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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으로부터전」 초대전 서문, 이후갤러리-서울, 홍인갤러리-대전, 1998.
異化와 同化(문정규의 작업에 대하여)
윤 진 섭 (미술평론가 / 호남대 교수)
아마도 퍼포먼스(Performance)는 예술의 매체나 장르 중에서 가장 개방적인 소통방식일 것이다. 그것은 고전적인 공연예술(Performing art)이 지닌 엄격한 형식에 저항하여 공간의 개방성과 몰형식을 추구해왔다. 특히 퍼포먼스는 최근에 들어 다양한 하이테크 매체와 접목됨으로써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백남준의 인공위성을 이용한, 리얼 타임대에 이루어지는 위성 통신 쇼(바이 바이 커플링,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를 필두로 호주의 행위예술가인 스텔락은 인터넷을 이용한 쌍방향 대화형의 보디 아트를 시도하고 있다. 정교한 기계장치에 의해 작동되는 인공팔을 부착한 스텔락의 보디 아트는 인터넷을 이용한 컴퓨터 퍼포먼스로서 수만리 떨어진 관객이 컴퓨터를 조작하면 퍼포먼스 현장에 있는 작가의 몸에 부착된 인공팔이 작동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퍼포먼스는 다변화되는 과학기술 환경에 가장 쉽게 적응하는 매체이자 앞으로 가장 각광받게 될 차세대 소통방식이기도 하다. 미래의 예술에 대해 선견지명이 있는 예술가라면 한 번쯤 관심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 매체가 바로 퍼포먼스가 아닌가 한다. 대전에 거주하는 문정규는 퍼포먼스의 이같은 장점에 착안하여 일찍이 1980년대 초반부터 퍼포먼스에 전력을 경주해 온 행위예술가이다. 퍼포먼스에 보이는 그의 정렬과 관심은 석사학위 논문 테마를 이 분야에 관한 것으로 잡을 만큼 크며, 10년간에 걸친 자신의 퍼포먼스 활동을 한 권의 자료집으로 묶을 정도로 의욕이 높고 당차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문정규는 매우 다양한 측면의 아이디어를 실연(實演)에 옮겼다는 점에서 가위 전방위(全方位) 퍼포머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주로 신체예술(Body Art)과 컨셉추얼 아트 계열에 속하는 그의 작업은 은근한 유모어를 바탕에 깔고 사회 혹은 문명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풍자성이 강하며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변죽을 울림으로써 사회현상에 대한 관객들의 새로운 인식을 유도하는 경향이 짙다.
문정규의 여러 퍼포먼스 작품 가운데서 가장 유니크한 것은 1991년 국제자연미술전 개막 퍼포먼스로서 공주 문예회관 광장에서 가졌던 '인간과 문명, 그리고 자연' 일 것이다. 물고기와 사람, 아카시아 나무를 세 대의 승용차에 매달고 광장을 누빈 이 작품은 기계문명에 의해 점차 소멸되어 가는 생명의 문제를 다룬것이다. 그 밖에 스테인레스 수저와 나이프, 젓가락들이 조합된 총을 사용한 일련의 퍼포먼스들(포스트 모던 가족, 음식전쟁 등)은 기아, 성, 권력과 폭력, 가정문제, 이데올로기 등 현대의 사회정치적 이슈에 대해 관심을 보인 작품들이다.
문정규의 보디 퍼포먼스 중에서 또 하나 관심을 끄는 작품은 남자의 성기를 꽃으로 장식한 작품이다. 사진으로 제시된 이 작품은 사진미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조차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것으로 자연과 인체의 관계를 동일한 범주 속에서 다룬 작품이다. 인간의 육체를 자연의 일부로 파악함으로써 미와 추의 범주적 결합, 생성과 소멸의 합일을 개념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80년대를 통해 개념미술에 관한 사고의 훈련을 겪은 문정규에게 있어서 그 흔적은 1986년의 사각형 프레임을 사용한 일련의 퍼포먼스와 드로잉 작품 속에 반영되어 있다. 구상회화에서 출발하여 기하학적 추상, 온건한 형태의 표현주의로 점차 이행해 갔던 문정규 회화의 족적은 퍼포먼스와 결합하는 가운데 이러한 요소들이 회화와 퍼포먼스 속에 상호 침투되면서 때로는 표현주의적인 요소가 강세를 보일 때도 있었고, 때로는 개념적 요소가 우세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그의 퍼포먼스 작품 속에서 보이는 시각적 상징성, 즉 연막탄, 피, 색채, 드로잉 등은 표현주의적 요소로서 사각형 프레임이나 초기 회화에서 보이는 기하학적 화면(1987년 작)과 퍼포먼스에서 끈으로 묶는 행위와 같은 개념적 요소와는 구분되는 것이다.
문정규의 회화작품들은 얼핏 보기에 그의 퍼포먼스 작품과는 독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제면에서 볼 때 같은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 회화에서 자연에 대한 그의 관심은 퍼포먼스에서 문명의 반대 개념으로서의 자연과 연결된다. 즉, 퍼포먼스에서는 예컨대, 폭력을 제시함으로써 생명의 가치를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예, 자동차에 매달린 물고기 등) 회화작품에서는 직설적으로 자연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데이빗 살르의 작품에서 보이는 것처럼 두 개의 서로 다른 화면을 병치하는 방법을 구사하는 문정규의 회화작품은 마치 옴니버스 소설형식처럼 서로 다른 맥락의 내용을 병치함으로써 異化(alienation)의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사건의 논리적 기승전결을 중시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의외성과 소외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기법은 논리적 인과관계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현대의 인식구조를 예술을 통해 밝혀 보려는 작가들의 노력의 일환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문정규가 시도하는 이러한 방식은 설득력이 있다. 그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이질적인 소재들의 결합은 한 화면 속에서 異化와 同化의 과정을 겪는 기묘한 모순을 보여준다. 추상과 구상, 사진의 리얼리티와 회화의 순수성, 드로잉과 정교한 묘사 등의 표현형식은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칸막이를 넘나들면서 관찰하는 관람자의 시선을 교란시키기도 하지만 우연으로 가득찬 일상적 경험을 염두에 둘 때, 그 자체가 현실의 일부임을 인식하게 만든다.
문정규에게 있어서 그의 퍼포먼스 작업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자칫 그를 전업 행위예술가로 여기게 할 소지가 높았다. 그러나 적어도 10여년 이상 병행해 온 그의 회화작품을 염두에 둔다면 드로잉에 바탕을 둔 그의 회화세계 역시 유니크한 측면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퍼포먼스와는 또 다른 맛을 지닌 그의 회화작품을 통하여 우리는 문정규의 개성의 일면을 엿보게 될 것이다. ♥ 「자연으로부터전」 초대전 서문, 이후갤러리-서울, 홍인갤러리-대전, 1998.
Alienation and Assimilation
Yoon, Jin-Seob (Art Critic, Prof. of Ho Nam Univ.)
performance is perhaps an open-and-shut method of communication among medium or genre of art. It has continued to pursue for openness of space and in-formality contrary to severe form of classical performing art. In particular, performance is nowadays leading to the point beyond common people's imagination, for it has been implanted with various hightech media. From Paik Nam June's communications satellite show (Bye Bye Kipling, Good Morning Mr Owel, etc.) down using an earth satellite, an Australian performer Stellac attempts to Body Art through mutual dialogue via Intenet. Stellac's Body Art with artificial arm operated by elaborate mechanism is a computer performance using Internet, and it is possible to move an artificial arm attached to the artist in the scene of performance, provided that an audience aloof from the scene operates his own computer.
Likewise, performance is a medium most easily applicable for various scientific environment as well as the most prominent communication method of next generation. Any artist capable for forseeing the future's art will regard performance as a medium worthy of concern at least one time. Moon Jeong-Kyoo is a performer who has done his utmost for performance's sake from the First part of 1980s, aiming at this strong point of performance. His enthusiasm and concern towards
performance are well illustrated in the selection of a theme from the field of performance for his Master Degree, and he can be judged as a man of strong intention from the fact that he has published a book centered upon his performance activities over 10 years.
It will not be abnormal to state that Moon Jeong-Kyoo is an all-round performer in that he has shown various ideas on the stage during the period over 10 years. His working belonging mainly to Body Art or Conceptual Art shows a critical view on the contemporary society or civilization on the basis of implicit humour. His performance intends to bring about a new recognition of audience about social phenomena, for it has strong satire and beats about the bush instead of direct criticism.
The most unique one of his various performances will be a work, 'Man, Civilization and Nature', manifested in the International Nature Art Exhibition Kum-River 1991. This piece, comprizing with three cars hanging fish, man and a tree of acacia on their tails, and rushing about the plaza, has treated a problem of life gradually disappearing by mechanical civilization. And, a series of performances with a rifle made of stainless spoon, knife and chopsticks (Postmodern Family, Food War, etc.) are the works that are concentrated on the problems of today's social and political issues such as poverty, sex, power and violence, family difference, ideology, etc.
Another remarkable piece, among Moon Jeong-Kyoo's Body performances, is one that decorated man's penis with flower. This photograph work is one that has creative idea and deals with relationship of nature with man in the same category, even when considering from photo-esthetic aspect. He suggests the categorical combination of beauty with ugliness, and integrity of life with death conceptionally, by grasping at man'[s body as a part of nature.
For Moon Jeong-Kyoo who has thought and trained on Conceptual Art around 1980s, the trace is reflected on a series of performances and drawings that he has used a rectangular frame in 1986. Transferred from figurative painting to geometrial abstraction and Expressionism with mild forms, the footprints of Moon Jeong-Kyoo's paintings are combined with performance, through a process of which these elements have permeated mutually into painting and performance, sometimes showing a trend of strong Expressionism, and sometimes of strong Concep-tualism. Particularly, visual symbol like smoke shell, blood, color, drawing, etc., appearing in his performance is an element of Expressionism, contrary to geometrical screen of early painting(work of 1987) or rectan-gular frame, and Conceptual element like a binding action appearing in performance.
Moon Jeong-Kyoo's paintings seem to be at a glance independent from his performances, but has something to do with it from the standpoint of theme. His concern towards nature in his paintings keeps paces with nature suggested as an antithesis of civilization in his per-formances. That is, there is only a difference in that he chooses a method to insist upon value of life by suggesting violence in performance (for instance, a fish hung on a car, etc.), but he suggests directly nature in painting. As illustrated in David Saal's works, Moon Jeong-Kyoo's paintings showing coexistence of two different scenes in a same screen bring about alienation effect like an omnibus novel by coexisting scenes with two different contents. This technique that emphasizes unexpectedness and estrangement far from tradition paying deep concern to logical four steps in composition of an event is one of his attempts at figuring out a structure of modern recognition through art. From that context, this method that Moon Jeong-Kyoo attempts at is persuasive. A combination of different subject matters shows a curious contradiction making alienation and assimilation coexistent in one screen. Expression languages ranging over abstraction and figurativeness, reality of photography and purity of painting, drawing and sophisticated depiction, etc., sometimes disturb the seer's sight observing without consideration of their barriers, but he comes to recognize that they are a part of actual life, when thinking of daily experiences full of chance.
For Moon Jeong-Kyoo, an intense impression on his performance working has been most likely to look upon him as a professional performer. But if we reconsider of his paintings having made for at least 10 years or so, we will realize that the world of drawing-centric his painting also has an unique aspect ,we can see one aspect of Moon Jeong-Kyoo's creativity through his painting having a different taste from that of performan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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