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7월 용마산, 아차산행 / 박상기

[통일산악회카페지기]

길 잃고 헤매도 엄청 즐거운 산행

고대통일산악회, 7월 28일 용마산, 아차산 등반

10시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 4번 출구에서 모였습니다.

20분쯤 지나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두 분을 기다리는 몇 사람을 남기고, 출발입니다.

먹거리를 풍부하게 파는 재래시장 복판을 뚫고 용마산 등산로 입구인 사가정 공원으로 들어섰지요.

고려말-조선초의 문장가 서거정 선생이 살던 곳입니다.

시간 나면, 천천히 서거정 선생의 한시를 번역해서 세워놓은 시비를 보면서 한 나절쯤

한시 공부를 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바로 용마산 정상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지요.

너무 계단이 많아서 중턱까지는 헉헉 대면서 계단 오르는 고생이 심합니다.

이곳 등산로 말고, 다른 등산로가 있는데 그곳은 칼바위가 가파른 곳이라 이곳을 택했지요.

1시간 30분이 흘러서 용마산 정상으로 가는 보루터(고구려 4보루터)에서 점심 보따리를 풀었지요.

역시 점심시간은 즐겁습니다. 더구나 우리의 보배 여성 3인조(원영애, 김순환, 이영순님)가

갖가지 반찬을 차려와서 푸짐하기 그지없습니다. 일일이 그 메뉴를 다 적자니 끝이 없을 거 같습니다.

오늘은 전속 사진담당 윤석달 교수가 오지 않았고, 윤교수가 보낸 중국산 화주1병이

대신 왔더군요. 사정때문에 오지 못함을 52도 화주로 대신했어요. 게다가 지난 달 공주

태화산 산행에서 촬영담당을 한 최학 님은 카메라를 두고 와서 결국 제가 뒤늦게 나섰습니다.

원래 등반대장은 등반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데, 우째 이런 일이.....

온 산을 헤매다 나타난 3인조

등산로 입구에서 좀 늦은 이영순 님을 기다리던 김영수 2대 회장님-최호석 회장님은 이영순 님을 대동하고 30분쯤 늦게 4보루 헬기장에서 무사히 합류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처음 나온 98학번 박준식(농경과)을 데리고 오기로 한 김민호-권기섭 조는 한 시간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고, 30분이 더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핸드폰 불통지역이라 어디에서 어떻게 헤매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어요.

점심을 먹으면서 3인조의 행방을 염려하고 있는데, 일행이 점심을 다 끝내고 휴식을 취할 무렵 주승사자 이강식 님이 혼자서 나타났습니다. 20분을 더 기다리니까 드디어 방황하는 3인조도 나타나더군요. 그래서 두번째 사진에서 보듯이 3인조+이강식 님이 뒤늦은 점심을 하고 있습니다.

3인조는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헤맸는지, 본인들도 잘 모르더군요. 등산로 입구부터 전혀 엉뚱한 데로 들어갔으니 계속 "여기가 아니구먼"을 연속했겠지요.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3시간 반동안 헤맨 3인조.... 그래도 포기 않고 점심 자리를

찾아온 끈기에 박수를 칩니다. 역시 고대인은 포기할 줄 모릅니다. 

오늘 처음 나온 박준식 님은 현재 머니투데이 기자로 있는데, 고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지요. 게다가 1차 뒷풀이에서 신고주를 너무 쎄게 마셔서 거의 인사불성이 될 지경이었어요. 쳐다보기도 아까운 90년대 학번을 가혹하게 술고문한 선배님들, 특히 주승사자님 너무 그러지 마세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강신봉(법학 87) 변호사도 첫 산행에서 곤죽이 되어 산행에 나오기 겁난다고 한답디다. 우리 모두, 신입회원을 살살 다뤄서 인적자원을 보호합시다. 사람을 하나 기르는데 얼마나 정성을 들여야 하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박준식 후배는 이 날의 대취를 잊고 심기일전하여, 다음 산행에 꼭 나오도록.....

또 다시 헤어진 일행

점심 후에 아차산으로 내려갔지요.

그런데, 일행중 7명이 착각해 아차산쪽이 아니라  등산로 입구쪽인 사가정 공원 쪽으로 내려갔더군요.

최종 집결지로 잡은 아차산 팔각정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기에 어렵게 전화를 했더니,

이미 그쪽으로 하산을 거의 다했다는군요. 그들을 제외한 채 단체 사진을 찍고 영화사 절쪽으로 내려갔습니다. 

가다가 보니까 시원한 약수터가 있어 오늘 땀으로 흘린 수분을 보충하였습니다. 요즘 서울 근교 산에서 약수 마시기가 겂나요. 대장균이 우글거린다는군요. 다행히 용마-아차산의 약수들은 잘 관리해서

모두가 '음수 적합'으로 판정받았더군요. 좋은 걸 좋게 관리하는 노력이 참 중요하지요

약수터 아래가 아차산 체육공원인데, 아주 잘 꾸며놓았어요. 

 등산한 사람들의 먼지와 티끌을 털어내라고, 바람으로 샤워를 시켜주는 '에어 브러쉬'도 설치해놓았더군요. 무료입니다

이런 친절은 처음인데, 광진구청에서 잘하는 것 같아요.

영화사로 내려가 보니, 사가정공원 쪽으로 내려간 분들이 승용차와 택시를 이용해서 잽싸게 영화사 입구쪽에 도착해 있더군요. 이산기족이 드디어 합류했습니다. 모두 23명입니다.

첫 뒷풀이로는 성이 안차 2차, 3차 뒷풀이

합류의 기쁨을 나누고, 영화사 앞에서 내려오다가 1차 뒷풀이집 부경정(3436-3323)에 모였습니다.

이 집은 동태로 동태찜에서부터 동태순두부, 동태냉면까지 만드는 동태 전문점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요리에 동태를 넣는데, 음식마다 시원한 맛이 일품이지요. 잘 아시다시피, 산행이나 여행에서 먹거리와 잠자리가 좋으면 반 이상 성공입니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뒷풀이는 끝날 줄 모르고, 주승사자 이강식 님의 공격에 하나둘 한계 주량을

넘어설 즈음, 몇몇이 "고래사냥"에 나섰지요. 러브샷의 상대로 주승사자를 연거퍼 지목하여 협공으로

고래를 잡자는 작전이었습니다. 수년간 주승사자의 술폭탄에 시달린 제가 절치부심 연구한 특공 전술이지요.

네번째 사진은 권기섭님, 나에 이어 원영애 님이 주승사자에게 3번 타자로 나서 소폭 러브샷 협공을 하려고 분위기를 잡는 장면입니다. 이 무렵부터 워낙 눈치가 빠른 주승사자가 슬슬 피하는 바람에 협공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지요. 뒷풀이 중간에 정상렬 님이 찾아와 반가웠습니다. 11월쯤에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봉산 성신여대 생활관에서 자리를 함께 하는 산행을 주선하겠다고 합니다.  

부경정에서 1차 뒷풀이를 마치고 공식적으로 오늘 일정을 종료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헤어지는 사람이 없어서, 아차산 역 옆에서 2차 뒷풀이를 가졌습니다. 호프집인데, 장소가 넓어서 우리 일행이 놀기 좋았지요. 즉석 연설과 고성방가가 이어지면서 두 시간 가량 더 놀았지요. 2차 술값은  66학번 조재수 님이 맡아서 해결하여 주었어요.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런 다음 이제는 정말 해산이라고 선언했지요. 버스로 가는 사람, 지하철 타는 사람 등등 헤어지는데, 지하철 입구에서 뜻밖에 박찬세 명예회장님이 3차를 제의했어요.

박찬세, 김창문, 김영수, 홍재기, 정성환 님과 박상기 이렇게 6명이 모였어요. 여기에 최호석 회장님도 합류했으나, 점점 주특기인 졸음이 깊어져서 3차로 이동 중에 집으로 퇴장시켰습니다. 6명은 5호선 군자역에서 호기롭게 7호선으로 지하철을 바꿔 타고 태능입구 역까지 가서 하차했습니다.

역 가까운 곳에 있는 곱창구이 집 노천에서 소 곱창과 소 간을 안주로 해서 소주를 마셨지요. 이 집은

이 날 처음 찾은 집인데, 주인 내외가 참 친절하고 곱창 맛도 상급이었어요. 주인 아주머니가 생 간을 잔뜩 덤으로 주는 바람에 오랫만에 간을 간답게 먹었습니다. 술꾼은 간을 상하기 쉬우니, 쇠간으로 가끔씩은 달래주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갑자기 종교문제를 주제로 한 격렬한 토론이 벌어져 기독교, 불교, 이슬람 교를 망라한 근원적인 신앙이란 무엇인가, 바람직한 신앙인의 자세는 무엇인가를 둘러싸고 불꽃이 튀었지요. 

아마도 아프칸에 인질로 잡혀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개신교 봉사단 때문에 시발이 된 것 같습니다. 역시 고대통일산악회의 술자리 토론 주제는 그때그때 역사, 종교, 경제, 문화 등 경계가 없습니다. 안암의 동산에서 얼마나 단련된 입과 머리들입니까.

밤 10시가 넘어서야 다음달에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오늘의 산행을 최종 마감했습니다. 물론 일행 중 행선지가 비슷한 회원끼리 우리처럼 3차를 한 팀들이 있을 겁니다. 산개해서 벌인 3차라고 할까요.

헤매고, 흩어지고, 산행은 좀 엉성했지만 역시 뒷풀이는 아주 그럴 듯한 산행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