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 협회에서 여행동호회가 생겼습니다.
마지막 들른 곳, 개심사...
해질녘 개심사는 도시의 소음에 지친 제 영혼을 정화 시켜 주었습니다.
차가운 겨울 바람에 삭정이처럼 메말랐던 영혼과 육신은
들판의 초록빛에 기운을 찾고
범종 소리 깊은 개심사 마당에 올라선 우리는 누구랄 것 없이
"와 좋다!"
연발하며 삶에 기울인 마음이 풍요로움으로 채워져 서로에게 아낌없는 축복을 나누었습니다.
다시 내일은 더 풍성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에 나아갈 수 있게 되리라 믿었습니다.
여행 동호회의 시작이 풍성할 것 같네요.
개심사의 돌담은 어릴 적 우리 마을 동구를 닮았습니다.
어디서나 그리운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정겨움으로 그 길을 걸었습니다.
그곳에 가던 길에 노을빛 담은 저수지를 지날 때 우린
거울 앞에 선 중년이 아니라 코흘리개 아이처럼
양갈래 머리 땋은 여고생의 감수성으로 돌아가
금방이라도 옹기굴뚝으로 연기가 피어 오를 것 같은 개심사 기와 지붕에 매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안은 기둥....
몇 년 전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요즘 어느 절이나 개금불사나 기와 불사 시주로 웅장한 대웅전으로 다시 짓는 추세라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개심사 절마당은 정겹기가 한량 없습니다.
금방이라도 동백꽃을 목걸이로 꿰어 목에 건 동네 꼬마가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며 튀어 나와
엄마가 저녁 먹으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집으로 뛰어 갈 것 같은 뒷마당 표정입니다.
좁디 좁은 절마당엔 아직 싹이 돋지 못한 나무가 동백꽃에 기대어 봄을 기다리고
오랜 풍상 겪어낸 석탑이 인자로운 얼굴로 도시의 길손을 저으기 바라봅니다.
참, 저녁 예불을 알리는 범종 소리가 묵직한 소리로 반겨주었죠.
여기저기 절 마당을 돌아 보는 일행들은 마지막 일정이라 모두 여유있어 보이네요.
돌담 모퉁이엔 세월을 머리에 인 담쟁이 덩굴이 저만큼이나 멋진 기와랑 잘 어울리죠?
얼마전 성당 식구들과 놀러와 사진 찍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세상은 온통 꽃꽂이 교실입니다.
새순이 돋는 가지 못지않게 묵은 가지선이 멋스럽습니다.
심우도 색 바랜 탱화아래
나무 가지가 돌담 배경으로 늘어져 풍성한 하느님 한 작품입니다.
우리는 수반에 한 작품, 하느님은 세상에 한작품...
아침에 출발한 여행이 군산 맛집 들러, 무창포 들러 해변 산책을 하고 돌아 오느라 노을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절마당엔 새로 판 연못이 떡 하니 자리잡았습니다.
어느 절에나 잇는 도량천이 유독 실개천인 개심사
주지스님이 우리의 지친 세상살이의 짐을 던져 버리라고 판 모양입니다.
원래 절 앞의 도량천은 성당의 성수처럼 영혼 정화의 기능을 가진 거니까....
힘이 다한 햇살이 나무 가지에 걸렸습니다.
얼기설기 걸린 해를 놓칠세라 얼른 한 장...
예쁘죠?
요즘 어느 절이나 법당 앞엔 목백일홍 한 두 그루가 그 유장한 선을 자랑하며 있는데
며칠 전 선운사 절마당의 그것과 비교가 안되는 멋진 선의 목백일홍이 여기 있었네요..
오! 놀라워라!
그 아래 우리 동호회원이 있는데 마치 꽃과 소재 같지 않나요?
길을 떠나니 누구나 친구처럼 격이 없어져
언니가 되고 동료가 되고 편한 이웃이 되었습니다.
협회에선 엄해 보이된 오자문위원님까지 그만 언니처럼 편안해졌고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선배님들이 되어 인간미 철철 흘렀습니다.
첫댓글 평온함과 차분함이 배어나는 영상과 해설- 그날의 감회가 새삼스럽습니다. 우리 여행팀 너무도 든든합니다.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김미진 아룀
자영회 오영섭 자문위원님 모습도 보니네영.... 군산이라면 조금있으념 벗길이 아름다을텐데...남편 직장때문에 군산에서 1년 살았었기때문에.... 군산대학교 미술대학교 앞에서 살았었지요.
젬마회장님의글솜씨가대단하시네요 한편의 수필집을읽는듯 푹빠져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