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교육을 다녀와서
해마다 가을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그런데 막상 떠나려고 작정하면 어디를 가야할지 망막해진다. 나이가 무작정 떠나고 보는 무모함도 줄어들고 간절함도 무뎌지는 것 같다. 결국 친구가 있고 휴식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수교육에 참가한 것이다. 그전에도 본말사주지스님들을 위한 연수교육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시간과 주제를 개인이 선택 하도록하는 연수교육은 2010년부터다. 주지소임을 맡은 스님들 뿐만아니라 구족계를 받은 스님들이라면 1년에 1번은 반드시 연수교육을 받아야한다. 그래서 자유롭게 살아왔던 스님들은 연수교육을 구속이라고 생각하여 싫어하는 이들도 있는듯하다.
이번에 내가 참여한 연수교육은 법랍 25년이상의 스님들이 참여하는 최고지도자 과정이었다. 이 연수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날짜가 맞아서였지만 다른 이유로는 비슷한 시기에 출가한 도반들을 만나고 싶은 욕구와 평소에 만나고 싶은 강사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주의 기원부터 생명탄생을 거쳐 인드라망처럼 연결된 온생명사상을 이야기하는 장회익교수의 강의는 과학과 불교가 동행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고,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라는 주제를 풀어가는 홍세화선생의 강의에서는 우리의 생각이란 것이 조건 지어지고 실체가 없는 것이란 것을 인정하게 하는 명강의였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명답이 있을 뿐”이라는 김홍신작가는 법륜스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대발해라는 소설을 쓰고 앞으로 부처님일대기인 인간붓다라는 소설을 쓸 계획이라 한다. 강사님들의 강의를 들은 후 공양간에서 맛있는 공양을 하고, 도반들과 단풍으로 물든 산책로를 걷고, 오랜만에 만난 도반과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강의내용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번 연수교육을 받으며 연수교육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는 연수교육은 스님들의 소통의 창구이자 만남의 광장이 되었다. 예전에는 강원도반이나 선방도반 아니면 다른 스님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어려웠다. 그만큼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배움의 기회가 없었다. 연수교육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다양한 성향의 스님들을 만날 수 있다. 부처님이 열반경에서 “비구들이여, 비구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고, 자주 모이는 한, 비구들은 퇴보하는 일이 없고 오직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출가수행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그 자체만으로 불교의 희망이 느껴졌다.
둘째는 연수교육은 종단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재교육의 기회이자 평생교육의 기회이다. 주제를 사찰경영, 경전, 교양, 전법, 순례, 봉사등으로 다양화하여 스님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강의를 받는 대중의 집중력을 높이고 지속적인 참여를 가능케 한다.
셋째는 토론문화를 복원한 것이다. 토론은 듣는 불교가 아니라 말하는 불교로 소극적인 불교에서 적극적인 불교로 변화하게 한다. 토론은 소통의 시작이다. 이러한 소통은 개인적으로는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고 넓게는 승가의 화합에 크게 이바지 하게 될 것이다. 아쉬운 부분도 눈에 뛴다. 수행자들을 교육을 시켜야만 할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들이 경험한 다양한 체험을 토론으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더 했으면 한다. 스님들은 토론을 많이 해보지 않았으므로 토론을 할 때 효율적인 토론 방법을 먼저 제시하고 유도할 필요가 있다. 토론 주제를 미리 공지하여 사전에 생각하게 하고 토론할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종단의 제도개선문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불교적 태도, 다양한 불교사상의 혼재속에서 스님들이 느끼는 혼란을 토론주제로 주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것이다. 토론이 활발해 질 때 화합승가는 이루어진다. 설사 오랜 토론을 통해서도 결론을 못 내린다 해도 스님들이 각 사찰에 돌아가서 지속되는 삶의 화두가 되게 한다면 결론보다 더 큰 것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첫댓글 의미 있는 2박 3일 연수를 다녀오셨네요. 저도 우주의 기원부터 생명탄생을 거쳐 인드라망처럼 연결된 온생명사상을 이야기하는 장회익교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연수교육을 통해 스님의 발전적인 모든일들이 절에 다니는 우리신도들에게도 영향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우리사랑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가끔 법회에서 잠깐 나눈 화두로도 집으로 오는길에 숙제를 하나 안은듯 계속 되새기며 잘 살아가고 있는지 잘 판단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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