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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욱아빠의 평화강정! 스크랩 강정 구럼비 해안, 강정의 푸른밤(1)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351 12.04.17 10:4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4월 14일, 강정의 푸른밤 콘서트 전 집중행동행사는 4시였고, 행사장은 마을 운동장 앞 주차공터이건만 강정에 도착한 저는 먼저 포구로 향하였습니다.  한시간 정도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이기도 했지만, 왠지 마음이 그렇게 포구로 가자 하는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역시나 주말마다 들르는 강정에서 맨 처음 보이는 것들은 언제나 그렇듯 경찰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동쪽 방파제를 통해 구럼비로 들어가는 길목은 전경버스 차량이 더 많아졌습니다.  


  버스는 이전의 모습보다도 더욱 빽빽하고 치밀하게 도로를 점거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강정포구 내려오는 길, 한켠으로 공사장을 에워싼 전경버스 덕에 이 한적한 시골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차량 정체와 우회현상이 벌어집니다.  버스들 사이에서 그리고 뒤편 공터에서는 전경들이 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저지선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아예 견고한 플라스틱 바리케이트로 벽을 쳤습니다.  마치 이런 철저함을 준비해왔다며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오늘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저 밭 출입금지 안내문, 밭주인이 저렇게 꼼꼼한 준비를 했을까 싶은 의아함이 들었는데, 나중에 우연히 밭주인이 저 팻말을 빼들고 던져버리는 걸 보게 되었죠.  경찰이 '친절하게도' 바리케이트 앞에 만들어 걸어준 팻말이더군요.  밭주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말입니다.


  역시 분위가가 사뭇 다릅니다.  바리케이트는 좀 더 견고한 구조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저것마저도 깬다면 아마도 컨테이너 명박산성이 입구를 막아설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새로운 변화는 저지선 위치에 물대포차가 배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소형인 듯 한데 물대포차는 이전에도 배치된 적이 있었죠.  하지만 그 장비는 저지선이 아닌 포구밖의 길가에 대기상태로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전하게 경찰저지선 전방에 위협적으로 배치되었습니다.  4.11 총선 전과 후로 명백히 갈리는 강정포구의 모습입니다.  분명하게 위협은 더욱 증강되었습니다.


  날 따뜻하고 화창한 주말오후를 비상근무하는 처지도 답답하고 짜증이 날 겁니다.  간부급들이겠죠.  상황대기를 하면서 무료했던지 바닷가에 서서 한낮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습니다.  저 모습은 바로 얼마전 구럼비에서의 우리들의 모습이었죠.  제복을 입은 이들의 모습은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왠지 억울함을 느끼게 합니다.


  포구 한 켠에서는 이날 저녁 6시부터 있을 강정의 푸른밤 행사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쪽 포구 끝에 올라섭니다.  저 넓고 화창한 바다에 군함을 비롯한 해경선들이 떠있고 바지선은 열심히 작업중입니다.


  허탈한 마음이 엄습합니다.  테트라포트 위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울적한 마음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시야가 흔들리고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바지선 위의 크레인은 연신 발톱을 세워 바닷속으로 집어넣습니다.


  구럼비의 모습도 많이 변해있습니다.


  새로 제작한 테트라포트는 침사지 앞으로 더 많이 쌓여있습니다. 


  발파되어 조각난 구럼비의 살들도 더 높은 더미로 쌓여있습니다.


  포크레인의 수도 더 늘었고 작업도 분주해졌습니다.  이제는 눈치보지 않겠다는 듯, 쉴 새없이 포크레인들이 움직이고 있었고, 덤프트럭들도 분주하게 오갑니다.


  한쪽에서는 골재를 쌓아 둔덕을 높여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진입로일지 아니면 방파제 공사의 시작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든게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바닥준설은 정말 파괴적입니다.  구럼비 발파도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저 무지막지한 발톱에 의해 끌려나오는 수억년의 시간을 바닷속에서 보낸 바위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저 바위와 함께한 작은 생명들, 그리고 바위에게 끌려나와 마주한 화창한 햇볕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떨리는 시선을 힘들게 고정해가며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제 연산호도 돌고래도 안녕입니다.  저 쌓여가는 바닷속 심연과 시간을 간직한 바위들, 우리에겐 무언가를 빼앗기고 잃어가는 느낌입니다.  저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분주하게 작업하고 치밀하게 막아섭니다.  명백한 4.11 총선이후의 모습입니다.  마치 전국이 새누리의 빨간색으로 적화통일이 된 듯한 선거결과는 이들의 구럼비 파괴작업에 커다란 힘을 실어주었을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눈치볼 게 없다는 듯, 파괴의 움직임에 박차를 가합니다.  예산은 완전히 삭감되었지만 이월된 예산 천억원으로 이정도의 작업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이들의 공사비용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요?  거대한 토건자본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떨리는 시선과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주저앉았던 자리를 보니 문득 문정현 신부님이 생각났습니다.  이 자리는 얼마전 미사도중 경찰과의 실랑이를 벌이다 문정현신부님이 추락한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제주의 포구에서 보게 되는 테트라포트는 무척이나 거대합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저도 이런 테트라포트를 건너다니는 일은 정말 불안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일입니다.  봄이 완연한 날 오후, 해가 중천에 뜬 시각의 제 그림자와 테트라포트의 크기를 짐작해보세요.  테트라포트 다리 하나의 길이가 170을 조금 넘는 제 키와 맞먹습니다.

 

  신부님은 저 아래로 떨어지셨죠.  살아계신다는 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는 것이, 높이가 대략 6미터 정도 되는 높이입니다.  추락하면서 곧바로 떨어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면서도 불행입니다.  추락도중 여기저기 부?히는 과정은 70을 넘긴 노인의 충격을 완화시켜주어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일이지기도 했지만, 다발성 손상을 야기하는 일이기도 했지요.


  문정현 신부님은 지금 제주대학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이 포스팅을 올리는 날로부터 약 열흘 전, 가족을 동반한여 병문안을 갔었죠.  다친지 며칠 안되어 신부님은 무척이나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요추 3,4,5번 골절에 손가락 골절이 의심되는 상황, 그리고 여러군데의 타박상이 있었는데 허리통증이 극심하니 강력한 진통제 없이는 잠도 이룰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무척이나 힘들어하시면서도 제 아들에게 '와주어서 고마워요'라고 하시며 손을 잡으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여전히 입원치료가 필요하시지만 많이 나으셔서 말씀도 자주하신다는 소식입니다.  부러진 요추가 다행히 신경을 건들진 않았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포구에는 긴장과 일상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해녀들은 뿔소라 채취에 분주해 합니다.  강정은 저항과 동시에 손을 놓을 수 없는 일상이 존재하죠.  세상일에 무관심한 듯 때되면 해야할 물질  밭일하며 살던 마을사람들에게 지금의 난리는 얼마나 속터지는 일일까요?


  날이 화창하니 수확도 좋았나 봅니다.  해녀들은 분주하게 일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합니다.  물질하다 잡은 자연산 광어가 눈에 띄더군요.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경찰들도 수확한 뿔소라를 구경하다가 광어를 보니 군침이 돌았나 봅니다.  60-70센치는 되어보임직한 커다란 광어를 해녀와 흥정하여 8만원에 구입하더니 마대에 담아 포구 앞의 횟집에 잠시 맡겨둡니다.  작전이 끝나면 자기들끼리 회식이라도 할 생각인가 봅니다.


  포구에 주저앉아 흘리던 감성어린 눈물도, 한가롭기만 한 행사직전의 포구의 모습도 뒤로하고 이미 시작했을 집중행동의 날 행사장인 마을운동장 앞 공터로 걸어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중덕 삼거리를 통해 행사장으로 향하는데 하우스 안으로는 딸기가 익어갑니다.  딸기가 익어가는 모습, 살포시 이동하는 공기의 움직임에 실린 딸기의 향기를 올레길인 이 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며 보고 느끼는 향기는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저 아름답고 탐스러운 모습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마음한켠이 답답하기만 한, 지금의 봄은 저항의 시간들이었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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