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디에 속해 있지?
대학에 와서 가장 자주 드는 생각은 “나는 지금 어디에 속해 있지?”라는 질문이다. 고향은 부산이고, 그곳에는 익숙한 말투와 가족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기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부산에 그냥 내려가고 싶다. 몸이 피곤할 때도 그렇고, 마음이 어수선할 때도 그렇다. 서울에서의 하루가 낯설게 느껴지는 날이면, 더욱더 부산을 가고 싶어진다.
그런데 동시에 나는 학교가 좋다. 마주치는 사람들, 수업이 끝나고 이어지는 짧은 대화, 처음에는 어색했던 인사들이 조금씩 자연스러워지는 순간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를 붙잡는다. 처음엔 모든 게 새롭고 조심스러웠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어느새 자연스러움이 내 일상에 들어왔다. 부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질 때마다, 또 다른 마음은 “여기서 사람들과 더 친해지고 싶다, 얼른 적응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떠나고 싶다는 마음과 남고 싶다는 마음이 같이 있는 상태가 지금의 나다.
나는 이 두 마음이 모순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느낀다. 부산에 가고 싶은 건 내가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고, 학교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건 내가 이미 새로운 관계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결국 나는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 두 세계를 오가면서 내 자리를 만드는 단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적응’을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실 적응이 끝난다는 건 없겠지만, 적어도 이곳이 “잠깐 머무는 곳”이 아니라 “내가 생활하는 곳”으로 느껴졌으면 좋겠다. 부산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무작정 그 마음을 없애기보다는, 그 마음이 왜 생기는지 살피고 싶다. 내가 피곤한 건지, 외로운 건지, 아니면 그냥 익숙한 곳이 그리운 건지. 그리고 그런 날에는 서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방법으로 나를 달래고 싶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부산 친구에게 전화하거나, 캠퍼스를 조금 더 걸어보거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는 식으로.
부산은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이고, 학교는 내가 새로 만들어갈 곳이다. 나는 지금 그 사이에서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덕분에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더 또렷해진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도, 새로움이 주는 설렘도 모두 내 마음의 일부다. 떠남과 정착 중 하나를 고르는 대신, 두 마음을 조화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 지금의 나에게 대학 생활은 그런 연습처럼 느껴진다.
첫댓글 - 익숙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드는 생각을 잘 적었습니다. 3문단 마지막 문장 “결국 나는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 두 세계를 오가면서 내 자리를 만드는 단계일지도 모른다.”가 주제문이겠네요. 맞아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죠. 동의합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 장소에 미소씨의 자리가 있다는 것이 부럽습니다.
- 그런데 분량이 좀 적은 편이니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적어봅시다. 궁금한 것 몇 가지를 질문할게요. 그냥 ‘부산’이라고 했지만 부산도 조그만 동네는 아니잖아요? 부산에서 계속 한 동네 또는 한 집에서 살았나요? 친구들은 아직 많이 부산에 남아 있나요? 이미 친구들도 많이 부산을 떠났다면, 부산의 느낌이나 의미가 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부산이 집을 의미한다면, 서울 오기 전에도 미소씨는 집에서 있는 것을 좋아한 편인가요? 일명 집순이였나요? 집을 오래 떠난 것이 처음인가요? 아니면, 부산은 집이라기보다 그저 익숙한 곳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4문단에서 부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그 마음을 살피고 싶다고 했잖아요. 지금까지는 주로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요? 아직 한 번도 안 갔나요? 마지막 문단에서 ‘그 덕분에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더 또렷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미소씨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런 것들을 다 하나의 글에 적을 필요는 없지만, 미소씨의 마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기 위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