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토요칼럼
차 한 잔의 이야기 July 17, 04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삶은 무엇이며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가?
인생은 왜 고통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죽음의 공포 속에 하루하루 늙어 가는가. 오늘의 이생 다음에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를 기쁘게 할 것인가, 슬프게 할 것인가?
강을 건너는 나루터가 아스라하게 보이는 언덕 위에서 멀리 멀리 뻗쳐나간 벌판의 길을 눈썹 위에 손을 얹고 바라본다. 강을 건너야 할 나그네는 먼 길을 왔고, 또 먼 길을 가야 한다. 어느 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 헤아려보는 마음은 무척이나 고적하다. 강가에 내려서니 늙은 뱃사공이 삿대를 뱃전에 기대놓은 채 오수에 잠겨있다. 강을 건너야할 나그네는 뱃사공을 흔들어 깨워 갈 길을 물어보니 강에 사는 사람이 어찌 뭍길을 알 수 있느냐고 도리어 묻고 있다.
나는 그대를 강 건너에 데려다 줄 수 있을 뿐이니 그 다음은 길을 따라 가라 한다.
길은 사람이 다녀서 만들어지는 것이니 앞서 간 사람이 있어서 생기는 것이란다.
진리를 쫓아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행복을 추구해온 인간의 역사는 장구하기만 하다. 그 실존을 이해하기 위해서 철학이 생겨났고, 종교가 태어났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명제를 품에 안고 고뇌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차라리 처절하기까지 하다.
예수께서는 일찍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하며 진리를 이해하고 진리를 받아들이며 진리와 하나가 될 때 영원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하였다.
진리는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나 우리가 진리를 터득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 한 결코 우리는 자유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는 그의 아카데미 정문 위에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써서 의심이 무지를 타파하고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문이 된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과거의 모든 성현들은 바로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에 접근하여 그 해답을 구하려고 하였으며 거기서 진리의 빛을 발견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진리가 가진바 원래의 참 뜻을 터득하고 하나가 되는 것을 깨달음'이라고 정의해 볼 수도 있다. 깨달은 자는 세상의 모든 속박으로부터 헤어나서 영원한 대자유인이 되는데 그것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영원성을 지니며 영적 세계의 일원이 됨을 의미한다.
불가에서는 깨달음이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온다고 하여 돈오라하며 돈오(頓悟)란 미망(迷妄)을 평정한 후 육진(六塵)경계(境界)의 자극을 감지하는 식(識)의 주체와 수행방편을 생각하는 식(識)의 주체가 똑같이 바로 자신의 성품임을 문득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불가적 수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조차 헤아리기 힘든다.
깨달음은 결국 영적인 자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이 영적인 자각을 육적인 방법을 통해서 전달하고 이해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깨달음 자체가 난해해 지고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로 남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간성의 한계를 지닌 말과 문자를 통해서 진리를 깨달으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찾으려는 진리가 이름도 모르는 먼 별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인간의 문제이고 인간이 있도록 내재된 원인자를 찾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인간 속에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인간세상을 떠나서 인간이 추구해야할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 선현들이 「일상 속에 도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일지 이승헌 선생은 우리가 가야할 깨달음의 길을 그의 저서 「뇌호흡」에서 좀더 새롭고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영적인 자각을 통해 우리는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식을 갖게 되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선택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며, 전체를 이롭게 하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자신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영혼의 눈을 뜸으로써 모든 정보가 정보라는 것을 알고, 정보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의해 정보를 사용하게 된다. 영적인 각성에 의해 의식의 매트릭스가 깨어지고 마법이 풀리는 것이다."
일지 선생은 계속해서 영적인 각성을 통해 전체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 하였으며, 인간 영혼의 본성이 사랑이고 평화이며 모든 것의 근원이 하나임을 알게 된다고 갈파하고 있다. 깨달은 영혼은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지금 세상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판단하고 선택하여 그 필요에 따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게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깨달음의 현대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고 우리가 왜 깨달아야 하는가 하는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모든 생각과 감정과 행동은 뇌 활동의 결과이며, 나의 개성과 습관과 행동방식 등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나라는 것 전체가 뇌에 저장된 정보의 표현이다라고 하였다. 뇌는 하느님의 창조적인 힘, 사랑의 힘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최상최고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과거에 머리로 상징되던 뇌는 바로 영적 세계로 들어가는 데카르트의 문임을 새삼 인식함으로서 진리를 터득하는데 기여하게 되리라 믿는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