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연의(退魔演義) 019 - Side Story Ⅱ +1(上)
당신을 찾아 헤매던 기나긴 시간들은...
Side Story Ⅱ +1(上)
“ ..... 씨이... 뭐 난 그렇게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안한 줄 알아??!!!!
난들 다른 사람들 다 싸우는데 아무 것도 못 하는 게 좋기만 하겠냔 말야??!!!
그 자식은 꼭 나만 가지고 시비야, 시비가.............................
.......................................................................................
........ 하아..... 그래. 하긴 요즘 난... 내가 봐도 한심하니까.....
괜히 다른 팀원들한테 방해만 되고....... 하아......................
.................... 나... 정말 이대로 팀에 있어도 되는 걸까?.....
.............. 하지만......... 하지만............... ”
그렇게 한참을 혼자 넋두리를 하듯 중얼거리며 걷던 혜성이 문득 자신이 어디를 얼마
만큼이나 걸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자 보이는 것은 새카맣
게 타버린 주택 한 채.
“ ........!!!!!!!!!!!!!....... ”
그때서야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를 깨달은 혜성은 흠칫- 놀랐다. 그리고 집이
있었다는 사실은 불에 탄 재로 밖에는 알아볼 수 없는 황량한 공간을 바라보는 혜성
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 ................................ 아직... 있네?.....
.......... 그래도 잔해는... 다 치웠구나.....
예전 모습은... 하나도 안 남아있어......... ”
이미 흔적만 남은 주택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오른손을 내밀어 흔적만 남은 그 곳을
쓸어보는 혜성의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애절했다.
“ 참 예쁜 집이었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정말 예쁜 집이었는데... 그랬... 는데..... 흑..... ”
그리고 그 순간 눈물이 났다.
스스로의 무기력함에 대한 서운함도, 또 그 때문에 매번 팀원들에게 방해만 하던
자신의 모습도,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신랄하게 꼬집으며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하며 화를 내던 민우의 모습도, 그리고... 이렇게 흔적만 남아있던 지난날의
추억도... 모두 너무 너무 서럽고 슬펐다. 그래서 부모님과 동생의 장례식 이후로
처음 울어버리고 말았다.
그때는 오히려 너무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 너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오히려 울
수 없었다. 울어 버리면... 울어버리면 완전히 무너져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
다. 그래서 차마 울 수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곳에 다시 오자 그 엄청난 감정들이 한
꺼번에 복받쳐 올랐고,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이대로 엉엉- 소리 내어 울어버리고 자신을
괴롭히던 수많은 감정들을 모두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이대로 울다 지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각이라며 엉덩
이를 두들겨 깨우는 엄마의 손길과 지각한 벌로 운동장을 돌고, 화장실 청소를 해도
좋으니까... 내 옷을 몰래 입은 동생이 옷에 지지 않는 무언가를 묻히고 들어와 화를
내도 좋으니까...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정말 길고 실감나는 꿈... 깨고 나면 정말 신기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꿈... 그런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울다 지쳐 잠들 수도 없었다. 이제 쌀쌀해진 밤바람이 얇은 검은색의 티셔츠 사이로
스몄고, 그 추위에 팔을 가볍게 떠는 동안 점점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만 실감하게 될
뿐 잠들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잠 들 수도 없었다. 심장이 욱씬-거릴 정도로 마음이
아팠지만, 그냥 쓰러져 잠들 수도... 없었다.
- 꼬르륵~
“ 훗- ”
그리고 어느 샌가 배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혜성은 웃어버렸다. 이렇게 절절한 상황에
서도 위는 운동하고 있었고, 피곤해서 저녁을 먹지 않은 배속은 배가 고프다고 아우
성 치고 있었다. 가슴을 저미는 슬픔도 식욕을 앞서지는 못했다.
“ 그래. 이런 게 현실이지... 피하려고 해봐야 피할 수 없는 현실... 훗- ”
한탄이 섞인 혜성의 말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순간 혜성의 옆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 느낌에 혜성을 퍼득- 옆을 돌아봤다. 아까까지 혜성을 공격하던 새튼이
들의 기억이 떠오른 혜성은 재빨리 쪼그려 앉은 채로 당장이라도 돌려차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방어태세를 취했다.
“ 끼잉~ 끼잉~ 끼이잉~~~ ”
하지만 그런 혜성의 민첩한 행동이 무색할 정도로 작고 마른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그 모습에 혜성은 발가락 끝까지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긴장했던 몸이 한
순간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 어?... 집이 없니? ”
어느새 쪼그리고 앉아있는 혜성에게 다가와 혜성의 무릎에 매달려 안아달라는 듯 낑
낑거리는 강아지의 모습에 혜성이 두 팔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고개를 숙여 턱을 괴고
는 강아지를 내려 보며 물었다. 주인이 없는 떠돌이 개인지 꼬질꼬질한 모습이었지만,
계속 안아달라는 듯이 낑낑대는 모습에 그.일.이 있기 전까지 기르던 강아지가 떠오른
혜성은 더럽다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강아지의 목덜미를 벅벅- 긁어주었다. 그러자
좋다는 듯 머리를 혜성의 손에 비벼 대는 모습에 혜성은 더욱 신이나 강아지의 목덜
미를 더 벅벅- 긁어 주었다. 그러자 강아지의 목에 걸린 목줄이 느꼈다.
“ 어? 너 주인이 있니? 근데 왜 이렇게 지저분해?
근데 너 우리 꼬맹이랑 엄청 닮았다. ”
혜성이 그렇게 말하며 강아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자 강아지는 그때서야 허락
을 받았다는 듯 혜성의 무릎에 폴짝- 뛰어올랐다.
“ 킥- 하는 짓도 똑같네? 킥킥- 그래. 그래. ”
자신의 무릎 위로 뛰어오른 강아지를 안아들고는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강아지
와 한참동안 장난을 치던 혜성은 장난이 좀 시들해 지고 나서야 주인을 찾아주기 위
해 강아지의 목에 걸린 목줄을 들여다보았다.
“ 어디... 주인이 누군지 볼까? 너도 집에 가야...........!!!!!!!!!!!!!......... ”
평소 민우에게 하는 말투와는 180도로 달리 강아지에게 상냥하게 말하며 본래의 색
을 알 수 없이 꼬질꼬질한 강아지의 목에 걸린 지저분한 목줄을 뒤지며 확인하던 혜
성은 말을 멈추고는 목줄을 잡고 있던 손이 굳어진 채로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그
런 혜성 의 모습에 낑낑- 소리를 내며 혜성의 손을 가지고 장난 하려는 강아지를 느
낀 혜성은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 .................. 흑............... 야.......... 흐흑.................
.........흑......... 미안... 네가 죽은 줄 알았어.......
.... 흑... 그때 너 봤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흐흑...
....... 집에는... 남아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흑... 그래서... 그래서.....
... 흐흐흑..... 다행이야. 살아있어서...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흡-....... ”
지저분한 강아지를 품에 꼭- 끌어안고는 눈물을 흘러가며 중얼거리던 혜성의 두 눈에
는 눈물과 함께 기쁨도 담겨 있었다. 그.날. 죽은 줄만 알았다.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타서 무너져 버린 집. 그리고 그 집안에서 유일한 생존
자는 동완의 등에 업혀 나온 혜성뿐이었다. 다른 가족들은 나오려 하지 않았다고 한
다.
활활 타오르는 집안에서 알 수 없는 웃음을 웃으며 서 있었다고 한다. 혜성과 또 다
른 사람들에게 의미를 알 수 없는 저주를 퍼 부으며 서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르던 강아지의 흔적 같은 건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완전히 타버린 집이었고, 또
사라진 강아지가 살아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여유가 없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늦게라도 나타나 준 강아지가 고맙고 또 지금까지 살아있으리라 믿고 찾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만 한 혜성이었다.
.
.
.
“ 혜성 형!!!!! ”
혜성이 집의 육중한 대문을 열고는 커다란 정원의 잔디밭 위로 난 긴 돌다리를 하나
하나 건너 현관에 닿아 열쇠를 꽂으려는 순간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선호가 튀어나
와 혜성을 끌어안았다.
“ 흑... 혜성 형... ”
“ 왜...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울음 섞인 목소리로 혜성을 끌어안고는 웅얼거리는 선호의 모습에 혜성은 자신이 없
는 사이 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걱정 되서는 급하게 물었다.
“ 흑... 그럼 무슨 일 있지...
이 시간까지 안 들어와서 얼마나 걱정 했는 줄 알아??!!! ”
“ 아!... 미안... ”
혜성은 젖은 목소리로 어리광을 부리듯 혜성의 이름을 부르다가는 느닷없이 걱정했다
며 큰소리로 소리를 치는 선호의 모습이 꼭 엄마 같다는 생각을 하며 왜소한 선호의
상체를 끌어당겨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러자 선호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혜성을 끌어
안고는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나름대로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
는 그때 들리는 소리는...
“ 끼잉~ 끼이잉~~ ”
혜성은 꼭- 끌어안은 선호와 그런 선호에게 꽉- 안긴 혜성의 품 사이에서 들리는
소리에 선호가 깜짝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 그... 그게 뭐야??? ”
“ 아. 얘는... ”
놀람에 잠시 혜성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던 선호는 곧 몸을 구부려 혜성의 품을 들
여다 보았다. 혜성의 품에는 떠돌이 개로 보이는 강아지 한 마리가 안겨 있었다. 자신
을들여다보는 선호를 본 강아지는 선호에게 안아달라는 듯이 낑낑-대고 있었고, 그런
강아지의 모습과 그런 강아지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혜성의 모습을 멍-하니 번갈아보
는 선호의 뒤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 이산가족 상봉은 들어와서 하지 그래? 밤이라 추운데 얼른 들어와. ”
“ 그래. 신혜성. 그만 튕기고 좀 들어와라. ”
집 안에는 아직 집에 돌아가지 않은 듯 동완과 승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멤버들
의 목소리에 혜성이 아직도 멍-하게 서 있는 선호를 데리고 거실로 들어가자...
[퇴마/연의] 退魔演義 020 - Side Story Ⅱ +1(下)
퇴마연의(退魔演義) 020 - Side Story Ⅱ +1(下)
당신을 찾아 헤매던 기나긴 시간들은...
Side Story Ⅱ +1(下)
“ 뭐야? 지금까지 나 걱정한 거 맞아? ”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거실의 광경에 혜성은 아까 정말 걱정했다는 듯이 엉엉- 울
어대던 선호의 모습과 지금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의 엄청난 차이에 어리벙벙해
져 선호를 돌아보며 물었다.
“ 그럼~ 너무 걱정해서 나 머리 빠진 거 봐라. 혜성아~ 형 탈모약 사와라. ”
그런 혜성의 말에 승민은 혜성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자신의 머리를 혜성이
서 있는 방향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 야. 야!!! 그거 다 먹어 가면 어떡해??!!! ”
“ 아~ 그럼 형이 잘 하던가... ”
“ 이 자식은 밥 먹고 고스톱만 쳤나... ”
거실에는 잘 깎아진 사과를 입에 문 채 중앙에 깔아 놓은 초록색 모포 앞에 동그랗게
앉아 고스톱을 치고 있는 동완과 승민, 정혁, 민우가 보였다. 그런 의외의 상황과 완
전 꾼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완벽한 자세로 앉아서는 심각하게 화투장을
들고는 말하는 멤버들의 모습에 혜성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어? 스톱? 뭐야??? 벌써 난 거야??? 정혁 형- 언제 났어??!!! ”
그리고 그 순간 조용히 손에 들고 있던 화투장을 내려놓는 정혁을 보며 자신의 화투
장과 앞에 깔린 것들을 번갈아 보던 승민이 흥분해서 소리쳤고, 그런 승민의 말에 동
완이 결국 들고 있던 화투장을 내 던지며 소리쳤다.
“ 제엔~~~장!!!!
내가 이 자식들하고 고스톱 쳐서 딴 역.사.가 없어!!!
야!!! 니들 다 내가 가르쳤잖아!!!
예의상 한두 판은 져줘야 하는 거 아냐??!!! ”
“ 도박에 예의가 어디 있냐던 사람이 누군데. ”
흥분한 승민과 동완의 모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혁의 점수를 계산한 민우는 옆에
놓인 천 원짜리 지폐를 정혁에게 건네주며 말했고, 그런 민우의 모습에 승민은 고개
를 끄덕이며 천원짜리 한 장을 정혁에게 건넸고, 그런 승민의 행동과 민우의 말에 자
신이 한말이 있었던 동완은 뻘쭘 해져서는 군소리 없이 옆에 놓인 천 원짜리를 정혁
에게 건네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승민의 돈을 받은 정혁이 동완을 향해 고개를 저
었다.
“ 또 뭐??? ”
절.대. 동완에게는 돈을 받지 않겠다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동완이 정혁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잠시 가라 앉혔던 흥분을 다시 일으키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 훌쩍- 동완 형 피박인데? ”
그리고 정혁의 행동에 눈꼬리를 올리며 날카롭게 묻는 동완에게 눈물을 닦으며 옆에
선 선호가 동완의 앞에 놓인 화투장들을 살피며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선호의 말에
동완은 정혁에게 건네주려다가는 화를 내느라 손 안에서 구겨진 천원짜리 한 장을 들
고는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점수를 계산했다. 그리고는...
“ 이씨... 아까 니가 쌍피 가져가서 그렇잖아!!! ”
화가 난 듯 소리치며 정혁에게 천 원짜리 두 장을 던진 동완이 눈물을 뿌리며 화장실
로 뛰어 들어갔다.
“ ........ 선호야... 이게 어디를 봐서 날 걱정한 거냐? ”
“ ... 훌쩍- 형들은 걱정되면 고스톱을 쳐요. 그럼 걱정이 덜 된다나... 훌쩍-
그리고 혜성 형이 없어서 수가 안 맞는다고
나보고 빨리 형 찾아오라고 막- 소리 쳤어요.
형들이 얼마나 애절하게 형을 찾았는데요... 훌쩍- ”
“ 짝 다 맞잖아... ”
선호의 말에 혜성은 입술을 떨며 모포의 사방에 올망졸망- 놓여있는 잔돈과 화투장들
을 보고는 말했다.
“ 정혁 형이랑 하면 다 딴다고 동완 형이 싫어해요.
그리고 민우 형은 원래 고스톱 잘 안쳐요. ”
“ 하아- 그럼 저 인간 앞에 있는 저 돈들은 다 뭔데? ”
혜성은 민우 앞에 그득-한 천 원짜리와 백 원짜리, 오백 원짜리 동전들을 보며 물었
다.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돈이었다. 그 모습만 봐도
민우가 많이 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민우 형은 잘 안치는데, 한번 치면 정혁 형만큼 많이 따거든요... 훌쩍- ”
“ 하아- 두손 두발 다 들었다... ”
그렇게 말하고는 동완이 앉아있던 자리 옆에 털썩- 주저앉은 혜성을 힐끗- 보던
승민이 입에 사과를 한쪽 물고는 혜성의 품에 안긴 강아지를 보고 물었다.
“ 그건 또 뭐냐? ”
“ 아. 맞다. 형 걘 누구예요??? ”
승민의 말에 그때서야 아까 혜성의 품에 안겨 있던 강아지가 떠오른 선호가 짝-소리
가 나게 박수를 치며 물었다.
“ 내가 예전에 기르던 개. ”
“ 어??? 어디서 찾았어??? 큭- 쿨럭쿨럭- 켁켁..... ”
떠돌이 개가 아니라 혜성이 기르던 강아지라는 말을 들은 승민이 놀란 듯 사과를
삼키다가는 사래가 들린 듯 켁켁- 거렸다.
“ 형 괜찮아? ”
“ 괜찮아요. 승민 형? ”
“ 켁켁- 괜찮아... 계속 말해 봐. 큭- ”
목에 단단히 걸린 건지 계속 쿨럭-거리는 승민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괜찮냐고 묻는
혜성에게 손짓을 하며 계속 이야기를 하라는 승민의 모습에 혜성이 말을 이었다.
“ 전에 살던 집 근처에서... 거기서 찾았어요.
그동안 쭉 거기서 살았었나봐... ”
“ 집에... 갔었니? ”
이제 기침이 좀 잦아들었는지 고개를 들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묻는 승민의 모습에 혜
성은 잠시 말을 않고 승민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혜성과 승민의 대화에 그날 유일
하게 그 장소에 없었던 민우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인지 더욱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 그냥... 가다보니까..... ”
누구도 그 집에 가지 말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 말을 하기가 어색했다.
결코 잘못한 건 아니었지만, 왠지...
“ 민우, 너. 혜성이한테 사과해. ”
승민의 말에 민우는 물론이고 혜성과 선호조차도 놀라 승민을 바라봤다. 평소 장난스
럽기만 한 승민 답지 않게 냉정한 말투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도 아닌 민우에게 사과
하라는 말을 하는 승민의 모습은 평소라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 혀... 혀엉- 안 그래도... ”
“ 혜성이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심하게 말한 건 네 잘못이야.
아무리 네가 사람 사귀는 거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도 이제 싫더라도 익혀.
하고 싶은 말이라면 순화해서 하는 법을,
굳이 하지 않아야 할 말이라면 하지 않기도 하는 법을. ”
승민의 이어지는 냉정한 말에도 민우는 표정의 변화 없니 승민의 말을 듣고 있었고,
오히려 선호와 혜성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 어서 사과해. ”
“ ............................ ”
“ 혀엉- 안 그래도 돼. 내가... 내가 잘못한 건데... ”
계속해서 민우에게 사과할 것을 종용하는 승민의 냉정한 모습과 그런 승민의 말에도
아무 말 없이 썰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민우를 본 혜성이 다급하게 말했다.
사실 민우의 말에 화가 난 것도 사실이었지만, 민우 말 중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능력도 없고 또 스스로의 몸을 지키지
도 못해서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를 주기만 하고 있었다. 게다가 두 번다 민우에게 도
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 입장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는커녕 사과를 받는다니...
“ 미안하다. 내가 말이 심했어. ”
계속해서 이어지는 침묵과 날카로운 민우와 승민의 눈빛 교환에 그 사이에 선 채
완전히 얼어버린 혜성과 선호가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사이 모두의 귀를 파고드는
목소리.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말에 혜성은 입을 쩍- 벌리고는 민우를 돌아봤다.
그러자 혜성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민우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헉- 소리를 내며
긴장한 혜성이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서 있자, 승민이 빙긋- 웃으며 평소와 다름없
이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 그래야 착한 아이지... ”
승민이 그렇게 말하자 정혁이 손을 뻗어 민우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고, 민우는 불
만어린 눈초리로 정혁의 손을 툭-하고 쳐 냈다. 하지만 승민은 그런 민우의 모습에
크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 어디- 우리 꼬질이는 목욕을 좀 해야 되겠는데? ”
“ 와아~ 그래. 너 목욕해야 겠다. ”
승민의 말에 선호가 얼른 표정을 풀고는 씩씩한 목소리로 때가 타서는 꼬질꼬질한
강아지의 코를 톡-치며 말했다.
“ 응. 동완 형 나오면.... ”
선호의 말에 혜성이 그렇게 말하며 동완이 들어간 욕실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거짓말처럼 거실 안에는 정적이 맴돌았다. 아까 승민의 말에 민우가 사나운
눈빛을 보낼 때와는 또 다른 정적. 모두들 그 정적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혜성은 자신만 모르고 있는 듯해서 답답하기만 했다.
“ ......................... ”
“ ......................... ”
“ ......................... ”
“ ......................... ”
“ 왜... 왜들 그래?... ”
평소와 같지 않게 계속되는 서늘-한 기운에 혜성이 당황해 모두에게 물었다. 하지만
굳은 듯한 승민과 선호의 모습과 좀처럼 모두의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 정혁과 민우
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 혜성은 더욱 긴장했다.
“ 아... 너무 더러워서? 하하- 원래는 예뻐. 똘똘하고...
너무 오래 밖에서 떠돌아서 그래... 동완 형 나오면 욕실 가서 씻기면... ”
“ 동완 형 기절하지. ”
“ 뭐??? ”
좀처럼 가시지 않는 정적에 강아지의 더러운 모습 때문에 키우면 안 된다고 말할까
걱정이 된 혜성이 급하게 말을 잇자, 조용히 있던 민우가 화투장을 정리하고는 모포
를 접으며 말했다. 그리고 민우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혜성은 놀아 민우를 돌아
보며 물었다.
“ 저기... 혜성 형... 동완 형이... 강아지를..... ”
“ 그래! 다시 한판 붙어!!! 아자! 아자! 아............... 히이익- 저게 뭐야???!!!!! ”
혜성의 물음에 어색한 표정의 선호가 혜성에게 설명하려는 순간 욕실문을 활짝- 열고
나온 동완이 씩씩하게 소리치며 다가오다가는 혜성의 품에 안긴 것을 보고는 기겁을
했고, 그런 동완의 모습을 귀를 쫑긋- 새운 채로 올려다본 강아지는 동완에게 달려들
었다.
“ .......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
“ .......!!!!!!!!!!!!!!!........ ”
팀에 합류한 뒤로 처음 보는 동완의 엄청나게 당황하는 모습을 본 혜성은 그런 동완
의 모습에도 강아지를 불러들일 정신이 없었다. 제정신으로는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
든 끔찍한 모습의 괴(怪)들을 상대하고, 서늘한 기운의 영(靈)들을 능수능란하게 상대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끔찍하게 난도질당한 시체를 접하는 강력계 형사가 품에 쏙-
들어오는 작은 강아지에 저렇게 질색을 하다니...
“ 꼬마야... 이리와... 착하지?... ”
하지만 그렇게 좋다고 꼬리를 흔들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강아지의 모습에 질색하며
2층으로 뛰어올라가는 동완의 모습에 선호는 사과 한쪽을 들고는 강아지를 불러들였
고, 강아지는 2층으로 올라간 동완을 힐끗-쳐다보고는 꼬리를 흔들며 선호에게 달려
갔다.
“ 어... 어떻게 된... 거야?... ”
아직도 2층에서 내려올 생각조차 하지 않는 동완의 모습과 선호의 품에 안겨 사각
사각- 소리를 내며 사과를 먹는 강아지를 번갈아보던 혜성이 어벙-한 표정으로 물었
다.
“ 동완 형. 강아지라면 질색이야. ”
“ 수사할 때는?... 수사할 때도 개 쓰잖아... ”
“ 큰 개는 괜찮아요. 작은 개만 보면... 발작이지만... ”
“ 뭐??? ”
말도 안 되는 듯한 말을 들은 혜성은 당황해 동완이 강아지를 피해 뛰어 올라간 2층
을 올려다봤고, 선호는 사과를 다 먹은 강아지를 안아들고는 말했다.
“ 우선 씻겨야 겠어요. 내가 씻길게요...
동완 형~ 나 욕실 들어가니까, 내려와도 돼~ ”
2층을 향해 그렇게 소리치고는 강아지를 들고 욕실로 들어간 선호가 욕실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리자 동완이 2층 계단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는 물었다.
“ 없냐? ”
“ 응. 들어갔어. ”
“ 으윽- 나 간다... 허억- 나 오늘 무리했어..... ”
강도 높은 훈련을 서너 시간씩 하거나 밤샘을 해도 생전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
던 동완이 완전히 기력이 쇠한 듯한 표정을 하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자켓을
집어 들고는 현관을 나서려 했다.
“ 형. 잠깐- ”
그리고 그런 동완을 붙잡는 혜성의 다급한 목소리에 동완은 축-쳐진 어깨로 기운
없는 표정을 하고는 혜성을 돌아봤다.
“ 그럼... 쟤 키우면 안돼?... ”
동완의 모습에 동완의 귀여움을 받고 있는 망고탱고와는 달리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 싶은 혜성이 안쓰러운 표정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 하아... 너희 집인데, 뭐...
게다가 교수님은 강아지 좋아하셔... 내가 뭐라고 할 문제는 아니지...
그럼 간다........ ”
“ 혀엉~ ”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정말 강아지라면 끔찍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동완의 모습에 혜성은 마음이 불편해져 동완을 불렀다.
“ 나 간다. 다음에 올 때는 나한테 못 덤비게 해...
하아... 죽겠다..... 피로가 300배는 쌓인 거 같아..... 정말 죽겠다....... ”
하지만 그런 혜성의 감정에는 신경 쓸 여력도 없다는 듯이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좀비처럼 현관을 걸어 나가는 동완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혜성은
드디어 욕실 문이 열리고 선호가 수건에 싸인 강아지를 안고 나오자 일어나 강아지를
받았다.
“ 강아지 샴푸는 없어서 망고 걸로 씻겼어. 내일 가서 사와야 겠어.
으~ 근데 샴푸 세 번이나 했어.
애벌로만 세 번 씻겼는데도, 샴푸하니까 또 지저분하더라...
시커먼 국물이 줄줄~ 나오던데??? ”
“ 오래 돌아다녀서 그래. 벌써... 몇 달째잖아...
어디~ 형 한번 보자~~~ 와아~ 깨끗하게 잘 씻었네?~ ”
“ 목욕 시키니까, 귀엽다. 내일은 이발도 해야겠네? ”
“ 응. ”
선호의 말에 혜성은 강아지의 코에 자신의 코를 대고는 말했다. 그러자 강아지는
혀를 내밀어 혜성의 코를 낼름- 핥았다.
“ 근데 혜성 형. 얘 이름이 뭐예요? ”
“ 얘? 꽃등심. ”
“ 풋- ”
“ 크윽- ”
“ 픽- ”
“ 푸... 푸하하하하!!!!!!! 뭐??!!!! 꽃등심???!!!!! 크크큭- 이름 한번 죽인다!!!!! ”
혜성의 대답에 민우와 선호, 심지어는 정혁까지도 웃기다는 듯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고, 승민은 아예 거실 바닥을 떼굴떼굴 굴려 다녔다.
“ 너 솔직히 말해. 복날에 잡아먹으려고 키운 거지? ”
“ 아냐!!! 웃기셔~ 망고탱고보다는 100배 나은 이름이네~ 흥- ”
아직도 숨넘어가게 웃으며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는 승민과 그런 승민의 모습에 즐거
운 듯 승민에게 가서 재롱을 부리는 꽃등심,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에 아직도 배가
아플 정도로 웃고 있는 선호의 사이로 들리는 민우의 시니컬한 목소리에 혜성은 발끈
- 해서 소리쳤다.
“ 근데... 꽃심이가 망고랑 잘 지낼까?... ”
아직 어려 선호의 방에서 잠들어있는 망고를 떠올리며 혜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물음에 꽃등심을 자신의 배 위에 올리고는 장난을 치던 승민과 그런 승민과 꽃등심을
바라보던 선호가 혜성을 돌아봤다. 그렇게 말한 혜성의 두 눈에는 근심이 가득한 듯
보였다. 오랫동안 키우던 강아지를 한순간 잃은 줄 알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이 더
커서 꽃등심을 잃었던 기억은 잠시 뒤로 밀렸었다. 하지만 가족은 물론이고 사용하던
모든 물건까지 잃은 지금 이 상황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추억이자, 가족이 바로 꽃등
심이었다. 그래서 혜성은 꽃등심을 꼭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망고와 싸우기라도 한다
면...
“ 견.원.지간이지, 견.묘.지간은 아니라고... 사자성어나 똑바로 공부해라. ”
“ 뭐??!!!!! ”
그리고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민우의 한마디에 혜성은 발끈-했다.
“ 저 녀석. 너랑도 잘 지냈다며.
견.묘.지.간. 괜찮다는 증거 아닌가? ”
“ 야!!!!!!!!!!! 내가 고양이냐??!!! ”
하지만 그런 혜성의 반응에도 바닥에 놓여있던 자신의 돈과 지갑을 챙겨 자리에서 일
어서서 자신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하며 민우의 비유에 혜성은 결국 크게 소리치
고 말았다. 하지만 민우는 그런 혜성의 외침은 들리지도 않는 다는 듯 귀를 후비적-
하더니 아랑곳하지 않고 방문을 닫아버렸다.
첫댓글 너무 귀여워요 ㅎㅎㅎ
흥미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