 책임이라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그만큼 모든 것에 부담은 큽니다.
나케님도 그리 생각하시는구나.
나도 그래요.
'햐아 이 양반 나랑 참 같네' ㅎㅎ
근데 외모는 완전 반대같더군요 ㅋㅋ
난 배가 조금도 안 나왔고
허리도 30사이즈가 헐렁하고
유연한 몸에 순발력 엄청 좋고
이번 구간은 한티재를 출발하여 추령을 지나고 왕릉봉, 덕재를 지난 검마산휴양림임도까지 진행하셨네요.
낙동정맥하면서 저도 같은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되어 가물거리지만 휴양림 모습도 떠올려지네요.
부자간 정감어린 산행 모습이며 산과 동요되는 모습도 멋집니다.
늘 즐겁고 안전한 여정이어지시길 기대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카페지기님의 관심과 응원에 항상 감사합니다.
산을 볼려면 숲이 진짜 산이죠.
눈이 즐거운 멋진곳만 찿다보면 금방거덜이 납니다.
전국의 산들을 고루고루 가보자했더니 그 길이 산줄기 걷기었습니다.
이제는 산이면 조건없이 그냥 좋아지게 되었고요.
낙동정맥 6구간 수고하셨습니다.
제 입장에선, 거덜나서 더 이상 찾을 산이 없을 일은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아들도 자라면서 할 일도 늘어날 것이고
또 제 인생 찾아갈텐데
함께 타면 앞으로 몇년이나 타겠습니까!
운영자님처럼 '다 좋은 산' 이라는 경지에 이르지 못해
아직도 '다 힘든 산' 으로 다가올 때가 많답니다. ㅠ
아들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함께 타는> 수준이지
산 자체가 좋아 <산을 타는> 수준은 못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부자간의 알콩달콩한 산행후기 즐감합니다.
서로간에 잔잔하게 흐르는 사랑이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지도를 놓고 넓게 보면 한티재~검마산~백암산 형태가
별국자 모양새여서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두고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산행기의 색깔이 확실해서 술술 읽혀집니다.
산행기에 흐르는 주된 산행 느낌은 아버지의 것이고,
산행기 행간에 엿보이는 주목적은 아들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되게 하려는 것.
독자의 입장에서 희망사항이 있다면,
산행기에 투영되는 사고가 아들 것도 섞여 있다면 더 좋겠고,
산행기 목적도 아들 뿐 아니라 아버님 자신의 인생을 위한 것도 된다면 더 좋겠다는....
그래야만,
'산세 좋고 멋진 산들을 놔두고 굳이 정맥을 타야 할까?'
'아들이 도전한 길이기에 (개인적으론 운동하는 셈 치고) 동반할 뿐이다.'
이런 회의적인 과정이 좀 덜 힘들지 않을까 하고 안타까움을 전해봅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선율처럼 흐르는 산행기 즐감했습니다.
바쁘다 보니 답글을 이제 봤네요.
아들을 염두에 두고 훗날 읽어보고 다시 느끼며 사색했으면 하는 목적으로 쓰다보니 내 생각을 많이 남기게 되네요.
낙동정맥 봉화군 지역 추령지역 지나셨네요 항상 응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