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눈으로 쏴라! 사격의 첨단 기술(Skill)
사격은 1kg의 무게(10M공기권총)를 들 수 있는 근력이라면 남·여 구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다. 그러나 사격선수가 되려면 이 1kg을 정지시켜야 한다. 또한 사격 총기 중에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종목은 소총 종목으로 5~8kg이며, 경기시간도 결승경기 포함 3시간 30분이나 된다. 또한 소총 종목은 권총 종목보다도 더 많은 정지력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사격기술 중 조준방식의 차이 때문이며 권총은 지역사격으로, 소총은 정밀사격이라고 지칭한다. 말이 5~8kg이지 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사격에서 총의 동요를 멈춘다는 것은 정말이지 간단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강한 체력과 체격이 우선이 되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히 들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오히려 호리호리하고 슬림한 체구의 소총 사격선수들이 국내나 국제적으로도 보편화 돼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
선수>
대표적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은메달 리스트 강초현 선수는 신장 156㎝, 체중 45kg의 아주 가냘픈 체구인데도, 올림픽 당시 본선 40발 중 37발을 10점 만점과 3발 9점을 쏴서 결선 1위로 진출을 했었다. 이번 런던올림픽 여자소총 국가대표 정미라와 나윤경 선수 또한 그저 연약한 여성으로만 보인다. 왜 그럴까? 사격은 특별한 근력과 근육이 필요하지 않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사격은 전문 근지구력과 기술로 표현되는 종목으로서, 전문 근지구력은 외형적인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닌 신체 내부적인 지구력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마라톤 선수를 연상하면 된다. 경기용 사격 총의 무게는 1kg~8kg까지의 총기들이 있으며, 이를 정지시키는데 있어 필요한 대표적인 근지구력은 척추기립근, 복근, 삼각근 등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시 되는 근육들이다.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비대한 근육형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강한 지구력 근육형이 필요하다.
다음은 전문 근지구력을 바탕으로 여러 사격자세를 취한 후 중심을 잡는 밸런스(balance) 기술이 필요하다. 자세를 취한 후의 밸런스 기술은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훈련으로서도 밸런스 향상이 가능하다. 전문 근지구력과 사격자세와의 중심이 갖추어지면 본격적인 사격 기술을 도입시켜야 한다. 사격 기술의 첫 번째는 자세(position)이다. 음식에도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처럼 겉모양이 보기 좋은 자세가 일단은 사격 기술을 적용시키기에 유리한 부분이 많다. 사격자세를 장시간 유지하려면 뼈로서 자세의 틀을 만들고 근육으로서 유지를 해야 하며, 총구가 표적방향으로 신체중심에서 멀어진 만큼 반대 방향으로 상체를 기울여 중심을 잡은 후 유지한다.
다음은 조준(Aiming) 기술이다. 자세의 중심을 잡은 후 총기를 표적에 일치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총기의 조준기는 권총(Pistol)은 손목 윗부분에 각진 ‘U’자 형태의 가름자(rear sight)와 총구 끝에 있는 막대모양 그래프 같이 생긴 가름쇠(front sight)를 말한다. 이 가름자와 가름쇠를 상,하 좌,우의 간격을 일치시킨 후 표적(흑점)의 하단부위에 정지시키는 기술이다. 소총(Rifle)은 가름자, 가름쇠가 표적과 같은 동일한 원형 모양이므로 세 개의 동심원을 갖추면 정조준이 마무리가 되는 것이다.
< 50M권총의 조준 기술: 가름자와 가름쇠를 일치시키는 장면>
다음은 호흡(Breathing) 기술이다. ‘숨을 쉬는데도 기술이 필요 하나’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사격에 있어 호흡의 가장 중요한 점은 사격자세와 조준 기술을 진행하는데 있어 총의 움직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총의 동요를 최소화 시키고 호흡주기 또한 점차적으로 적게 하면서 최종적으로 숨을 멈추는 기술을 의미한다. 긴장감이 동반되는 사격경기에 있어 호흡주기가 어긋나게 되면 어지러움증까지 동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격기술의 최종 완성이자 결정판인 격발(Trigger)이 있다. 지금까지의 사격기술들을 잘해놓고 격발을 못하면 그야말로 ‘실속 없는 헛일’이 된다. 격발은 방아쇠라는 굽은 작은 쇠막대와 같은 것을 이용하는데 방아쇠 사용법은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 2단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1단은 발사 직전까지의 예비압력이라 하며, 2단 발사 전까지 최대한 방아쇠 손가락(검지)을 이용해서 압력을 서서히 짜주듯이 2단까지 당기는 스퀴즈(squeeze) 격발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는 강한 압력으로 격발을 하게 되면 사격의 모든 기술의 리듬이 깨지고, 격발후의 표적 적중을 예측하는 추적(Throw Following)이라는 기술을 못하게 된다. 또한 격발 직후의 추적 행위는 선수들에 있어 사격기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다음 발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전문 근지구력–중심–자세–조준–호흡–격발(추적)...사격 기술은 이런 큰 틀로 이루어진다. 중요한 점은 이 기술들이 각자 따로 표현되는 것이 아닌 동시적으로 융화되어 매 발마다 일치성을 이뤄야만 표적의 정중앙인 10점(center)을 비로소 적중 시킬 수 있다. 물론 반복된 훈련과 집중, 집념에 의해서 동작과 기술 표현들은 가능해진다. 그러나 사격에도 이론과 실기가 일치되지 않는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사격경기의 가장 짧은 거리인 10M공기권총에 있어 1mm의 총이 움직임이 있을 경우 10M 전방 표적에 맞을 탄착의 편차를 구해보자.
10M공기권총의 가름자와 가름쇠의 거리 약 20㎝와 총의 움직임(1mm=0.1㎝),
표적과의 거리 10M(1,000㎝), 탄착 편차 X 라고 하면
공식) 조준기 거리: 총의 움직임 = 표적거리 : 탄착 편차
20㎝ : 0.1㎝ = 1,000㎝ : X
20X = 100 X = 5㎝
육안으로 1mm의 총구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에도 10M 전방 표적에서는 5㎝ 탄착이나 벗어나게 된다. 즉, 10M공기권총에서 정중앙의 10점은 지름 1.1㎝로서 5㎝의 거리는 7점권 점수까지 벗어나게 된다. 그러면 실제 사격선수들은 총구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눈에 보일 정도로 총구의 움직임과 동요를 보면서 사격을 한다. 그런데 어떻게 적중이 되는 걸까? 그것은 자세와 조준을 일치시킨 후 호흡으로서 총의 움직임을 조절을 하는데, 이때 표적과의 정조준 상태와 벗어나는 조준상태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사수는 표적과 정조준 상태를 유지하려는 편향적 성향으로 인하여 총구를 벗어난 실탄은 정중앙으로 가려는 탄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격은 개인의 기술(skill)과 그 기술들을 조합하는 기술(technique)이 필요하다. 사격경기는 단발사격이 아닌 많은 발수를 성공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격기술 외에 전 세계적으로 사격의 고수들이 쓰는 최고의 사격기술이 있다. 그것은 ‘눈으로 쏴라’이다. 이 기술은 인간에 있어 호흡과 맥박은 절대 멈출 수 없으며, 움직임은 계속 진행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사격기술을 정확히 진행했다 하더라도 뇌에서 명령 받은 방아쇠의 격발 동작은 격발을 진행하는 순간 이미 표적에서 점차적으로 벗어나는 바로 그 시점이기 때문에 이 보다 좀 더 빠른 찰나에 쏴야 보다 더 완벽한 정중앙 적중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정조준이 들어가면서 격발은 이미 시작돼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격을 ‘타이밍(Timing) 스포츠’라고도 한다.
Writer. Lee, Jong-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