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포함한 호남 지역은 보통 ‘맛의 고향’으로 불린다. 하지만 지역마다 맛의 차이는 조금씩 존재하는 법이어서, 전주에 가면 ‘비빔밥’을 꼽고 목포하면 ‘홍어’를 꼽게 된다. 광주를 벗어난 외부 지역 사람들이 광주의 맛을 떠올리면 쉽게 한정식이나 송정떡갈비(이하 떡갈비)를 꼽을 것이다.
한정식은 전라도 각지의 맛을 담은 다양한 종류의 김치와 젓갈로 유명하다. 떡갈비는 쇠고기 다진 것에 마늘, 파, 생강, 배 등 20여 가지를 섞어서 갈비대 없이 인절미 모양으로 만든 음식이다. 떡갈비는 1950년대 송정리 5일장 주변에 친정어머니와 국밥집을 하던 고(故) 최처자 할머니가 처음 만들었다. 광주를 나주와 영광으로 잇는 길목에 자리한 송정리(현재 광산구 송정동)는 1913년 송정역이 생기면서 큰 장이 들어섰고 우시장과 도축장도 형성되었다. 그리고 최 할머니가 이가 부실한 시댁 어른들을 위해 쇠고기를 다져 온갖 야채와 양념을 섞어 넓적하게 구워내면서 떡갈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최 할머니는 40여 년 동안 식당을 하다가 은퇴하였고, 그 사이 할머니 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들이 독립하면서 떡갈비 식당이 늘어났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 비싼 쇠고기에 돼지고기를 섞기 시작했고, 돼지고기 기름으로 ‘부드러워진’ 고기는 손님을 더욱 끌었다. 현재 광주송정역 근처 광산구청 앞 일대에 떡갈비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떡갈비골목 옆에는 전통5일장이 있으며, 이곳 대표 음식으로 돼지국밥과 팥죽이 있다. 한때 한정식과 쇠고기 송정떡갈비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이라면, 돼지국밥과 팥죽은 대중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음식이다. 팥죽은 송정동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민 전체가 즐겨먹었던 음식이다. 밀가루를 반죽하여 밀대로 밀고 칼로 썰어서 팥물에 끓인 팥죽은 서울 등지에서 ‘팥 칼국수’로 불린다. 하지만 팥 칼국수라 부르면 왠지 팥죽의 격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또한 광주는 찹쌀을 빚어 새알심을 만들어 팥물에 끓인 것을 ‘동지죽’으로 부른다.
지역민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광주의 맛을 보려면 송정동을 벗어나 양동시장으로 가면 된다. 일제강점기부터 전남 최대의 시장이었던 양동시장 닭전머리 즉, 복개도로의 가구점을 지나서 금호생명 빌딩 사이 시장 구역에 ‘양동시장 통닭’ 집들이 즐비하다. 현재 브랜드 ‘치킨’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지역에서 사랑을 받았던 양동통닭은 양이 많고 담백한 것으로 유명하다. 공을 들여 즉석에서 튀겨낸 닭은 맛이 훨씬 좋으며, 튀김 반죽은 두껍지도 않고 고소한 맛을 낸다. 닭똥집까지 튀겨 나온 양동시장 통닭이 유명해지면서 아예 ‘수일통닭’이라는 브랜드까지 생겨났다.
광주에서 현지화된 맛을 더욱 즐기려면 양동시장을 넘어 광주 NC백화점 옆 골목 ‘오리탕거리’로 가면 된다. 이 거리에 들어서면 오리탕 맛집에 사람들이 줄서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광주의 오리탕은 들깨가루와 신선한 미나리를 듬뿍 넣어 만들어서 개운하고 담백하다. 특히, 오리탕에 데쳐낸 미나리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또한 밤과 대추, 인삼, 녹각, 찹쌀 등을 넣어 끓인 죽은 보양식이다.
광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튀김을 만나려면 충장로 1, 2, 3가로 가면 된다. 그곳에 ‘상추튀김’이 있다. 상추튀김은 언뜻 상추를 튀긴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아니다. 상추튀김은 묽은 밀가루 반죽에 채소를 썰어 넣어 둥글게 튀겨낸 다음, 상추에 싸서 간장에 절인 양파와 고추를 얹어 보쌈처럼 먹는 것을 말한다. 상추튀김의 기원은 알 수 없으나, 튀김의 느끼한 맛을 상추가 잡아주는 까닭에 누구나 좋아한다. 한때 상추튀김은 상대적으로 용돈이 부족한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의 군것질이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이 현재의 화정동이 아니라 충장로 광주우체국영업과 뒷골목에 자리했을 때, 그곳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인기를 누리면서 상추튀김 거리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특히, 그곳은 상추튀김에 들깨가루를 찍어 싸먹기도 하였다. 지금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도 상추튀김을 판매한다고 하는데, 광주에서 10대를 보낸 사람들이라면 한번 정도 떠올리는 맛이다.
충장로를 벗어나 광주의 상징 무등산에서도 광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동구 운림동 무등산 근처 증심사 ‘보리밥’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201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은 해발 1,187m에 이르는 높은 산이다. 하지만 산등성이 완만하여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서 한때 무등산 중봉으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가기도 했다. 무등산 종주(縱走)는 지산동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서 산장을 거쳐 서석대와 입석대를 모두 구경하고 증심사 방향으로 내려오면 한나절 가까이 걸린다. 증심사 방향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광주의 맛이 바로 보리밥이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채소 등 신선한 나물에 얼큰한 고추장과 참기름을 떨어뜨려 쓱쓱 비벼 먹는 보리밥은 입맛을 돋우며 소화도 잘 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한 여름 열무에 보리밥을 담고 된장과 고추를 얹어 먹는 맛 역시 일품이다. 오랜 시간 땀을 흘리고 시원한 동동주와 함께 하는 보리밥은 맛깔스럽다. 이 역시 광주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