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수백만 년 동안 자기 생활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마련해왔지만 홀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언뜻 보면 자급과 협동은 서로 모순되는 말 같지만 실제로 그것은 늘 같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면서 그 단위로 자급적 생활을 꾸려온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공동체에 속해 있을 때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낄 뿐만 아니라 자급에 수반되는 협력 행위도 효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습니다. 인간이 농사를 지으며 정주적 생활을 시작한 이래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것도 그래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마을 공동체를 벗어난 개인주의가 싹트고 강화되어온 것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싸고 풍부하게 공급되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화석연료가 바닥날 것이 눈앞에 보이는 지금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자급적 생활방식을 능동적으로 추구해야 합니다. 이는 현대적 도시가 성립되기 이전에는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던 개인주의적 생활방식에서 비롯된 피곤함과 외로움에 지친 현대인들의 생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웃간의 대화와 협력이 단절된 도시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텃밭들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마을 공동체를 회복해나갈 실마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 옛날, 마을 우물에서 이웃끼리 이야기 꽃을 피우고, 논밭에서 울력이나 두레를 통해 온 마을이 한덩이리가 되었던 것처럼 마을 텃밭에서는 현대의 도시가 잃어버린 이웃간 소통과 협력의 길이 열릴 것입니다.
하지만 도시농업이 저절로 이런 마을 공동체 회복의 매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멀리 차를 타고 가서 농사를 짓거나 상업화되거나 개별화된 도시농업은 마을 공동체 회복에 기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도시농업운동은 돈을 벌거나 쓰는 방식이 아니라 돈을 덜 쓰는 방식을 추구해야 하며, 혼자서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식을 찾아나가야 하며, 자신이 사는 곳이나 직장 가까이에서 벌여나가려는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기름끼 도록두록찐 배 나오지 않는 개미들이 필요한 아름다운도시 도시농부협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