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만남! 이상향(理想鄕)의 세계가 펼쳐졌다
1978년 3월
순천시 서면 서산국민학교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서지은 어린이’의 아버지 ‘서정권 학부형님’생각이 났다.
그 분은 어린 시절 배고픔에 굶주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형제들과 함께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고,
조경수 재배로 부농(富農)을 이루어 대성(大成)하신 분이었다.
비록 한 달 학부형과의 만남이었지만
그리움의 정(情)이 꾸준히 이어졌다.
그날 밤 바로 댁을 방문하여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진실한 삶의 향기 가득한
정겨운 대화가 그칠 줄 몰랐다.
환희에 찬 그날 밤 우리는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의형제가 되었다.
“꼭, 내가 그려 준대로 실천하면 성공할 수 있다.
그대로 한다면 가르쳐서 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말해 주고 싶지 않다”며
진지한 대답을 듣고 싶어 했다.
서면 학구 송치골에 있는 학구농장을 표본으로 삼으면 된다고 했다.
4월 어느 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학구농장을 견학하며 샅샅이 둘러보았다.
산등성이는 마치 나의 터전 보금자리 시암골 산과 비숫했다.
농장 계곡 따라 졸졸 흐르는 물이 있어 좋았다.
계곡 주변에 붉으스레 피어오르는
홍단풍 잎사귀가 꽃보다 아름다웠다.
포장된 길 따라 온 산에 갖가지 철쭉꽃이 만발하고
소나무 반송이 줄지어 심어져 눈에 들어왔다.
소나무와 단풍과 꽃,
계곡에 물과 바위와 주위의 자연이 조화를 이루어
농원의 모습은 황홀지경이었다.
마냥 온통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찬탄과 황홀감에 빠져 들었다.
내가 반드시 이루고 싶은 미래
‘꽃 세상 소나무 나라 조경수 농원’
이상향(理想鄕)의 세계가 펼쳐졌다.
이삼만 평 남짓한 야산 농원은
당시 20여 년 전부터 황무지 산지를 개척하여
오늘을 맞게 된 것이라고 했다.
농원에 풍기는 꽃향내는 그윽하고 자신감을 심어주었으며
그 속에 느끼는 땀 흘린 흔적과 정성 가득한 선물들은
영광의 그날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안개가 걷히면서 눈부시게 번지는 햇살이
꽃나무와 어울려 그 자태가 더욱 아름다웠다.
‘저런 곳에 살면
그 누구라도 존재에 대한 신비로움과
황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보다 먼저 학창 시절부터의 품은 꿈을
이제는 이것저것 여기저기 방황하지 않고
내 그 곳 통명산 운흥사 시암골 터전에
이보다 더 좋은 농원 이루고야 말리라!’
생수 같은 힘이 펑 펑 솟아올랐다.
매곡동 삼산중학교 우리 집 바로 앞에 사시는 최선생님의 집에는
몇십년 가꿔 잘 다듬어진 철쭉꽃 화분이 너무도 아름다워 사진으로 담았다.
서정권 형님의 농장은
서면 별량 용당 등지에 잘 조성되어 있었다.
그 누구의 농장보다 정성이 지극하고
창조적 발상으로 탄생된 명작들이
즐비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농장에서 풍기는 형님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일에는
너무나도 냉혹할 정도로 철저하고 치밀하며 충실하셔서
사부(師父)님 같은 분이셨다.
참으로 형님은 진정 ‘
연구하는 농민,
자연인 그대로 시인이요,
인간미 넘치는 고품격 조경 예술가’였다.
자기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과
꿈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이웃들을 도와서 모두 함께 자립의 터전을 닦아 주었고
더불어 사는 삶의 보람을 누리게 하신 선구자요
헌신적 봉사자로서 본이 되셨다.
광양제철에 근무하면서
형님의 지도로 농원을 일구고 있는 하동 고을에까지 가서
농장 조성의 정도(正道)와 기법(技法)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