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나주 목사고을시장 사람들⑭참맛김치 김수미 사장
“기본에 충실한 김치, 팔고 남은 반찬 우리 자식들 먹입니다”
30년 김치 팔아온 남도김치의 명인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정성 다 해” 목사고을시장상인회 부회장 “상인들 각자 사장이지만 함께 어울려야 성공하죠”
흔히 재래시장이라고 불리는 오일장은 지방에서 열린 ‘향시(鄕市)’의 한 형태로 고려시대부터 점차 그 모습을 정비하기 시작해 조선시대에 들어와 전성기를 이루었다. 언제부터 오일장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전라도 지방에 기근이 심해 이를 극복하려고 ‘장문(場門)’이라는 향시가 열렸다는 신숙주(申叔舟)의 주장을 오일장의 시초로 본다면, 이는 대체로 15세기 중엽 이후가 된다. 목포대학교 고석규 교수에 따르면, 영산강이 흐르는 남도에서 최초로 장시(場市)가 섰다고 한다. 중종실록에 1470년(성종1년) 장문(場門)이라는 이름의 시포(市鋪)가 나주에서 처음 열렸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나주와 무안의 장시가 공식적으로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시장이었다는 것. 면면히 내려오던 오일장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공설시장이 생기면서 위축되기는 했으나, 오늘날까지 계속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렇다고 보면 지난 2012년 나주 오일장과 매일시장이 합쳐져 만들어진 목사고을시장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볼 때 우리나라 최초의 시장이라는 역사를 읽을 수 있다. 오랜 세월 남도의 물산과 경제, 서민들의 문화와 소통의 근거지였던 시장. 전남타임스와 나주목사고을시장 문화관광사업단(단장 조진상, 동신대 교수)이 공동기획으로, 서민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지역경제의 한 축을 맡아왔던 목사고을시장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김치맛은 원초적인 본능의 차이(?)
나주목사고을시장에 들어서면 특유의 냄새에 저절로 코가 벌름거려진다. 코가 뻥~ 뚫릴 듯 알싸한 홍어냄새, 바다의 싱싱함이 그대로 풍겨나는 수산물 냄새, 보글보글 맛있는 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맛있는 바지락칼국수 냄새, 그리고 멸치젓, 황석어젓, 새우젓, 잡젓이 골고루 버무려진 김치냄새...
그래선지 목사고을시장에 들어서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공기가 간절해진다. 나주목사고을시장의 가장 경쟁력 있는 품목 중의 하나로 김치가 손꼽히는 바로 그 이유일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쭈욱~ 늘어선 김치가게들, 배남주·남일수 부부와 딸 배현숙 씨가 운영하는 개돌이네 김치·반찬, 30년 남짓 김치를 버무려 온 남도김치의 달인 김수미 씨의 참맛김치, 김재환·박기란 부부가 2대째 이어오고 있는 남도명가김치, 그리고 김연숙 사장의 예쁜 손맛이 일품인 옥이네 명품김치.
마침 참맛김치 김수미 사장이 젊은 며느리와 함께 장을 보러 나온 단골손님을 맞아 김치맛 강연을 하고 있다. 귀를 쫑긋하고 듣고 있자니, 김치는 레시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초적인 본능에서 진정한 맛이 나온다는 다소 고차원적인 얘기가 오가고 있다.
“김치장사가 남는 장사여!”
나주시 금계동 옛 매일시장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2대째 장사를 해 온 김수미(54·나주시 송월동)사장. 처음에는 잡화슈퍼에 건어물, 야채상을 겸하다 우연히 이웃가게 할머니가 “새댁은 손맛이 좋으니까 김치장사를 해야 남는다”는 귀띔을 전해 듣고 시작한 김치가게가 레지나김치였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들 둘, 딸 둘 4남매를 키우며, 남편의 병수발까지 겸해야 했던 김수미 씨에게 김치는 곧 생계의 수단이자, 가족들을 이끌어가는 가업이었다.
당시에 김치장사가 남는 장사였던 이유는 나주시내에 마트가 들어서기 전이었고, 관광열풍이 불면서 놀러가는 사람들이 주문김치를 많이 애용하던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김수미 씨의 레지나김치가 유명해 질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보든, 안 보든 가장 맛 좋은 배추를 골라 기본에 충실한 양념을 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가끔은 고춧값 파동이니, 배추가 금추니, 마늘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느니 하는 물가변동에도 고추 한 근에 마늘 반 접, 젓갈 다섯 홉...같은 양념의 황금비율을 철저히 지킨 데 따른 효과였다.
“장사꾼들 심리가 그렇잖아요? 고춧값이 비싸면 조금 덜 넣고 비벼볼까, 마늘값이 비싸면 마늘 대신 다른 걸 넣어볼까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김치가 김치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이문에 연연하지 말고 제대로 된 김치를 팔자. 오직 그 생각만 했던 거죠.”
김수미 사장은 하루하루 팔고 남은 김치는 싸갖고 들어가 집에서 먹고, 지금은 따로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갖다 준다. 손님에게 팔 김치, 가족에게 먹일 김치 따로 만들기 않는다는 설명이다.
◇ 나주목사고을시장 참맛김치 김수미 사장이 버무린 김치맛의 비결은 기본을 지키는 것. 왼쪽부터 열무김치, 백김치, 배추김치
맛있는 김치는 마음에서 나와
김수미 씨의 김치맛은 마음에서도 나온다.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야 김치맛도 제 맛을 낸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아침에 출근할 때 마누라가 바가지를 긁으면 하루 종일 일이 잘 안 풀린다는 말이 맞더라고요.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언짢은 기분으로 집을 나서면 그 날 김치맛은 손님이 먼저 아는지 잘 안 팔려요. 그래서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을 갖고자 노력합니다.”
김치맛은 양념에서도 나오고, 손에서도 나오고, 긍정적이고 행복한 마음에서도 나온다는 김치명인의 선문답과도 같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김수미 사장의 표정은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쾌활하다. 당당한 자존심과 섬세한 손맛, 그리고 몸에 벤 친절이 바로 참맛김치의 영업비결이었던 것이다.
◇ 내 가족을 먼저 챙기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에게 팔고 난 김치를 가져다 자식들에게 먹인다는 김수미 사장. 처음과 끝이 같은 참맛김치의 비결이라고.
각자의 사장, 하지만 함께 일궈가는 시장
현재 목사고을시장상인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수미 사장의 지론은 ‘시장상인들이 함께 성공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7시 출근, 요즘은 새벽 5시부터 나와서 하루 종일 동분서주하는 시장일이지만, 시장이 있어서 먹고 살 터전이 되고 함께 일궈가야 할 공동체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느껴진다는 김수미 사장.
“옛날 매일시장 보다 시설도 좋아지고, 환경도 깨끗해졌지만 장옥이 너무 좁다보니까 상인들이 하고 싶은 사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우리 시장의 김치가 맛있는 데는 배추를 절이는 오랜 노하우에서 나오는데 김장철을 앞두고 절임배추를 만들어 팔 수 있는 물류창고가 있다면 시장이 훨씬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주시와 관계기관에 물류창고와 장옥확장을 요구해 왔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는 것에 김수미 사장은 과감하게 어필을 했다. 앞으로 혁신도시 고객들을 맞아들이기 위해서는 현재 시장만으로는 역부족이며, 주차장 확보와 장옥확장이 불가피 하다는 요구다.
목사고을시장을 전국 최고의 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나주시와 시장상인들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지난달 3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14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 최우수시장에 선정되는 쾌거를 안았다.
이에 대해 김수미 사장은 “박력 있는 추진력으로 상인회를 이끌어 온 안국현 회장님과 젊은 기획력을 가진 라두현 사무국장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그 공을 두 사람에게 돌렸다. 자신은 시장상인들의 내부결속과 화합을 다지는 일에 일조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수미 사장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장내 반찬가게들과 함께 결식아동 반찬배달사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초창기 때는 도시락 하나당 500원 이익 보도 도시락 배달사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 지역 아동들에게 양질의 밑반찬을 먹인다는 신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그때 당시 결식아동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애로사항과 희망사항을 꼼꼼히 전해 듣던 나주시 사회복지사 김귀실 씨가 결식아동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제공하게 된 마중물이 됐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김수미 사장은 “시내 일반상가는 사장이 자기 사업만 생각하면 되지만 시장은 여러 업체가 함께 상생을 해야 성공을 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서로 협력을 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제언한다. 점심시간, 이웃 상인들과 어울려 밥 한 덩이 나눠먹는 것으로 하루의 고단함을 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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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주라는 세상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호호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