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쯤인가 김원일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을 읽고는 그 향수에 젖어.. 변해 버린 지금에서의 옛자취를 찾아 혼자 옛 종로 호텔 주변의 골목길을 하루 꼬박 헤메 다닌 적이 있다
중앙초등을 나온 나는 어릴 적엔 그 곳을 다니던 영역은 아니나 동문동 교동 등 좁은 골목을
지름길 삼아 다니곤 했다. 고등학교 때 어쩌다 걸어서 집으로 오는 날은 세월없이 그 종로 일대의 골목길을 통해서 헤메듯 지나온 기억이 아련하다.
그 시절엔 허름하지도 않지만 단층의 고급요정과 식당이 많았던 번화한 곳이였다. 물론 중앙통과 동성로가 가장 현대적이고 도시적이었지만.. 개발된 넓은 길 뒤에 숨은 이제 짧은 골목길과 주변의 화려한 변화에 티가 되 듯 남루한 모양새 이지만 그 역사는 말하고 있다
오늘은 대구의 성내인 남성로 서성로 북성로 일대를 걸어서 골목길 산책을 떠나본다.
사이사이 옛 맛집을 찾아가며 삼사십년전 부터 지금까지 있는 옛스러움과 그 때 그 집을 찾아 멋과 맛을 느껴보고자 한다. 반월당에 차를 세워놓고.. 약전골목 끝자락을 돌아서 시작해본다.
종로 초밥 그 집에는 고객이 노인네가 대부분이다 조금은 조심스럽다. 선어로 만든 초밥은 지금도 단골 메뉴다. 오뎅국물 속에 빠트려 데우는 정종 잔술은 옛모습 그대로다 .
가벼운 맛으로 시작하고 진골목을 거닐어 본다. 길다고 진골목이라 했건만 허리가 군데군데 잘려 진골목이라기엔.. 큰 길을 가로질러 연결된 영생각 옆을 돌아 옛 상서여상 담을 타고 돌아간다. 숨어있는 짧은 골목길을 찾아야 한다..
종로의 중심지였던 중로 초등담벽을 끼고 북성로 까지 걸어간다. 그 곳엔 삼성그룹의 발상지인 건물도 있다. 지금은 공구상가 등 쇠와 관련된 모든것이 있는 깡통거리다. 이집저집 진열된 것을 구경하며 인교동 주택가 골목길로 훝어 지난다. 다리가 뻐근하다.
이젠 노신사만 찾는 옛날 다방이 그 모습으로 있다. 칠순이 훨신 넘어 보이는 노신사들만이 이자리 저자리를 채우고 ..그래도 번창(?)하며 명맥을 지키고 있다.
서성로를 비껴 수창초등을 지나 동산에 올라가니 향토문화재로 지정된 근대식 주택 세채가 서구적 근대사의 모습으로 1910년대의 붉은 벽돌집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곳엔 그 당시의 대구 전경을 담은 사진으로의 모습이 있다. 성내라해도 초가집들이 가득하다..
그 앞 골목길 안엔 역시 그때 그 집이 그대로 있다.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냉면의 참맛을 느껴본다.. 계산성당의 옆을 끼고 남성로 약전골목길을 따라 오늘을 마감한다. 여유롭게 쉬엄 쉬엄 걸은 시간이 5시간 쯤 되나보다 다리가 뻐근거린다.. 먹고 걷고 쉬면서 없어진 대구의 옛스럼을 발견하듯 하루를 보내본다..
한 50년된 정통 일본식 생국시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