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란시스 하

감독 : 노아 바움백
출연 :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그레이스 검머, 아담 드라이버.
정보 : 미국. 86분. 드라마.
개봉 : 2014년 7월 17일

현재 친구의 개념과 지나가버린 시절의 친구관이 조금은 다르겠지만, 친구에 대한 왠지 모를 목마름과
진정한 내편이라고 생각되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환상을 가지고 산다 ... 나만 그런가?
친구가 많아도(많다는 건 명수의 개념.) 늘 외로움이 채워지지 않는! ... 내가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지
못하므로 그렇다는 친절한 충고 따윈 사절하시겠다.ㅎㅎㅎ
브루클린 작은 아파트에서 손발과 소울이 척척 맞는 친구 소피와 살고 있는 프란시스.
뉴요커로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몇 년째 연습생 신세인 그는, 힘차게
거리를 달리고, 친구들과 어우러져 27살 통통 튀는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사소한 말다툼으로 애인과 헤어지고, 단짝인 소피마저 떠나자 그녀의 삶은 꼬이기 시작한다.
당장 기숙할 곳이 없는 젊음! 그 안쓰러운 막막함이 시간의 등 뒤에 서있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27살! 자신의 27살에 대해, ‘터무니없을 만큼 어렸지만 스스로는 늙었다고 느낀 나이. 모든 게 기대
처럼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때’라고 회상하는 노아 바움백 감독은
보통의 주인공을 통해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한 젊은 날의 통과의례를 담아냈다.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이
전혀 차갑거나 우울하지 않다는 것. 마치 그녀의 행보를 응원하듯 영화는 줄곧 ‘프란시스’의 여정을
아주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프란시스’ 라는 여주인공의 일상사를 따라가며 조근 거려 주는 영화라, 조금은 사사롭고 여성취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청년 백수가 심각한 사회문제인 우리나라에서 여성적, 남성적을 따지기 보다는 나만의
일이 아닌 현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그녀의 고민과 방황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거처의 문제, 불확실성한 미래, 항상 부족한 경제사정, 한순간 기분의 잔재 카드빚, 취업 등 대부분
젊은 청춘들의 문제를 횡재 내지는, 비범하고 특출한 능력을 갑자기 발휘하여 벗어나는 게 아니라, 평범
하고 무난하게 어떨 때는 푼수 같은 맑음으로, 어떤 때는 과장된 유쾌함으로 쉬지 않고 움직이고 길을 만
들어 나가는 모습이 공감과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봐, 너 혼자 힘든 게 아니야.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잖아. 끊임없이 시도하고 길을 만드는 만큼 출구도
생길거야. 우리 나이가 그런 나이야!”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는 특이하게 흑백영화이다.
아련한 추억과 같은 흑백으로 소소한 일상을 따라가지만 답답하거나 갑갑하지 않다. 곧 색색의 밝은
화면이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보게 된다. 프란시스를 바라보고 있는 심정으로 말이다. 아직
다 열리지 않은 그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처럼 말이다.
마지막 장면에 워싱턴 하이츠로 이사한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 ‘프란시스 할러데이’가 아닌
‘프란시스 하’라는 반쪽짜리 이름을 걸게 되는 것 역시 흐뭇한 미소로 보게 되는 그런 기대감
으로 말이다.
<프란시스 하>는 프란시스의 일상을 추적하는 영화다.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 의지가 강한 것도 아니고,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여자의 이야기. 하지만 너무나 밝고, 순박하며, 솔직한 매력의 소유자가 말한다.
우리가 처한 사항, 이미 닥쳐온 상황에서 징징거리지 말자고!
지나고 보면,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갈까 했던, 산 너머 산의 상황이 얼마나 빈번했나?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 있고 또 다른 상황이 길을 막아도 수없이 빠져나왔던
자신감으로 또 살아내고…… 삶이란 그런거다! 라고 여여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프란시스의 미래가 잘 풀리길 자연스레 응원하듯 너와 나의 미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