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간 간경화 합병증(흑달,복수,식도정맥류,고혈압,당료)으로 몸이 악화되었고, 다니던 병원에서 혈액검사결과 암수치가 급격히 올라가 종양절제와 간이식을 받아야했다. 2010년 봄부터 남양주 수동골 암요양병원에 입원해 암 환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읽기로 쓴 습작시모음.
쉼
물도 웅덩이 만나면
잠시 쉬어 가더이다
인생여정 힘이 들면
잠시 쉼을 가지세요
해먹 위에 누어서
하늘 구름 바라보며
숲속길 풋풋한 흙냄새
맡으며 걸어보고
땀 흘리면 계곡물에
손 담그어 세수하고
산나물 뜯어 손수 씻어
한상 차려 드시구려
쉼은 멈춤이 아니라
잃었던 행복의 강을
찾아가는 길이라오
고로쇠나무
긴 잠에서 깨어나
따사로운 햇살에
기지개를 켠다
이게 웬일인가
노크도 없이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몸속을 뚫고 들어오고
구멍 난 옆구리로
투명한 줄이 들어와
온 몸속을 후벼대니
송곳으로 찌르는 통증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움켜잡는다
이젠 더 이상 저항 할 수 있는
아무런 기력도 없다
몸에서 서서히 액체가 빠져 나간다
.
.
.
땅속 깊숙이 생명의 기운이
혈관을 타고 오르고 있다
외치고 싶다
나는 행복하다
온몸으로 나눌 수 있기에...
어름화석
간직하고 픈
불타는 소망
하늘에 닿아
엄동설한 비바람
밤새 휘 몰아쳐
어름 옷 입히시고
햇빛으로 축복하니
어름 화석 되어
천상의 보석으로
빛나는 애기단풍
아름다움 말로
형언할 수 없어
푸르디푸른 하늘
우러러 봅니다
강아지풀
산들바람 불어오면
꼬리치며 반겨주는
탐스러운 강아리풀
살랑살랑 바람 불면
따다깨비 날아와서
친구되어 놀다가죠
흔들흔들 노래하면
나비 사뿐 날아와서
안녕하고 속삭이고
풀 꼬리 햇빛 비추면
빠알간 고추잠자리
가을소식 전해줍니다
태풍오는 날
솔 밭길 돌아 징검다리 가는 길
태풍 전야 바람은 고요한데
검은 구름 따라 공포가 엄습해 온다
서래산 철탐위로 먹구름 몰려오더니
고압선은 광풍과 함께
제트기 굉음소리를 쏟아내고
콘트라베이스 저음 공명되어
소름끼치는 최후 심판날
하늘 울부짖는 소리 들려온다
수동골짜기 병풍처럼 휘둘려진 숲
바람 따라 허리 휘어지듯 휘청 이고
코스모스 땅바닥에 요동을 친다
산 비탈 수수밭에 앉아 놀던
고추잠자리는 무릎보다 낮은 가지 끝에
애처롭게 매달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강아지풀 꼬리에서 놀던 여치 나비 따다깨비는
하늘 대피명령 순종하고 꼭꼭 숨어
숨죽이며 몸 사리고 있는데
뿌리째 뽑혀 나갔던 지난날을 기억 못하는지
잣나무는 목이 뻣뻣하게 버텨 서있고
계곡물만 아랑곳없이 제갈길 흘러간다
달 동무
밤길 수동골 가는
계곡길 따라
서래산 등선위에
보름달 비추이고
정겹게 들려오는
봄눈 녹은 물소리
동행하다 올려다보니
달 동무 흐뭇하게 웃어주네
잣나무 돌담길
계곡물 넘쳐 머뭇머뭇하는
발걸음 위에 살며시 다가와
징검다리 밝혀주네
어린 솔 밭길 굽이돌아
소나무 개울 돌다리 건너
강아지 멍멍 짖어대는
은행나무 할어니집 앞
붉은 양철지붕 환희 비추이고
산 여울 고로쇠나무 위
작업실 앞마당 오리길 따라와
가지위에 걸터앉아 속삭이네
친구야
이 밤도 안녕히
능소화
빗방울 머금고
수줍은 듯 연 주홍
단아한 자태로
말하듯 활짝 피어나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청순하고 애잔한 꽃이여
비바람 불면 초록잔듸
톡 톡 떨어져 나뒹굴며
선명한 주황빛으로
못 다한 사랑 속삭이듯
사라져가는 너의 뒷모습
아름답기 그지없는 능소화야
감 익는 마을
뒷동산 떠오른 둥근달
서쪽 하늘 밤 지새우고
님을 그리워하듯 새하얗게 떠
해님을 반겨 맞이한다
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서리 내린 밭이랑 따사로운 햇살
과수원 울타리에 내려 앉아
청아하게 노래하며 날갯짓한다
해는 앞산 봉우리 붉게 물들이며
감 익는 아랫마을 따사롭게 감싸 안고
눈처럼 하얗게 서리 내린 지붕에
감 주렁주렁 가을 정취를 더하며
서리 젖은 감나무 주황 단풍잎
한 잎 두 잎 툭 툭 엽락본분(葉落糞本)하여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가벼운 맘으로 겨울마중하고
나뭇가지 끝에 따고 남은
석과불식(碩果不食)하나 남기면
가지 위 까치는 제 밥인 양
까악 까악 반가이 노래 부른다
2012.11.2. 경북 청도에서...
*엽락본분(葉落糞本):나무는 잎사귀를 떨구어 뿌리에 거름한다.
*석과불식(碩果不食): 씨과실(碩果)을 먹지 않는다.
먹지 않고 땅에 심어서 새봄의 싹으로 돋아나게 하는 것
낙 과
한 여름 새벽녘
비바람 몰아치는 날이면
아침이 기다려진다
고목이 된 자두나무 위
복숭아만한 빠알간 열매
산 여울 물가에 나뒹군다
황토방 문 열고
새 쪼아 먹고 떨어진 낙과
계곡물에 씻어 한입 깨물면
에덴동산 유혹 이기지 못한
금단의 열매 이 맛이 아닐까
춤추는 초록애벌레
나뭇가지 잎새
애벌레 한 마리
거미줄 품어내며
미끄러져 내려오네
비개인 아침햇살
살랑이는 봄바람
실 그네 타고 춤추며
바람에게 속삭이네
행복해 라고
똑 딱 뚝 쏘옥
빨강 앵두 하나
똑 따 입에 물면
달콤한 생즙
입안에 쏘옥
검정 산오디
딱! 따 입에 물면
보라색 생즙
입안에 쏘옥
까망 벗지
똑 따 입에 물면
검정 생즙
입안에 쏘옥
빠알간 산딸기
한 움큼 쏘옥
세콤 딸콤
아이 좋아라
바로지금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
절망과 소망 있는 곳
내일은 신의 영역
오늘은 우리의 몫
발은 땅에
머리는 하늘에 두고
오늘만을 살자
바로 지금을 살자
2012.4.8.갑장인 양종남 환우를 생각하며 에덴오는 차안에서...
비오는 날의 풍경
쏟아지는 장맛비
황토방 작은 문을 여니
산 여울 계곡 물소리
아랑곳없이 줄지어
농익어가는 빠알간 자두
세찬 비바람
조그만 창문을 여니
나뭇잎 부딪히는 빗소리
빈 마음속 스치우며
채워주는 상큼함이여
똑딱이 카메라
행복을
누군가에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기쁨입니다
똑닥이 카메라 하나
내손에 있을 때
행복을 전합니다
봄의 꽃도
여름의 열정도
가을의 낙엽도
겨울의 눈꽃도
어린아이의 방긋 웃음도
수줍은 소녀의 웃음도
인자한 노인의 웃음도
똑닥이로
추억을 돌아보고
꿈을 그리며
사랑을 품습니다
누릉지 밥상
깊어가는 가을밤 황토방
현미 누룽지 끓이는 냄비
김 모락모락 오르면
입맛 돋우는 구수한 냄새
인정 많은 산 여울 주인장
옹이 나무 잘라 퍼즐 맞추듯
만든 니스 칠한 투박한 밥상
수동골 마을 어르신 주신
매실효소 넣어 간장에 잰
깻잎 한 장 손으로 뜯어
수저위에 얹어 먹는
정이 흐르는 소박한 밥상은
임금님밥상 부럽지 않소이다
명절앞 동산 위 차오르는 달
기왓장 환하게 비추이고
숭늉 훌훌 마시고 문밖 나오니
달님 따라 배꼽도 포만감에
행복하다고 방실 방실 웃는다
*반찬과 호박을 주시는 수동골 마을 어르신부부
계수나무
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선생님 풍금소리 맞추어
하늘 둥둥 날아 달나라
방아 찢는 토끼 만나던
어린 시절의 푸른 꿈나무
고로쇠마을 어귀
아주 작은 분교 앞
하늘 향해 뻗어 있는
계수나무 달고나 냄새
향기취한 나에게
노오란 하트 잎사귀
추억처럼 낙엽비 되어
축복하듯 속삭이며
향기로 살라하네
허수아비 놀이
친구들아 모여라
코스모스 가득 핀
황금 들녘 뛰놀며
허수아비 놀이가자
아빠 허수아비 밀짚모자
엄마 허수아비 머플러
언니 허수아비 꽃단장
동생 허수아비 머리핀
애기 허수아비 핑크 모자
아장 아장 뛰놀고 있는데
호기심 많은 동생허수아비
살그머니(살짝) 하늘 소풍 떠나고
언니 허수아비 동생 찾아
흰 구름 올라 하늘여행 떠난다
영자 소나무
서래산 둘레길 내 딛는
걸음마다 들꽃 다가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반기고
편백나무 숲 굽은 길
발자국 소리에 푸다닥
수꿩 나는 소리에 가슴 졸인다
작은 둥근 철바퀴 나무의자 아래
건재한 노송은 유난히 많은 가지를
먼 산 배경으로 운치를 더하고
산책길 오가며 영자씨 부둥켜안고
"날 살려도" 소원을 품은 듯
석양빛에 붉게 물이 든다
옛 시인
황학동 벼룩시장 헌책방
김소월. 노천명. 천상명. 조지훈. TS엘리어트...
빛바래 쌓여있는 옛 시인의 책들
한 권 책값 1,000원~2,000원
학창시절 추억을 등에 가득 지고
구름 속을 내딛는 발걸음
수동골 깊어가는 가을밤이 오면은
가로등 꺼진 칠흑같는 느티나무 길
빈 황토방 지키는 옛 시인 생각하며
새털 같은 마음으로 산여울 방문 열고
적막한 밤 계곡물소리와 함께
옛 시인과 시를 나눈다
가을이 오는 요양병원 풍경
따사로운 잔디밭 배꼽 드러내고
이곳저곳 누워 일광욕하는 환우들
원두막에 누어 보송보송한 산바람
볼을 스치는 촉감이 마냥 행복하다
여물어가는 초록 밤송이
두 발 비벼 까먹으며
짙푸른 하늘 채색하는 뭉게구름
숨은 그림 찾아 동심속 여행을 떠난다
나란히 고개숙인 해바라기
인사하듯 날 반기고
빛 바래가는 강아지 풀
하이얀 꼬리 흔들며 춤을 춘다
자리다툼하며 나뭇가지 끝 차지한
빨간 고추잠자리 기분 좋아 으스대고
함박웃음 짓는 연 분홍 코스모스
먼 산 바라보며 새색시치마 처럼 하늘거린다
해맑은 아이 웃음만 남긴 체
문병마치고 돌아가는 승용차 지붕 위로
가을 문턱 넘어 석양은 단풍잎 붉게 물들이며
따사롭게 다가와 가슴 어루만진다
가을 희망 콘서트
따사로운 가을 아침 태양은
붉은 양철지붕 할머니 집 앞
고추밭 붉게 물들이고 배추 잎은
부끄러운 듯 가냘픈 속살을 드러내고
수동골 계곡물 위 나무 잎새는
실바람 은빛 물결 되어 눈이 시리고
풍성한 열매 맺은 머루 잎사귀는
이슬 맞으며 가을빛으로 물이 든다
노오란 은행 주렁주렁 열린
나무 아래로 정겨운 이야기 나누며
휴일 아침 등산객들은 삼삼오오 줄을 이어
서래산 정상 향해 내딛는 발걸음 가벼운데
이슬 듬뿍 맞은 강아지 풀 아래
몸 가누지 못하는 여치는 풀 가지에서
햇살에 몸을 말리고 곧 시작될
가을 희망콘서트에 설렘으로 옷단장을 한다
2012.9.23. 산여울 집 앞 아침 풍경
10월24일 (수) 오후 7시 에덴요양병원 대강당
가을 희망 콘서트를 준비하며.......
꽃 무대 / 가 곡
[1]
들꽃사이 어우러져
형형색색 코스모스
꿀벌들이 날아들어
윙윙 소리 하모니되
합창소리 울리면 은
가던 길손 발멈춘다
[2]
가을바람 솔솔 불어
꽃잎들이 노래하면
나비들이 날아들어
꽃잎위에 맴돌다가
우아하게 빙빙 돌고
춤을 추며 놀아댄다
[3]
가을꽃에 오손도손
한데모여 날갯짓에
노래하고 발레 하는
아름다운 꽃 무대에
높은 하늘 가을햇살
내리쬐니 따사롭다
212.9.23. 자연의 집 가는 길목에서...
별처럼 피는 꽃
인적 드문 서래산 둘레길
고즈넉한 엇갈린 소나무 숲
칡넝쿨 밧줄처럼 내려오고
초록 잎새 위 붉게 피는 꽃
얼마나 외로 웠으면
“날 좀 봐주세요" 애원하듯
에메랄드 빛 보석 품어내며
별처럼 피어나는 꽃이여
아~~가이없어라
네게 다가가 눈 맞춤하며
사랑을 속삭인다
2012.9.23.
도토리 사랑
도토리나무 숲속
내딛는 발자국소리에
툭 툭 떨어져 낙엽위에 구르는
정겨운 소리 들려오고
풀 벌레소리 잠재우려
절규하듯 노래하는 매미
청아한 새소리와 함께
인기척 따라 오르니
노부부 고개 숙여
도토리 사랑 나누며
한 알 한 알 주워 모은
바구니가득 행복이 넘치고
도란도란 정담 나누며
멀어져가는 모습
두꺼비 바위에 앉아
아름다운 황혼을 꿈꾼다
님마중 꽃길
가파른 언덕 오르니
함박웃음 짓는 들국화
님을 반기듯 둘레길
휘돌며 피어있고
오르는 산길 마다
님 마중 발걸음 가볍게
주황 꽃버섯 깔아놓고
산은 말없이 오라하네
먼 산 흰 구름 바라보며
두 손 높여 부르는 손짓
푸르륵 산새 날아와
노래하며 앞서가고
산길 막아선 들꽃은
모든 시름 돌탑 위에
내려놓고 하늘 꿈만
가득 담고 가라하네
10.6. 몽골문화촌-,서래산 둘레길10km
청평 호반
어스름한 물결 위
호수건너 산자락
햇살 살포시 비추이니
은빛물결 잔잔하여라
마음 돌멩이
잔물결 위 풍덩
빈 마음 고요하여라
나 혼자 있을 때
나는 혼자 있기보다
함께 하길 더 좋아한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더 행복해지는 연습을 한다
나는 함께 영화 보길 좋아한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아름다운 상상을 한다
에덴동산에 꽃이 온통 피어 있는 것을
나는 함께 여행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산책을 하며 똑딱이카메라와
친구 되어 자연과 하나 된다
나는 함께 대화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혼자 있을 때
책을 읽고 사색을 하며
나의 소명을 생각한다
에덴요양병원에서...
초록빛 사랑
연두빛 푸르름이
살포시 내려앉은
서리산 둘레길
아카시아 꽃잎마저
향기 되어 날리는
아름다운 그 길을
나 홀로 걷고 있네
꽃향기에 취했나
내모습에 이끌렸나
어깨위로 날아온
하얀 나비 한 마리
살며시 손 내미니
깜짝 놀라 날아오르네
하얀 날개짓 너머로
나는 보았네
푸르른 하늘 아래
가득한 창조주의
오묘한 솜씨와
크고 깊은 사랑을
-서리산 산책길-
가시
한 하늘 아래
천만년
살 것도 아닌데
가시 돋치며
살아야겠니
우리 서로
하늘 바라보고
사랑을 품으며
살 순 없을까
찔레꽃 향기
산 여울 계곡물
내려오는 은은한
꽃향기 따라 오르니
가시덤불 위
연분홍 꽃몽우리
하얗게 핀 찔레꽃
꽃잎에 코맞춤 하니
온 몸속 휘돌며
녹아드는 달콤한 향기
님께 전하고파
호~~ 불며 두 손 모아
한 웅큼 담아보네
2012.5.27.
“ ” 라고
빗물은
빗방울 되어
벚지에게
속삭인다
“사랑해”라고
꽃잎은
나뭇가지에게
속삭인다.
“감사해”라고
애벌레는
거미줄을 타고
바람에게 속삭인다
“행복해” 라고
태양은
창문밖 숲속에서
속삭인다.
“오늘도 좋은 일이 있을 거야” 라고
은빛 설원
나지막한 동산 기슭 돌아 펼펴진
순백은빛 설원을 혼자 걷는다
겨울나무 석양빛으로 실루엣 되어
설원위 그려진 한 폭의 동양화
그림자 속으로 살짝 뛰어들어
그림의 일부가 된다
힌 옷 입은 자작나무 사이로
산 짐승 발자국 따라 산등성 오르니
키 재듯 앙상히 줄서 있는 나무 위로
푸른 창공이 나를 맞는다
봄날의 꿈
하늘거리는 어린 나뭇잎
창틀 브로마이드 하얀 천위
그림자 물결 되어 아침을 속삭인다
산 여울 안개 자욱한 골짜기
홍 벚꽃 흐드러지게 핀 가지에
실 가닥 햇살 쏟아지고
꽃비 휘날리는 황홀한 풍경이어라
유리창 앞 벚꽃나무 가지위로
첫 나들이 나온 새끼 다람쥐
꽃향기에 취하여 멍하니 앉아
하얀 꽃잎 넘어 하늘만 바라보다
눈 마주치니 화들짝 놀라 어찌할 줄 모르네
봄 비 내린 연초록 동산 위 청명한 하늘엔
솜사탕 구름 더덩실 두둥실 흘러만 간다
아 인생의 꿈같은 봄을 머물게 하고픈
이 마음은 황홀한 봄날의 꿈이련 가
생명나무
에덴동산 언덕
위영산홍 가득한 꽃밭
홀로 푸른 꿈 가득 품고
우뚝 솟아 거목거목된
생을 다한 소나무
넝쿨손 애달프게 바라보다
몸통 휘돌아 감싸 앉고
초록잎 새 생명 입히어
생명나무 푯대 되어 꽃 피우니
둘 하나 되어 부활 소망 이루었네
바람처럼 물처럼
가을 겨울 봄여름
숱한 추억의 흔적 남기고
폭포 옆 노오란 단풍잎
바람에 휘날려 가듯
가버린 그대는 바람입니다
이른 봄날 온다는 말도 없이
봄 눈 위 새순 돋아나듯
기쁨과 희망의 전령사 되어
우리 곁으로 다가 왔습니다
앞산 느티나무 녹음 짙어
시원한 나무그늘 드리울 때
산 여울 계곡물 속삭임만 남겨 놓고
또 그렇게 말없이 물처럼
어디론가 흘러갔습니다
그대는 바람처럼 물처럼…
춘 설
초봄
봄비가
함박눈 되어
진종일 눈보라
휘날리더니
밤 깊은 창밖
나무 가지위에
둥근달이
가슴속 깊이
환하게 비추인다
봄 비
찰 리
봄비가
물방울되어
벚꽃 몽우리
감싸안고
쏙삭인다
사랑해라고...
내 눈속 모기 한 마리/ 찰 리
까만 산모기 한 마리
눈앞에 아지랑이처럼 어른거린다
두 손바닥 딱 치고 펴보니
눈앞에서 사라져 버려
두 번 세 번 번번이 놓치고 만다
두 눈 지그시 감으니
왼쪽 눈 속으로 날아든다
이게 웬일일까 환우에게 물어보니
면역이 떨어지면 생긴단다
한 달이 넘어도 여전하여
마석역 안과 병원으로 달려가니
눈알에 사진 펑펑 찍어댄다
의사선생님 왈 걱정하지마세요
“비문증 날파리증 입니다”
나이 먹으면 생기는 거라고
신경 쓰지 말고 살면 없어진단다
눈 속 모기는 낮엔 눈 감아도 날지만
아름다운 세상에 초점 맞추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깊은 밤 함께 따라 잠드는
내 눈속 날아든 불청객 산 모기야
오늘밤은 별나라 여행을 떠나보자
별따러 가자 / 찰 리
소나무향 가득한
고라니 뛰노는 저 언덕위로
별 따러가자
밤하늘 별빛 쏟아지는 길 따라
손에 손잡고 노래 부르며
까치발 두 손 번쩍 올려 별을 따보자
고개 들어 별 헤아리면
은하수별들 사이로
별똥별 떨어지는 찰라 소원을 빌어보자
백년송 아래 나란히 데크에 누어
심호흡하면 빨려오듯
무수한별들이 가슴가득 쌓인다
사랑의 주전자 / 찰리
까칠한 대지에 물을 뿌려야지
나눌수록 늘어나는 꽃송이들
비울수록 무성하게 피어나는 꽃들
지구 한 모퉁이 사랑은 돋아난다
지구별 여행자 꿈♡사랑
Photo-therapist Charly Kim
늦가을 / 찰리
낙엽은
아쉬운 듯
불사르며
사뿐히
내려앉는다
누운 낙엽은
발그레히
언제라도
떠날 준비
되었노라고
지구별 여행자 꿈♡사랑
Photo-therapist Charly Kim
|
첫댓글 서정시니의 면모와 작풍이 김소월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