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준비로 분주했던 시간을 보내고, 간만의 여유를 얻은 덕에 친구와 몸보신을 하며 식사를 하던 중에,
친구는 최근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냐고 물었고, 당연 못 봤을 걸 아는 친구는 그 드라마에 너하고 비슷한 캐릭터가 있다고 했다. 그게 바로 안영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기때문에 그녀가 어떤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러나, 친구는 아마 그 드라마를 보게되면 안영이를 보고 니가 오열하지 않을까한다고 했다. 사실, 나는 바쁘다는 이유로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른 기사를 접했고, 그 친구 말대로 오열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의 회한의 눈물을 쏟았다.
그녀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고, 능력도 있고, 지혜롭고 빼어난 직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장애물은 그녀의 가족이었다. 불쑥 전화해서 그녀에게 돈을 요구하는 가족들. 밑빠진 독에 물붓기.. 그로 인해 오열하는 그녀....
참담하지만, 그게 바로 나였다....
사실, 가족사에 대해서는 너무나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라 여기에 일일이 더 열거할 수는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직장에서 나는 안영이처럼, 그렇게 일 잘하는 직원으로 능력있고, 리더십 있고, 뭘 시켜도 해내는 직원으로 통했다. 업무외에도 여타의 활약에서도 나는 늘 주목을 받는 직원이었다. 회사에 윗분들 중에선 자신의 자녀가 더도 덜도 말고, 나처럼만 컸으면 좋겠다는 찬사를 던진 분들도 있다. 회사에서 직원에게 주는 상들도 다 받았다.
그런데, 나는 하나도 안 행복했고... 내 통장은 늘..... 채워지지 않았다.
부모님이 내게 손벌리는 행위는, 고등학교때부터 시작이었다. 천성이 착하디 착한나는... 불쌍한 사람을 보면 견디지 못하는 몹쓸 심성때문에. 알아서 갖다 바치는 일들...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고, 나를 꾸미는 일보다, 한푼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리던 부모님이 한숨 돌리는 모습을 보며 행복을 느꼈다. 아니... 행복이라기보다는 불행을 막았다는 안도감이었다.
그렇게 된 세월이... 10년이 넘게.... 그랬다. 적어도 내 베프를 만나기 전까지....
안영이는 허구의 캐릭터다. 그런데, 실존 인물인 장윤정을 봤을 때, 뭔가 모를 측은함이 느껴졌다. 만약, 내가 계속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도 장윤정 사건을 접하면서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 굴레에서 한발자국 벗어나 있다.
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뭔가 따뜻하고 훈훈하게 느껴지는 가족 드라마 속,, 또는 매스컴에 그려진 가족의 모습. 그것이 완전한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가?
나에게 가족이란? 고슴도치 새끼이다. 품어 안으면 아프지만, 그래도 안을 수 밖에 없는...
최광현의 "가족의 두 얼굴"이란 책이있다. 사랑하지만 상처도 주고받는 가족.... 가족은 마냥 행복만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상처와 아픔을 남기는게 가족이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나는 가족들에게 위로 받는다. 그리고 또 여전히 상처도 받는다. 하지만 예전처럼 가족이라는 이미지를 그렇게 미화시켜서 생각지도 않는다. 그냥 이게 현실이구나... 나는 허구가 아닌 현실에 산다.
안영이처럼, 장윤정처럼... 자발적인 가족의 희생자들에게 고한다!
가족을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 당신도 살고, 가족도 사는 길이다. 홀로서기를 잘 할 수록 가족이 행복해 진다...
첫댓글 채워지지 않는 통장보다... 채워지지 않았을 그 마음때문에, 얼마나 아팠을까하네요.
공감합니다. 저도 그 책으로 비로서 가족과 감정적 분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힘들지만 말이죠! 잘못된 희생이 가족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열정님이 말씀하셨듯 몹쓸 심성! 다른 형제들은 그러지 않는데 이상하게 그런 맘을 가지는 자식이 한명씩 있죠! 불행히도 그것이 나라는...... 저의 눈을 번쩍이게 한 말은 '가족이니까 당연히 ~~'였습니다. 정신이 번쩍들죠! 비로서 분리되고 보니 나의 희생적정신이 아닌 희생양이라는 사실~ 가족과는 일정한 감정적 거리가 필요한듯 합니다.^_____^
긍정님도 그러셨군요~ :) 그래도 저보다 어린 나이게 알게되신게 부럽네요.
글고,, 저하고 많은 부분에서 잘 통할 것 같네요~
@열정 우리의 회동을 기다리겠습니다.ㅎㅎ
가족으로부터받는상처와또는기쁨이
영향을받는데굉장히높다고생각합니다
그러기에 가족이더행복해질수있는것은
각자열심히최선을다해살아갈때
가족이행복할수있는거같아요
한사람이 제역할을못할때
또한 한사람이 자신의목소리만
낼려고 할때는 가족이점점 멀어지는것을
볼수있어요 저희가족도 그렇구요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힘들때 같이하는 가족이 행복한가족이죠
공감이 갑니다..경험적으로 자발적 희생을 40대에 들어서서 아파했고 후회를 했었으니까요..
그래서 뒤늦게 나를 위해 애쓰고 있어요ㅎ.
자신을 위한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가족, 즉, 나의 부모형제는 온갖 신경증과 방어기제 종합선물세트에요.
그래서 가족말고는 왠만해서는 스트레스를 안받는다면... 어느정도인지 아시겠죠?
ㅎㅎㅎ...
저도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딸, 그러나 자랑스럽기때문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아야하는 딸로 아직도 살고 있지만
최근엔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버지가요?
아니요.
제가요!^^
가족을 위한 희생으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 수 없었던 늘 한켠이 외롭고 공허했을 피스님의 젊은 날을 상상하면 마음이 아립니다. 그러나... 지금의 피스님은 행복해보이십니다. 상황은 여전할지라도... 피스님이 달라지셨으니까요! 이 땅의 많은 안영이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상담자로 성장하실 겁니다.
저의 베스트 프렌드가 가족들 때문에 본인 인생을 갉아먹고 있는데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도 너무 힘드네요..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 나 혼자 행복한 게 미안해서 드는 죄책감, 무엇보다 친구가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것이 무섭습니다. 그런데 친구로서 어떻게 해줘야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어린 아동들도,, 부모와 함께 있을 때 불안이 높으면 격리시킵니다. 그 친구 또한 부모와 분리가 될 필요가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그 그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죠. 그 친구만 바라봐주세요. 부모에게 하는 희생이 죄책감을 피하고자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진짜 민폐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이 민폐입니다. 그 친구가 힘들다고 하면, 멈추도록 하세요. 그 희생을 멈추도록... 그 친구가 힘들어 하는 그 마음만 봐주세요. 친구 외에 그의 부모도, 가족도...danku님에겐 중요하지 않습니다. danku님의 친구만 소중하죠. 친구.. 자신 스스로를 돌보도록 해주세요.. 나이가 들면, 가족들과 분리가 되어야 하는데 너무 강하게 결속
되면 서로를 더 갉아먹게 됩니다. danku님께서 해주시기 힘들다면, 좋은 상담선생님을 소개해주세요... 스스로 빠져 나오기는 정말 힘들겁니다.
@열정 그 친구가 가족들의 바램때문에 계속 고시공부를 하고 있어서.. 상담을 받을 처지가 못되요. 아직 그럴 의지도 없구요. 그래서 제가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바꾸게 하고 싶은데, 얼마전까지 제 인생도 제대로 못 살았던 지라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있네요. 그래서 일단은 상담을 통해 제가 먼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그 모습을 보고 믿음이 생기면 제게 조언을 구하겠죠..
@danku 네~~ 그리고... 느낌상,, 그 선택이 꼭 부모의 강압때문만은 아니란 느낌이 드네요. 본인도 아직 포기가 안되는 듯~
@열정 맞아요~이제와서 다른거 하면 뭐하냐고..자기 집안 형편에 평범한 월급쟁이 되봤자 도움 하나도 안된다..취업할 자신도 없다.. 이런 말을 하는걸로 봐서 쌤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