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홀딩스, 극동건설의 부도 직전 기업어음(CP) 발행과 관련하여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
지난 9월 25일 극동건설은 150억원의 기업 어음(CP)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냈고, 그 다음날인 26일 극동건설의 지급보증을 하였던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동시에 법원에 법정관리 즉, 회생절차를 신청하였다.
올해 들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한 회사는 벽산건설, 풍림산업, 삼환기업, 남광토건, 우림건설, 극동건설(이상 법정관리), 삼환까뮤(워크아웃) 등 7개사로 전체 구조조정 건설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자금이 부족한 건설사들이 그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문제이다. 부도가 나기 전까지 이런 부실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선택하는 것은 바로 기업어음의 발행이다. 기업어음은 회사채보다 발행절차가 용이하고 신용등급을 높여 줄 신용평가사를 골라 잘 설득하면 신용등급을 높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관으로 부터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더군다나 증권사에서 고율의 이자를 낼 수 있는 수익상품으로 둔갑시켜 판매를 하면 저축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찾는 일반투자자들로 부터 투자를 받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증권사는 이러한 기업어음을 판매할 때는 대부분 ‘특정금전신탁’이라는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정금전신탁이란 운용 방법과 손실 부담을 모두 위탁자가 책임지는 금전 신탁으로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기업어음을 매수하여 그 수익이 나면 모두 위탁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면을 주의하여야 한다. 증권사가 이런 방식으로 판매하는 이유는 바로 그 이면에 있기 때문이다. 즉, 손실이 나면 전부 위탁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기업어음으로 판매하는 신용등급 중 A3-등급은 투자적격 등급 중 최하위이다. 미국에서는 A2 등급이상만 판매를 하고 A3 등급은 아예 판매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증권사들은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자금이 급한 발행기업의 기업어음의 이율을 높게 책정할 수 있가 때문에 고객유인이 용이한 A3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우리투자증권의 LIG 건설 CP 불완전판매 사건에서도 보듯이 증권사가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등의 고객보호의무를 준수하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강조하면서 상품의 안전성을 부각하는 데에는 전세계 어느 금융기관 못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기업이 금융기관으로 부터 대출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던 중 사업환경 변화나 내부적 요인 등으로 자금경색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부도 위험이 높아지면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은 자금을 더 조달해주더라도 기업을 살린 후 자금을 회수하고자 한다. 그런데 더 이상 금융기관에서는 기존 대출한도를 초과하여 대출을 해줄 수 없는 노릇이므로 같은 지주회사 내에 있는 증권사를 통해 기업어음을 판매하여 일반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조달해 주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부정적 요인이나 부도가능성을 언급하여서는 판매가 이루어 질 수 없으니 대기업의 지원가능성 등의 안전성이나 지주회사의 지급보증 내지 자산매각을 통한 자금조달 등 장미빛 전망을 강조하여 판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돈이 증권사 돈이 아니라는데 있다. 발행기업은 기업어음으로 조달한 돈으로 대주주의 주요 담보를 회수하거나 계열사로부터 빌린 돈을 먼저 변제하는 등 부도덕한 행위를 하더라도 부도를 낸 후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를 동결시키면서도 자신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열심히 기업어음을 판매해 준 증권사는 자신은 상품을 판 것이 아니라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중개를 한 것 뿐 이라고 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 결국 그 피해는 증권사로부터 투자권유를 받고 안전한 상품인 줄 알고 투자한 일반투자자들이 떠 안게 된다. 부실기업에 돈을 마지막으로 대는 자는 항상 일반투자자인 셈이다.
극동건설이나 웅진홀딩스 역시 마지막은 일반투자자가 자금을 댄 것이다. 그 돈으로 웅진홀딩스는 25일 극동건설의 인천 구월동 PF 사업장 관련 채무 1200억원을 조기 상환했다. 해당 자금은 웅진에너지와 웅진씽크빅 등에서 차입한 것이었으니 결국 웅진의 윤회장은 기업어음을 발행하여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통해 판매한 후 들어온 돈으로 자신의 계열사에 돈을 갚은 셈이다.
일반투자자는 또 분통을 터뜨리게 될 것이다. 증권사를 찾아가 항의를 해봤자 돌아오는 답은 자신들로 피해자라고 할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에서도 곧 웅진과 극동 그리고 윤회장을 고소할 것이다. 작년에 LIG 건설이 부도났을 때 LIG 그룹을 고소한 것처럼 말이다. 고소를 한다고 과연 그들도 피해자 일까?
나는 LIG 건설 CP 불완전 판매 사건을 맡아 우리투자증권에 1심에서 60% 손해배상판결을 받았고 지금도 그 항소심을 통해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변호사로서 이번 사건이 단순히 건설업계의 불황 따위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님을 말하고 싶다.
도대체 금융감독기관은 무엇을 하는 것인가? 작년 LIG 건설이 부도가 났을 때,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불완전판매에 대하여 강력한 조치를 취했었다면 적어도 이번 부도사태로 인한 일반투자자들의 피해는 최소화 할 수 있었을 터이지만, 우리나라 금융감독기관은 감독기구라기 보다는 금융기관의 자문기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상 처음부터 이를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은 자금경색이 발생하여 돈이 필요한 도덕성 없는 발행기업과 부도 직전 회사도 투자적격 등급으로 평가해주는 엉터리 신용평가사,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권유에는 관심이 없고 상품판매 매출에만 관심이 있는 증권사가 합작하여 만들어 낸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감독을 하는 척 하면서 방치해주면 완벽해진다.
하지만 한 번은 모르고 당해도, 두 번은 아니다. 법원도 한 번은 속일 수 있어도 두 번은 속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과연 금융감독원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