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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문단, - 강원아동문학회를 말하다
남진원
강원아동문학회 창간호가 발행된 것은 1973년 5월 5일의 일이다. 나는 최도규 형의 주선으로 그 2년 후인 1975년 회지에 동시 ‘호수’를 발표하였다. 이후 강원아동문학회의 식구가 되었으니 현재 2020년 12월 세모에 돌이켜 보면 원로가 된 셈이다.
강원아동문학회의 탄생과 변화
강원아동문학이 싹 튼 것은 1972년부터라 할 수 있다. 1972년 1월 춘천에서 몇 몇 사람들이 모였다. 발족 당시에는 12명의 회원이었으나 1973년 강원아동문학 창간호(1973. 5. 5.)를 발행할 당시에는 27명의 회원으로 늘어났다. 이 중에 강원아동문학 창간호에 글을 발표한 회원은 25명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초등학교 교사들이 중심이 되었다.
초대 회장은 동화 작가 임교순이 맡았다. 강원아동문학 창간호에 작품을 발표한 회원은 심우천, 최돈선, 정호승, 박유석, 김종영, 방원조, 이연승, 김학선, 박의장, 김정자, 윤기정, 안상명, 고유환, 이흥우, 이장근, 이호성, 전태규, 엄순영, 최도규, 함종억, 최복형, 김만태, 임교순, 전세준, 최종남 등이다.
회원 거개가 동시를 발표하였고 동화는 임교순이「인형이 사는 동네」,전세준이「하얀 십자가」, 최종남이 「연을 날리는 아이」를 발표하는 등 세 분이었다.
초기 회원중에 고상순, 박유석, 이연승, 최도규, 함종억, 최종남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강원아동문학 회원 중에 최돈선은 시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방원조는 경기도로 직장을 옮긴 후 아름다운 서정동시를 발표하여 동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전태규 역시 시조와 시를 쓰는 시인으로 많은 활동을 하였다. 정호승의 경우는 서울로 올라가 시인으로 더욱 명성을 떨치고 있다. 회원들의 분포를 보면 김종영, 이호성, 최도규, 전세준 등 영동의 중후한 문학가가 참여하여 영동과 영서를 아우르는 강원도의 지역성을 갖추어 명실공히 지역적으로도 강원도의 대표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대 회장을 맡은 임교순은 회원들이 고향의식으로 아동문학의 씨를 뿌린 것에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우천은 꿈과 희망에 찬 강원아동문학의 태동이 한국아동문학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쁨을 드러내었다.
박유석은 회원들의 목소리가 메아리 되어 퍼지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표하였다. 1971년 임교순의 한국일보신춘문예 동화 당선, 심우천의 제8회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과 1972년 최돈선의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73년 김종영의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박유석의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활기를 찾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축사의 내용으로 유성윤과 김영기가 앞 부분에 글을 발표하였다.
1970년대 초, 나는 박유석 시인 등의 문인과 춘천의 근교에 계시는 유성윤 씨댁을 방문하였던 기억이 있다. 그때 유성윤씨는 얼굴에 흰 수염이 많이 덮였는데 ‘이런 모습이 정말, 예술가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방방이 책이 많아서 현관에까지 책들이 빼곡하게 쌓여있었던 모습이었다.
강원아동문학 창간호에는 <회원 가입 안내> 소개의 글도 있다. 순수한 아동문학가 배출을 위한 모체 역할을 하겠다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 숙원사업은 40여년이 지난 이후에 실현되었다. 40여년 줄곧 춘천에서 강원아동문학회가 존속되었으나 2015년 남진원 회장이 강원아동문학회를 맡으면서 강릉에서 강원아동문학회가 활발하게 운영되었고 숙원사업 역시 현실화되었던 것이다. 강원아동문학 40집에 [제1회 강원아동문학 신인작가상] 공모를 하여 신인 작가를 문단에 등단시킨 것이다. 이후 강원아동문학 신인작가상 공모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은 창간호에 실린 몇 편, 회원의 작품들이다.
철이와 남이의 하루
최돈선
해바라기 꽃씨 속에
노오란 해가 숨는다
철이와 남이
해바라기 꽃씨를 물고
노오랗게 익은 해를
씹어 먹는다
어느덧
철이와 남이
넘치는 하늘의
부푼 해가 된다
따스한 햇살을
마음껏 뿜어내며
가을 잠자리를 날리고,
철이와 남이의 가슴에는
파아란 강물이 흐른다.
밤마다 하늘을 나는
철이와 남이는
맑게 씻긴 해를
동쪽 산등성이에 걸어놓는다.
그리고
철이와 남이는
항상 짙푸른 하늘
하늘이 된다.
(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시. 강원아동문학 창간호 )
어릴 때에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까지 해바라기 씨를 까서 먹었다. 그게 유일한 군것질의 하나였다. 그 해바라기 시를 까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동시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노란 해가 해바라기 꽃씨 속에 숨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니, 동시가 동화처럼 풀려나온다.
해가 숨어 있는 해바라기 시를 먹으면 노오란 해를 씹어먹는 것과 같다. 그러나 철이와 남이는 푸른 하늘에 해가 된다.
해와 해바라기, 해바라기를 먹는 아이의 관계가 상상력을 통해 드넓은 하늘처럼 펼쳐진다. 이는 무엇을 나타낸 것인가? 아이들이 자라는 건강성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연승은 ‘생명의 신비’를 작은 꽃눈을 통헤 들어내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발견이지 않는가.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셨지만 그분의 천진한 동심은 지금도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꽃 눈
이연승
꼬옥 잠들은
꽃나무에
봄빛이
살짝 와서
입김으로 호오호
겨울을 녹이면
부시시
새 눈 뜨고
일어나는 꽃나무.
똘똘 말린 꽃꿈 애기
먼저 듣자고
노랑나비 날마다
조르다 가고
봄 랫살에
눈부셔
반쯤 뜬 꽃눈은
아지랑이
하루 종일 눈 비집다 간다.
( 강원아동문학 창간호 )
동시라고 해서 어린이들만 읽는 게 아니다. 모든 어른이 대상이기도하다. 그만큼 동시의 시적 영역은 시보다도 넓은 것이다. 오늘은 첫눈이 온다는 2024년 11월 22일 ‘小雪’이다. 그러나 눈은 오지 않았다. 박의장 시인이 쓴 동시 ‘함박눈 속에’를 읽으며 겨울 눈을 환영하였다.
함박눈 속에
박의장
창가에 앉아
나뭇가지 새로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을 바라보면
그 속에
내 고향이 아물거린다.
소나무 숲 사이로
산길이 있고
산 길 따라
새 알 찾는
개구쟁이가 뛰고 있다.
펑펑
쏟아지는
그 속에
내 집이 보이고
고추잠자리
맴 도는
넓은 마당
물동이 이고 오는
누나가 보인다
펑펑
다 쏟아질 때까지
엄마의
자장가 소리
창가에 들려온다.
( 1973년 강원아동문학 창간호 )
해바라기 씨 속에 해가 들어가 있다고 상상하는 동시 ‘철이와 남이의 하루’를 보았다. 이 동시 역시 상상력의 확산이 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작품이다. 함박눈이 펑팡 내리는 함박눈을 본다, 그리고 그 눈속에서 고향집일 생각하는 것이다. 새 알을 찾아다니는 소년의 모습은 작가 자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고추잠자리가 맴을 도는 넓은 마당은 또 얼마나 편안하고 풍요로운 마음의 쉼터인가. 물동이 이고 오는 누나의 모습은 고향집의 그리운 모습이다. 세월이 흘러도 어머니의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함박눈 속에서 고향집을 그리는 작가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 2024. 11.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