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시월이면
가을 겆이를 모두 끝내고
콩가리 서슥가리를 헐어다가
날씨 좋은날 마당에 펴놓고
도리깨로 털어 헛간에 봉당에 들여
쌓으면 겨울 양식이건만
시제(時祭 )차려 주고 땅 도지주고 나면
겨울양식이 또 모자라 장래쌀 을 들여와야
한다고 내 주장을 하시던 우리 할머니
농사일하고 부려 먹을 때는 민며느리도 쓸때가
있었겟지만
일 다하고 먹는게 일인 겨울에는 한입라도 덜어
야할때는
대려온지 몇해가 지나도 손주도 낳아주지못하는
며느리가 뭐그리 이쁘기나 하엿겟는가
갖은 구박 온갖멸시 어디 사람 대접을 손톱 만큼이나
받았을까
열일곱 새색씨는(말이 새색씨지 어디 몰골이
사람같았으랴)
견디다 못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엇지만
갈곳이 또 어디 있으랴
왜양간 뒤 보리집 가리에 웅쿠리고 앉아
달빛보고 어머니 생각 아버지생각
이생각 저생각 온갖 생각에 걱정근심
앞으로 살아갈일이 앞이 캄캄 어이 하면 좋을런지
굼주린 배를 움켜쥐고 홀연히 잠이드렀는지라
온몸이 포근하여 눈을 떠보니 그렇게 이상하고 무섭던
열살이나 위인 실랑이 꼭 껴안고 방으로 들어가잔다
아마도 아마도 그날 그날 한 생명이 잉태하엿으리라
층층시하 방은 좁고 식구는 많고 울 아버지는
언제나 동내 사랑방에서 자는 것이 일상이렷다
열살 아래 색시를 들여다 놓고도 어디 내외의정이나
있었갯는가
그야 말로 소 닭보듯 닭 소보듯 그렇게 살았으니
그러면서도 이도 못하고 아(손주) 도 못난는다고
야단치고 구박하고
어디 그뿐이랴 (다른 이야기는 참아 적지못함)
상일군 상머슴에 호미자루움켜쥐고
한평생 살으시다
먹자하니 자식생각 입자하니 부모생각
소키워서 밭사고 품팔아서 집사놓고
한백년 사시 어도 천추한을
못풀텐데........................
생명이란게 질기고도 질긴 것이라
한생명 부지 하기도 그렇게 힘들건만
종족 번식의 본능 탓인지
한탯줄에 9남매를
이땅에 놓아두고
훠이 훠이 떠나신 하늘 가신 어머니
생명보다 귀한 아들 어이 두고 가셧을고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촌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