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보문고 단편공모전 당선작 김진아 작가의 <강남파출부>를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아이들 모두 울컥했던 엔딩과 함께 드러난 우리 사회의 모습, 성공한 사람은
무례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그런 무례함을 참아내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한국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국회와 법조계에서 높은 어른이란 사람이
같은 동료 의원을 향해 "X신 같은게.."라는 말을 해도 그가 부끄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무례함은 이제 한국 사회에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마땅히 누려야 되는 특권이란 뜻과 다를 바 없다.
강남이 한국의 현대사회를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문학전공자들은 "강남소설"이란
장르를 배우고 또 "강남소설"류의 작품을 장단편으로 지금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최근 조국장관 사태를 두고 페이스북에 공유되는 포스팅도 내 눈에는 이렇게 읽혔다.
(강남사람) 장관하나 임명했더니
검찰이 얼마나 썩었는지-
언론이 얼마나 쓰레긴지-
정치가들이 얼마나 양아친지-
종교가 얼마나 타락한지-
다 밝혀지고 다 들통났어-
<강남파출부>도 강남의 한 가정에 주인공 할머니가 파출부로 들어가면서부터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가치관과 삶과 행복에 대한 허상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 집은 겉으로 보면 우리가 꿈꾸는 강남 살면서 성공한 가정의 전형이다.
부부가 각자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부부이고 냉장고는 모두 유기농으로만 채워져 있는
상류의 모양새를 다 갖추고 있어 할머니도 처음 집에 들어가서는 부러움과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드러나는 가족의 삶은 공허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강남파출부>를 읽고난 후 우리 아이들의 소감은 훌륭했다.
훌륭한 소감보다 더 소중한 것은 이야기에 아이들 마음이 흔들리고 아프고 또 연민하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통해 아이들과 나는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빈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이 빈공간은 소설 <강남파출부>가 드러내는 텅 빈 공허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함께 읽고서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낸 이 빈공간의 소중함을 우리 친구들도 알아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