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대가 만난 사람 7. 의성군다문화가정지원센터 이정순 센터장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사람이다!
전국을 다니는 일을 하지만 운전을 못하는 관계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대구에 볼일 을 보거나 경유하게 되면 북부정류장을 반드시 들러야 하는데 외국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점 점 늘어나 국제 타운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 같은 버스에 탄 외국인에게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자꾸 갔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아무런 의식이 되지 않는 말 그대로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다. 한시적인 기간 동안 돈을 벌기위해 우리나라를 찾아 온 이주노동자와 달리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민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의성다문화가정센터 이정순 센터장님을 찾아뵈었다.
의성군다문화가족센터장으로 언제 부임을 하셨는지요?
2009년 1월 의성군다문화가족센터가 지정이 되면서 2월부터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루이 델랑드(한국이름 : 남대영) 신부님이 설립한 예수성심시녀회 소속 수녀로 대구에서 활동하다가 위탁기관인 천주교안동교구유지재단의 부름을 받아 오게 되었습니다.
초대 센터장으로 소임을 맡으시면서 업무를 처음부터 준비하시느라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지역 출신이 아니다 보니 의성군 지리를 몰라 답답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의성군 지도를 만들어서 어느 면이 어디에 붙어있고 다문화가족이 어느 마을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찾아 나섰습니다. 마을에 가서 동네 분들에게 집을 물어 보면 대부분 ‘저어기 저쪽에 있는 저어기 저 집’이라고 대충 알려주는데 통 알 수가 있어야지요. 묻고 또 물어서 겨우 찾아가면 우리 집이 아니라고 시치미를 떼고 문전박대를 해요. 일이 얼마나 더딘지 하루에 겨우 두 집을 찾아 가기도 했습니다. 그때 직원들 고생이 참 많았습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의미는 대략 알고 있지만 남에게 설명을 하라고 하면 참 애매한 것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정의를 간단하게 설명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에 정주하고 있는 국제결혼가정을 의미 합니다. ‘국제결혼가정’, ‘혼혈’등의 용어가 인종차별적인 인식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고 해서 2003년 한 단체의 제안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용어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의성군 다문화 가정의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요?
행정안전부의 통계에는 286가정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센터에서 파악한 실제 거주 가정은 238가정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의 출신나라는 총 10개국이며 이중 베트남 여성이 55% 정도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문화가정센터 기본 업무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해 주신다면?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크게 교육사업, 상담사업, 문화사업, 홍보 및 정보제공, 특성화 사업으로 나누어집니다. 세부적인 사업 내용을 일일이 다 말씀드리기 어렵기 때문에 주요사업별로 하나씩 소개를 하면 다문화가족통합교육, 상담사례관리, 다문화가족 나눔 봉사단,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 사업, 한국어 교육 등 입니다.
전국의 232개 다문화가정센터의 기본 사업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의성다문화가정센터만의 차별화된 사업이 있다면 소개 해 주시지요?
저희들이 의성군다문화가정센터 브랜드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가족전통시장나들이’사업이 있습니다. 지급되는 금액의 사용 계획서로 참가신청을 받아 운영위원회에서 심사를 합니다. 선정된 가족에게 현금을 지급하여 추석 전 전통시장에서 가족과 함께 시장보기를 하는 내용입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어요. 한국에 시집을 와서 아기도 낳고 몇 년을 살았는데 돈을 만져 본 적이 없는 어느 이주여성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그런데 몇 걸음 안가서 시어머니와 남편이 돈을 달라 해서 참 난감하더라구요. 이 사업의 목적으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의 문화도 배우게 하고 지역의 전통시장도 살리기 위해 진행하는데 어떤 상인 한분이 ‘어이 베트남!’하면서 부를 때 서글픔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행사 때마다 직원들이 멀리서 지켜보면서 문제점을 기록했다가 다음 행사 때 보강을 하고 사전 교육도 철저히 하기 때문에 이제는 누구에게도 자랑 할 만 한 대표적인 사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가족학교입니다. 차별화된 사업이라기보다는 보람이 많은 사업입니다. 이주 여성 혼자 교육을 다녀오면 바쁜 일철에 교육을 핑계로 놀다가 오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종 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가족학교를 통해 가족이 같은 시간에 교육을 받으니 오해도 줄어들고 이해의 폭도 넓어져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결혼 초에 집사람과 자라 온 환경이 달라 하나를 놓고 서로 다르게 생각하다 보니 티격태격 다툰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물며 이주여성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이국땅에서의 결혼생활이라 나름 어려움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언어의 차이는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접어두고 생각 차이와 문화의 차이에서 생기는 오해가 있다고 봅니다. 생각차이의 예는 이런 경우입니다.
시어머니나 남편의 입장에서는 빚을 내어 데리고 왔는데 밥도 못하고 일도 못하니 불만이 쌓일 것이고 결혼이주여성의 입장에서는 시댁이 부잣집이고 한 달에 얼마씩 친정으로 보내준다는 말을 믿고 시집을 왔는데 막상 와보니 사는 것도 어렵고 보내주기로 약속 한 돈도 안 보내주니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입니다. 근원적인 원인으로는 돈 만을 목적으로 하는 양심 없는 브로커들의 농간이 있기도 합니다.
다음은 문화 차이의 예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아침밥을 거의 먹지 않고 밥도 밖에서 사먹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하라고 하니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너무 힘이 듭니다. 반대로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며느리를 보는 시어머니의 속은 터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필리핀에서는 어른들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법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죽은 사람에게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어른을 보면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를 해야 한다고 교육을 시키니 죽은 사람에게 하는 인사법을 가르친다고 펄쩍 뛰어요. 필리핀 며느리들은 산 사람에게 고개를 많이 숙이면 돌아가신 분으로 취급하는 불경을 저지르게 되니 그렇게 못하는 것인데 어른들은 인사성이 없다고 막 뭐라 하거든요. 이런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생기는 오해들이 초기에는 제법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문화에 대한 정보가 많이 공유되고 교육을 통해 의식이 많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문화적인 차이와 적응을 넘어서 아들 형제, 며느리 누구도 모시기를 꺼려하는 중풍으로 쓰러진 시어른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극진히 모시고 있는 훌륭한 결혼이주여성이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과 감동을 동시에 느끼기도 합니다.
의성군다문화가정센터가 여성가족부의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성과가 만들어지기까지 센터장님과 직원 모두의 헌식적인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 됩니다.
얼마 전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진흥원의 현장 평가를 받았는데 독특한 스타일로 잘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현장 방문, 밤늦은 야근, 교육 강사 투입 등의 고단한 업무에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다문화 가족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명감 없이는 저렇게 할 수 없다는 감동을 자주 받습니다. 그러나 헌신적인 직원들의 노력만으로는 여기까지 올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관심과 지원이 많았습니다. 경상북도의 특화사업 지원으로 ‘다 행복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의성군의 특화사업 지원으로 ‘행복지킴이 사업’, ‘글로벌 가족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군수님을 비롯한 군의원님, 군청간부님들께서는 다문화가정과의 이웃사촌 맺기 사업에 동참 해 주셔서 지역사회네트워크 사업에 힘을 실어 주고 계십니다. 의성군범죄예방협의회에서 매년 알토란같은 후원금을 보내 주셔서 살림이 어려운 시절 정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정수상 의성경찰서장님께서는 운전면허 시험지원, 오토바이 헬맷 지원, 사복 복장으로 현장출동 등 너무나 많은 협조를 해 주셨습니다. 일일이 소개하지 못한 단체와 소중한 분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의성군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위상이 만들어 졌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내년의 계획이나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말씀 해 주시지요?
작년까지는 연말이 되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사업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일반가정에 비해 다문화가정 부부의 나이차가 많습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젊은 나이에 교육과 사회활동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의식과 자존감이 점 점 높아지는 반면에 남편들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고 활동의 폭이 좁아집니다. 아이들과의 나이차도 많습니다. 이럴 때 아빠와 남편을 바라보는 눈이 정말 중요 합니다. 어떤 사업과 교육으로 아버지와 남편의 위상을 만들어 줄 수 있을 지 참 고민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고민입니다. 어릴 때는 잘 모르지만 아홉 살쯤 되면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라 다른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뭔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기가 죽어요. 다른 친구들에게 왕따나 놀림을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모아 놓으면 활달하지 않고 조용해요. 일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친구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친구로 만들어 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숙제입니다.
또 하나의 고민은 현재 건강가정지원센터도 겸하고 있어 결손가정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다문화가정아이들은 조용하고 소극적인데 반해 이 아이들은 지나치게 활동적이라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교육을 하기도 힘들고 효과도 잘 드러나지 않아 참 답답합니다. 이 아이들이 온전하게 자라야 사각지대가 해소가 되고 사회가 밝아지는데 인력이나 여건이 부족하여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 문제를 민관이 협력하여 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또 하나의 숙제입니다.
계획과 바람을 질문했지만 센터장님은 우문현답(愚問賢答)으로 고민과 숙제를 대답하셨다. 지역사회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겉보기 좋은 실적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계획하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내리는 회초리 같은 말씀이셨다. 이렇게 훌륭하신 어른이 지역사회에 계신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다가오는 2015년은 희망이다. [인터뷰 2014년 1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