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드름산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드름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악산의 모습은 장대하다. 벼랑끝에 버티고선 소나무의 고결한 자태에 탄성이 절로난다. |
새해가 되면 늘
건강을 이야기하며 운동하는 한해를 다짐한다. 그럴 때마다 제일 화두는 등산이다. 그러나 대부분 작심삼일 일쑤. 내 체력으로 산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새해 등산을 작심한 초심자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등산 황홀경에 빠져들 만한 곳은 없을까. 험하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산세로 초심가들이 산행의 묘미와 즐거움, 자연에 대한 경외심, 등산의 매력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곳. 춘천 도심에 위치한 드름산이 바로 그런 산이다. 춘천시 신동면 의암리~칠전동 갓박골에 걸쳐 있는 드름산은 춘천의 명산 삼악산과 동쪽으로 서로 마주보는 357.4m의 나지막한 산이다.
한반도 중부내륙의 분지형 산악도시 춘천. 그 곳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준령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드름산이다. 드름산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춘천을 병풍처럼 둘러싼 명산들이 차례로 눈 안에 들어온다. 또한 발 아래로 장엄한 북한강의 물줄기를 담아낸 의암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능선을 따라
실핏줄처럼 이어진 춘천의 속살이 수줍은 듯 살포시 드러난다. 말 그대로 드름산은 산행을 하며 춘천시티투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춘천관광
등산코스로 제격이다. 그래서 드름산 산행에는 춘천을 잘 알고 있는 산악인을 대동하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드름산은 춘천도심 가까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버스 등 대중교통의 이용도 용이하다. 등산길은 여러 갈래가 있으나 초심자는 교통이 편리한 춘천 칠전동
대우아파트에서 시작해 의암댐 입구 도로변까지 이어지는 능선을 이용하는 게 가장 좋다. 산행 거리는 4.35㎞. 소요시간은 2시간~2시간30분이다.
| | |
▲ 드름산 아래로 춘천시 전경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봉의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발아래는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이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
대우아파트쪽에서 오르는 길은 두 갈래. 칠전동 경춘국도변 광성군 김정 묘역 가까이 있는 능선을 타고 오르는 것과 신남초교 뒷길로 오르는 방법이 있다. 어느 길을 택하든 산중턱에서 만나게 된다.
대우아파트쪽에서 길을 잡아 산길로 들어서면 소나무 터널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20여분(0.75㎞)쯤 오르면 의암리와 산 정상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그 곳에는 주막형태의 쉼터와 벤치가 있어 간단한 요기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정상까지는 0.56㎞.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눈앞에는 참나무 군락지가 펼쳐진다.
나무계단을 오르다보면 오른쪽으로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과 금병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나뭇가지 사이 발밑으로 춘천CC와 낙타등을 닮은 안마산이 나지막이 엎드려 있다. 그 뒤로 멀리 대룡산이 위용을 뽐내고 그
앞으로 키 재기하듯 희뿌연 고층아파트들이 군락을 이루며 시야를 막아선다.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풍경이지만 춘천의 큰 자연품에서는 한 폭의 수채화로 녹아든다.
참나무 군락지가 끝날 무렵 친절하게 자생식물의 종류와 구분법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참나무에는 굴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등등, 잎이 2개면 소나무, 3개는 니기다 소나무, 5개는 잣나무…, 살아있는 자연
교육 학습장이다.
산행 시작 30여분 자그마한
표지석이 나타난다. 드름산 정상 357.4m.
아름드리 소나무들과 참나무, 잣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춘천 전경을 조망하는
시계는 좋지 않다. 잡목정리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정상을 지나면서 간간이 암릉이 나타나고 100여년은 됨직한 아름드리 소나무군락지와 잣나무·낙엽송 조림지가 교대로 나타나 산 타는 재미를 더해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춘천의 진산인 봉의산과 강원도청이 손안에 잡힐듯 들어오고 발아래 펼쳐진 의암호에는 붕어섬, 상·하중도,
고슴도치섬이 파란물위에 떠 있는 듯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도심속 숨겨진 드름산 능선을 따라 조망하는 아름다운 춘천의 파노라마에 탄성이 절로난다.
| | |
▲ 춘천 드름산 중턱의 거북바위. 머리와 몸체가 거북 모습 그대로다. 등산객들이 거북바위를 발견한 뒤 명패를 붙여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손건일 |
1시간 30분여 지났을 때 쯤 최근들어 누군가가 이름을 지어준 듯 거북바위가 명패와 함께 다가온다. 드름산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듯 머리와 몸체는
거북이 그대로다.
드름산이 국가중요시설인 의암댐 가까이 있어서인지 능선을 따라 군사시설인 교통호(참호와 참호를 연결하는 방어진지)가 구축돼 있어 남북분단의 상흔을 떠올리게 한다. 1월의 잔설이 쌓여있는 교통호를 따라 나란히 놓여진 산길을 열중하고 걷다보면 갑자기 우뚝선 삼악산이 앞을 가로 막는다. 산행의 막바지를 알리는 이정표다. 대원사(구 옥수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잠시 후 확 트인 시야 안으로 정성으로 모은 돌탑이 들어온다. 드름산 산행의
하이라이트 전망대다. 내륙의 섬을 잉태한 의암호, 아찔한 낭떠러지, 바위 틈새의 낙락장소, 기암괴석의 삼악산 절경, 그 사이 아담한 상원사와 새하얀 삼악산장…, 자연이 빚은 황홀경에 온 정신을 빼앗겨 버린다.
이제는 하산길이다. 그 계곡에는 춘천 산악인들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 2008년 춘천지역 산악인들의
모임인 춘천클라이머스(회장 강창섭)가 개척한 ‘춘클리지’라는 높이 200m 의 암벽릿지코스가 위치해 있고 그 주변으로 의암봉(40m) 등 여러 개의
암벽등반 코스가 개발돼 있다. 깎아질 듯 수직의 암벽을 감상하며 내려오다보면 금세 의암댐을 끼고 도는 멋스러운 경춘국도와 맞닿는다. 드름산 끝자락이다. 그 곳에는 예향 춘천을 알리는 의암호 인어상과 김유정 문인비도 자리해 춘천 산행관광이 끝났음을 일러준다. 손건일 gison@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