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간 : 사치재 → 육십령
♤ 경 로 : 사치재 → 새맥이재 → 복성이재 → 봉화산 → 광대치 → 월경산 → 중재 → 백운산 → 영취산 → 깃대봉 → 육십령
♤ 기 간 : 97. 6. 21 (1일)
♤ 산행거리 : 도보 ☞ 36 Km, 대간 ☞ 36 Km
♤ 거리누계 : 도보 ☞ 157 Km, 대간 ☞ 113 Km
♤ 산행시간 : 12:30시간(누계 46:00시간)
♤ 경 비 : 40,000원(누계 150,000원)
♤ 장 비 : 배낭(25ℓ), 수통(1.2ℓ), 헤드램프, 지도, 나침반, 등산수 첩, 필기구, 손수건, 고오글, 카메라, 필름, 간식(약밥), 배낭카바, 예비옷, 다목적칼
♤ 식 량 : 중식용(김밥, 옥수수캔)
♤ 복 장 : T셔츠, 트레이킹화, 스판바지
참고사항
☞ 매점
사치재(지리산휴게소), 육십령
☞ 식수
사치재, 중재 아래(0.5Km), 민령 아래(0.3Km, 수량 적음), 육십령
97. 6. 21(토) 흐림
일 정 : 기상(대구, 03:30) → 출발(대구, 04:00) → 사치재(0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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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7봉(06:15) → 새맥이재(06:35) → 시리봉(07:00) → 복성 이재(08:10) → 조식(08:20) → 봉화산(09:45) → 광대치 (11:05) → 월경산(11:35) → 중재(12:00) → 중식(식수보충, 12:50) → 백운산(14:30) → 영취산(15:50) → 무명안부(식수 보충, 16:45착, 17:05발) → 977.1봉(17:45) → 민령(18:25) → 간식(약밥, 18:35) → 깃대봉(19:00) → 육십령(20:00) → 거창(20:45) → 대구(21:00)
끊을 만한 구간도 마땅치 않고 망설여지길 여러 시간, 백운산 아래 어디에서 비박을 하기로 하고, 교통편도 어려워 해용이 에게 부탁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용이 차로 새벽에 사치재에 도착 미안한 마음으로 용이를 되돌려 보내고, 저는 내가 왜 이러는 지를 모르겠지만 난 가야된다.
아무래도......
또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마음은 언제나 산 애래 서 있으면 새롭다.
사치재에서 이리저리 길을 더듬다가 산줄기 바로는 길이 안보이고 서쪽으로 살짝 돌아가면 길이 나온다.
잡목숲 우거진 곳으로 경사로를 오르면 소나무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길 흔적이 거의 없다.
무작정 쓰러진 소나무 더미와 수풀을 헤치고 앞으로 전진하여 언덕지대를 오르면 발아래 지리산 휴게소와 88고속도로가 펼쳐진다.
곧이어 불타버린 소나무들이 널려 있으며 앞쪽으로 수풀이 꽉 들어차 있다.
아침이슬을 한껏 머금고 있어 몇 m 진행해서는 이내 온몸이 다 젖어버리고 등산화 속에도 물이 가득차 버린다.
등산화가 고어텍스면 뭣하나, 위로 물이 들어가는데......
이럴 때는 스패츠가 더 용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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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도 근본적으로 방수의를 상하로 입지 않고서는 도리 없다.
아무튼 끊이지 않는 수풀이 자그마한 능선 따라 끝이 없어 찬물이 온몸을 감싸 시작부터 의지가 꺽여버린다.
오늘 또 고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지나친다.
완만한 능선 따라 차거운 수풀이 얼굴 위까지 덮쳐 아예 모든 것 포기하고 수풀을 밀어붙인다.
산행이라기 보다는 수풀을 민다는 표현이 맞다.
밀어야만 갈 수 있는 길이다.
나무는 별로 없어 이따금씩 좌우전망이 확 트인다.
바로앞 697봉을 똑바로 보며 전진한다.
산을 이리저리 어지럽게 깍아만든 산판길로 산림훼손이 극에 달해있다.
697봉에 올라 지나온 대간 줄기를 물끄러미 훑어본다.
바로 앞부분 외에는 그 끝이 어딘지 보이지도 않고 가늠도 되지 않는다.
앞쪽 내가 가야할곳도 어딘지 그 끝도 보이지 않고......
바로 앞만 보고 대강의 줄기를 짐작하여 나아갈 뿐이다.
다시 수풀은 대단하고 별 생각 없이 헤엄치듯 물을 퍼붓듯이 쏟아 내리는 수풀을 헤친다.
체력이 많이 쓰인다.
아무래도 길이 좀 어중중하다.
유심히 이리저리 살피니 전방에 리본이 보인다.
조그만 재를 지나 오른쪽 방향으로 틀어 내리니 수풀지대가 끝이 나고 내림길이다.
잠시 내려가니 농로가 하나 나온다.
"새맥이재"인 것 같다.
어디서 경운기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재를 지나 곧바로 산길로 진입하면 한국형 소나무(?)지대의 평이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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름 길로 접어든다.
질퍽한 등산화를 밟으며 오름 길이 계속된다.
아마 아까전 어림잡은 시리봉인듯하다.
한참을 올라 또하나의 수풀을 뚫으니 넓은 헬기장이 갑자기 나온다. 시리봉 능선부이다.(776.8m)
좌측으로 방향을 튼 대간 줄기는 다시 이때 것보다 더 심한 수풀로 앞을 사정없이 막아선다.
"이왕 배린 몸, 그래 해보자"며 그대로 돌진이다.
억새, 싸리, 덩굴, 찔레등 스치는 찰과상과 가시의 따끔함, 거기에 한술 더 떠서 거미줄이 얼굴을 무수히 감싸고 거미도 몇 마리 몸에 달라붙고, 이슬의 물은 온몸을 푹 적시고, 곧 새물로 갈아 체온을 더 차갑게 식힌다.
정말 지겹다.
기왕 이렇게 된 것 돌은놈(원문 표기임, =미친놈)처럼 앞으로 나아가야지...
처음부터라면 아예 안 갔을지도 모르겠다.(일반 산행시라면 아예 돌아가던지 딴 길을 찾았을 것이다.)
그렇다 치고, 이것이 또한 대간의 미지로 향하는 원초적인 매력이 아닐는지......
혼자 욕도 하고(우~~ 쒸~~~), 열도 극에 달하고, 더러워서 다시는 안 한다고 돌아와서는, 또 그립고... 다시 출발하려면 사실 하기 힘들어 두려운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가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 대간 길이 아닌가 한다.
한참을 숲과 싸우며 이젠 미운정이 흠뿍들어 친구 하고픈 때에 바위틈 아래로 산아래 마을과 앞쪽멀리 산줄기가 펼쳐진다.
전망 좋다.
발아래 "아막성"터가 보이고 건너 복성이재 우측으로 성리마을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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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으로 목장 비슷한 것이, 그리고 치재라는 산줄기가 끝없이 이어져 독도 된다.
봉화산은 어디쯤 되나?
가늠하기 힘든다.
"뭐∼ 앞에 있겠지. 가다보면 나오겠지."
약간의 경사진 길에 또다시 수풀을 헤치고 내려간다.(이젠 포기다.)
경사를 다 내려선 지점에 오디가 엄청 많이 달린 뽕나무를 건너 섵터(아막성터)를 우측으로 돌아 작은 언덕을 넘으면 재 위까지 아스팔트로 포장된 봉성이재(짓재)가 나온다.
길옆으로 나무둥지를 많이 쌓아놨다.
바로 띄엄띄엄 소나무가 있는 숲길을 오르면 비탈의 좌측으로 목장이 넓게 자리잡고 전망이 좋다.
억새 오름 길을 다 올라가면 목장터 최상부의 치재 능선에 이른다. 잠시 간식을 먹으려니 웬 벌떼들이 갑자기 벌떼같이 덤벼들어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씨∼ 좀 쉬지도 못하나?"
원래 철쭉으로 빽빽하여 고생 꽤나 할쯤 직한 내리막길은 철쭉을 베어 길 통로를 내어 쉽게 내려설 수 있다.
"그냥 놔두지. 한판 또 붙게!"
다소 여유로이 씩∼ 웃으며 능선 길을 한참이나 지난다.
봉황산쯤 되어 보이는 산이 저 앞에 버티고 있다.
가까울 것 같은데 접근이 꽤나 길다.
산 아래쯤 도착하여 다시 억새군락을 밀어붙인다.
오늘은 아무래도 풀밭에 묻히는 날인가 보다.
이때껏 찌푸린 하늘의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온다.
곧 땡볕으로 내리쬔다.
덥다.
봉화산 오름 길이 보기 보단 쉽지 않다.
많은 체력을 소모하며 봉화산에 오르니 전망이 너무 좋다.
사방으로 확 트이며 피로가 다 풀린다.
날도 맑아졌고 어느새 풀잎들의 이슬도 다 말랐다.
봉화산 주위는 억새의 군락지다.
이따금씩 서있는 소나무들은 시커멓게 타 있다.
아마 산불이 크게 났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동쪽능선 아래로 산불감시초소도 보인다.
북쪽의 계곡으로 전망이 좋으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꽤나 괜찮다.
완만한 능선을 다라 북으로 전진한다.
능선의 좌측으로 산림도가 나 있다.
꽤 넓다.
도로는 능선에서 우측의 송리 마을로 굽어져 내려간다.
아늑한 능선 길을 억새사이로 지나간다.
이때는 혼자만이 가는 이 길이 너무 좋다.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능선이 꽤나 길다.
지겨울 정도로 능선이 이어지다가 이따금 암반 길과 나무 몇 그루가 보인다.
점점더 나무숲이 많아지며 길도 험해진다.
별 생각 없이 능선 숲길을 헤치는데 사람소리가 들린다.
지리산 만복대 이후로 첫 등산객과의 만남이다.
지금 이 길에서 등산객들이라고 하면 틀림없이 대간종주자들이겠지만 확실한 종주자와의 첫만남이다.
대충 들리는 대화와 느낌으로 봐서는 40대쯤의 선생님인 듯한 사람이 앞서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고 학생들로 중, 고등학생들로 보이는(남자셋, 여자한사람) 학생들이 유니폼(대간 로고를 새긴 유니폼) 티셔츠를 모두같이 입고 내가들어 보기엔 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너는 걔를 어떻게 생각하니? 등) 대간의 지여움을 달래고 있다. 선생님인 듯한 분이 인사를 하고 "혼자 다니십니까?" 한다.
"네." 하고 웃어 보이며 지나친다.
저들은 내가 부러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저들이 부럽다.
같이 대간을 종주할 사람이 있었으면......
잡목터에 자리잡은 광대치 에서 완만한 능선은 끝이 나고 가파른 오름이 다시 시작된다.
아마 월경산 오름인 듯 하다.
땡볕에 이젠 덥고 아직 등산화 안엔 물이 가득차있고 체력은 많이 소모되었다.
힘들고 속도가 많이 줄었다.
숲으로 가득차 산줄기의 전망은 트이지 않는다.
가끔씩 붉은 페인트가 나무에 칠해져있다.
산 능에는 갈림길이 많아 길 찾기에 주의해야겠다.
약간의 좌측으로 돌아가는데 갑자기 발아래 큰 뱀이 한 마리 눈에 확 띄인다.
갑작스런 만남에 저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50cm 정도의 거리를 두고 화들짝 놀라 뒤로 꾸불렁 꾸불렁 물러서는 뱀과 나도 반사적으로 후다닥 그 자리를 박차 앞으로 몇 걸음 내달렸다.
그리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걷는다.
"절마 저거 아무래도 나 때문에 아 떨어졌겠다."...
사실 눈에 안보여서 그렇지 수풀 속에 아래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지나치는 뱀이 아마 많을 것이다.
그래서 신발은 될 수있는한 걷기에 무딘감이 있더라도 목이긴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겠고 또한 뱀생각하면 갈 길도 못 가니 그냥 생각 없이 가는 것이 좋겠다.
좀 찝집하긴 하지만...
월경산(980.4m)을 지나 다소 경사진 산비탈을 내려가다가 실수를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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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갈래 길이 뚜렷하고 둘 다 대간을 알리는 리본이 매달려 있는데 좌측 길에 금방 꺽은듯한 나뭇가지가 길을 가로막고 있어 우측 길을 택했다.(사방은 숲에 가려 전망이 전혀 없는 비탈길임. 약간 내림길)
그것이 실수로 이어진다.
길이 점점더 희미해지더니 급경사의 길을 다 내려선 다음에야 그 길이 대간 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계곡과 접해있기 때문이다.
다시 올라가기엔 체력이 안 따를 것 같아
그냥 내려간다.
작은 지곡으로 길이 아예 없는 곳이며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의 흔적이 보인다.
잡목과 수풀을 가까스로 비집고 한참만에 통과해보니 임도가 접해진다.
옆으로 물이 풍부히 흐른다.
아마 대간종주자들이 물을 구하려고 아니면 동족 중재마을로 하산하기 위한 지름길로 사용한 것 같다.
지형을 가늠해보니 이 임도 따라 좌측으로 오르면 중재인 것 같다. 약간 비켜선 셈이다.
길 따라 0.5km 오른다.
어김없이 사진으로 본 중재가 거기에 있다.
우측에 큰 나무가 하나 서있고 리본들이 많이 달려있다.
중재 나무그늘에 앉아 중식으로 김밥과 옥수수 캔을 먹는다.
임도 따라 서쪽으로 내려가 본다.
폐가가 한 채있고 밭이 펼쳐져 있다.
다시 중재로 올라와 산을 오른다.
우측으로 밭과 건물이 보이며 소가 풀을 뜯고 있다.
잡목과 가시덩쿨을 헤치며 다시 오른다.
경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체력이 부친다.
급기야 급경사의 오름 길이 나오며 거의 진행할 힘이 없어졌다. 오버페이스인가?
가다 멈추다를 반복하다 털썩 주저앉아 버린다.
아마 앞에 보이는 봉우리는 백운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