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따라다니는 중생의 불행 바르게 잡으려는 것인가 무거운 고행 감추고 허공에 둥근 우주 하나 만들어 합장하고 실눈 곱게 열어 세상 바라보는 눈웃음은 천년세월 다독여 뽐내는 인자함이 철철 넘치더라 번뇌를 가슴에 심고 어둠의 강을 건너 일체의 귀의로 다스리는 부연 끝 풍경의 쟁그랑 소리 빌어 악귀 몰아치더라 밤이면 범종 다스려 장엄한 새벽을 열게 하고 고즈넉이 발 궤고 앉아 무지하고 탁한 세상 일깨우며 세상 밖 어디서나 외톨이로 남아 앉아있어도 누워 있는 듯 평온한 기다림은 어느 세월의 모범이며 목어 울음으로도 간구 못하는 중생의 구휼이 어려울 때 감은 눈엔 슬픈 공양이 덩그렇게 맺혀 토닥토닥 잿불로도 살찌우고 염화시중(拈華示衆), 허리 굽혀 명상으로 발복을 비는 시간에 앞산 골마다 불붙은 진달래 첫 봉오리 터지는 날도 오층석탑 기운찬 돌부처 근처에선 타오르지 못하더라 명부전 휘 맴돌아 헛헛한 천년 세월 눈자위에 파란 이끼가 봄꽃 웃음으로 피어날 때도 득도가 게을러 불타의 길에 엎드린 백팔기도 소복 여인이 바람 허리 잡고 비스듬히 사라질 때도 붉은 영토 산 넘고 강 건너 다비(茶毘)의 그 적멸을 혼자 지키며 정녕코 누대에 걸쳐 세상 다스리는 자비의 웃음이더라 낡은 산사 깊은 산허리 겹겹산 어둠 날빛으로 두드려 연화(蓮華) 향기 은은한 돌부처를 닮고 싶은 미망의 날에 무디고 동그란 얼굴 잔잔한 미소는 만상의 빛으로 으뜸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