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부정청탁 금지하는 김영란법을 아시나요? ....한국경제신문'13.7.31

[잠룡]

공직자 부정청탁 금지하는 김영란법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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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사회에서 부정한 청탁과 이에 대한 댓가로써의 돈 거래는 우리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범죄 중의 하나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 시키기 위해 권한이 있는 공직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이에 대한 댓가로 뇌물을 줍니다. 또 뇌물을 받은 공직자는 직업윤리와 법을 위반하여 자신에게 청탁을 한 사람들의 편의를 봐줍니다. 공직자들이 이렇게 뇌물을 받고 공적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면 사회정의는 실현할 수 없게 되고 공직기강은 해이해지고 많은 사회적 폐해를 가져오게 됩니다.

최근 이러한 관료사회의 부정한 청탁과 뇌물을 막고자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공식 명칭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인 이 법률안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위원장이 작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 재직 시 입법예고한 법률안으로 그녀의 이름을 따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법률입니다. 하지만 이 법률안은 9개월간의 법무부와의 조율과정에서 핵심내용이 빠진 누더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뇌물수수를 막겠다는 이 법률안에 법무부는 왜 반대를 했을까요?

■ <김영란법>은 어떤 법일까?

소위 <김영란법>의 원안은 직무관련성 여부와는 상관없이 공직자가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3년이하 징역 또는 수수금품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공직자가 일부 특정 사람의 스폰서가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법률안의 조율과정에서 같은 내용에 대해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만을 부과하도록 수정하였고 처벌 대상도 모든 금품이 아닌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직자가 받은 것만으로 한정하였습니다.

법무부가 이처럼 원안을 수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라는 논리였습니다.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데도 형사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처럼 공직자들의 저항을 의식해 그 처벌을 포기하는 것은 사회의 부패근절에 앞장서야 하는 주무 부처로써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법무부가 한정해서 결론 지은 행위에 대해서는 지급도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법무부 주장대로 <김영란법>이 통과가 된다면 이는 현행 형법으로도 처벌되는 사안에 대해 괜히 과태료 규정을 추가하여 제재하는 것 밖에는 안되는 것입니다.

<김영란법>의 핵심은 금품 등의 수수로 평소 스폰서 관계가 되는 부당한 유착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입니다. 평소에 이렇게 부당한 금품이 오고가면 스폰서 관계가 형성되고 막상 부정한 청탁이 실현될 때에는 굳이 돈을 주고 받지 않기 때문에 뇌물죄로 처벌할 수 없는 법의 불합리한 점을 수정하여 공직사회가 보다 청렴해 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법무부에서 법안의 핵심내용을 제외하여 수정하는 것은 이 법률안의 근본취지를 망가뜨려 실효성 없는 법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 전 국민권익위원장 김영란은 누구일까?

2010년 8월 언론에는 한 여성 대법관의 아름다운 약속 지키기 라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기사의 당사자인 김영란 대법관은 평소 대법관의 임기를 마치면 변호사로 개업을 하지 않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해 왔었고 퇴임 시기가 되자 그 약속을 지켜 변호사로 개업을 하지 않고 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바로 그 약속이 우리 법조계에서 오랜 악습으로 내려오던 <전관예우>라는 풍토를 없애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전관예우>는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를 이르는 말입니다.당시 김영란 대법관이 퇴임 후 개업 또는 로펌에 소속될 경우 3~4년 안에 100억 정도의 수입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풍문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녀의 행동을 한 언론에서는 <100억을 포기한 아름다운 약속 지키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영란 전 국가권익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최초의 여성대법관 이었으며 대법관 시절에도 진보적이고 소신있는 판결과 의견개진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습니다. 대법관 퇴임 후 약속대로 한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그녀는 2011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되었으나 2012년 11월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자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그 직에서 사퇴하였습니다. 그녀가 <김영란법>의 제정을 추진한 이유는 오랜 법조계 생활에서 보아왔었던 공직자들의 청탁과 뇌물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 보고자 함이었던 것입니다.   

■ <김영란법>은 반드시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합니다.

당초 이 법안이 만들어지게 된 취지는 '스폰서 검사'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공무원이 돈을 받아도 직무대가성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법의 미비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이었습니다. '스폰서 검사'사건은 지난 2010년 MBC의 PD수첩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는데 부산지검장 등을 비롯한 검찰의 주요인사들이 향응과 촌지를 받은 사건 입니다. 사건 보도의 발단이 된 제보자의 문서에는 57명에 달하는 전,현직 검사가 지속적인 금전,향응,성상납 등의 스폰서 행위를 해왔음이 드러나 있었고 이를 규명하기 위한 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조사를 통해 금품과 향응의 접대는 사실로 드러났지만 구체적인 청탁이 없었고 직무대가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미비한 법적인 처벌에 그쳤습니다. 이 사건 이후에도 수많은 공직자들이 돈을 받고도 직무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고위공직자를 포함한 사회고위층들에게 성접대 등 로비를 벌인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이에 연루된 사람들이 밝혀지더라도 접대와 직무대가성이 없다고 결론이 나면 또 처벌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직자들이 금품을 받게 되면 언젠가는 돈을 준 사람에게 편의를 봐주게 되어 있는 것은 인지상정 입니다. 돈을 준 사람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을 위해 보험을 들어둔다는 심정으로 평소에 공직자들에게 돈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일들이 관행처럼 벌어지자 당연히 공직사회는 부정부패로 물들수 밖에 없고 우리나라의 국가별 부패지수도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라는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김영란법>이 당초 원안대로 통과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국가의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는 일반인들에 비해 훨씬 엄격한 청렴의 잣대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