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개할미
송 경 화
퇴근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안에서 은은한 향이 밀려오던 시절이 언젠가 싶다. 막내의 대학진학 후 남편과 나만 지내던 지난 4년의 생활. 이제와 생각하니 평온의 시절이었다. 일주일에 물걸레질 두어 번만 해도 손갈 때 없이 깨끗한 집이었건만……. 청소기와 물걸레질을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할 만큼 나를 분주히 움직이게 하는 애물단지와 동거를 한 지 한 달. 아침저녁으로 환기는 물론 탈취제를 손에 들고 다니며 틈틈이 뿌려도 특유의 냄새는 살림살이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큰애가 입양한 폼피츠(포메라니안과 스피츠의 믹스 견)가 한 달 전쯤 내 품으로 왔다. 털색깔이 과자 중에 “칸쵸”를 닮았다고 해서 녀석의 이름은 “칸쵸” 7개월을 가득 채운 그 녀석은 또래아이들 보다 몸집은 1.5배. 천방지축에다 먹성은 또 얼만 좋은지. 사료는 그릇에 담기기 무섭게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는 며칠 굶은 표정으로 바라보기 일쑤다. 눈물 그렁그렁한 눈을 보고 있자면 더 주고도 남음이 있겠지만 사료와 간식이외에 사람이 먹는 걸 줘서는 안 된다는 딸아이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사람이 먹는 것을 주게 되면 사나와 질뿐만 아니라 빨리 죽는 다며 전화할 할 때면 신신당부를 잊지 않는다. 저희들 바쁘다고 드문드문하던 전화를 어찌된 것인지 매번 화상통화로 하는 걸 보면 칸쵸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보인다. 살짝 섭섭한 마음이 생겼지만 그나마 그녀들의 근황을 거의 매일 볼 수 있어 용서하기로 했다.
피곤했던 하루, “칸쵸”의 재롱을 보며 그 옛날 딸애들 키울 때 얘기를 하며 잠자리에 든다. 그때를 회상하며 남편이 진심으로 이야기를 한다.
“혼자 육아하느라 정말 애썼다.”
“고맙고 미안하고”
라는 말도 듣고 “칸쵸” 덕분에 이제서라도 위로를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또 좋은 것 하나를 더하자면 남편이 어깨 수술과 갱년기로 힘든 나날이었는데 기분이 많이 UP 됐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반갑다며 격하게 품안에 안길 때면 그의 함박웃음이 내게는 안도의 기쁨이 되더란 얘기다.
처음 주인의 파양으로 입양되어 어쩌다 내게로 온 아이. 처음에 다리도 절고 겁에 질렸던 아이가 두 딸의 정성으로 많이 회복되었고 힘닿는 데 까지 남편과 내가 돌볼 예정이다. 언제가 될런지, 그렇게 될런지는 모르지만 남편과 나는 미래 손주 돌보는 예행연습이라 생각하며 정성을 쏟을 것이다. 귀찮아 버리는 일을 절대 없을 것이다. 혼자 아파트에 두고 다니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현실에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칸쵸”도 이해하리라 믿고 시간되는 대로 산책하며 놀아줄 것이다.
아프지 말고 무탈하게 오래오래 잘 지내야 할 텐데.
아울러 “칸쵸”의 냄새를 못 느끼게 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근데 솔직히 민감한 내 후각이 무뎌지는 건 무리가 있지만 애써보고 싶다.
“칸쵸야, 우리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