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의 글에 욕설을 많이 하신다. 내 글을 읽기 싫으시면 안 읽으시면 될 텐데, 다 읽으시곤 욕을 하신다. 세상에는 별별 인간이 많은데, 나 또한 그 중 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획일적인 인간만 있다면 세상은 무미건조한 세상이 될 뿐이다. 한 가지 음식만 먹으면 싫어지듯 다양한 사람이 어울리면 세상은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앞으로 이 글을 읽으시고 욕을 하시려면 차라리 읽지 마시길 부탁한다. 나는 내 글이 삭제되고 욕을 먹는다 해도 계속 쓸 것이다. 왜냐하면 내 글 같지 않은 글도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ㅡ 나는 버스에 오르려다 그녀의 말을 듣고 얼어붙고 말았다. 돌아갈 시간, 돌아가야 할 시간에 무슨 뜬금없이 버스를 타지 않으려고 한단 말인지, 의아했다. 모텔에서는 반말을 했지만, 존칭으로 물었다. "왜요? 왜, 버스에 타기 싫으세요?" 그녀는 내게 애원하는 듯이 울상을 지으며 버스를 타지 않으려고 떼쓰는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손잡이를 놓고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그래요?" "저…… 조금 더 있다 택시로 올라가요. 택시비는 제가 낼게요." 택시비를 내는 것이야 누가 내든 상관은 없지만, 버스로 올라가면 더 좋을 텐데 그녀는 타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의 표정으로 보아 내가 버스를 탄다 해도 타지 않으려는 결의가 엿보였다. 나는 그녀에게 기다리라고 말하고 버스에 올라 안내로 따라온 낯익은 녀석에게 말했다. 우린 일이 있어 다른 차로 갈 테니 먼저 올라가라고 말했다. 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간교하게 보이는 녀석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이 흘렀다. 나는 선반 위에 올려진 토트백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저만큼 서서 나를 기다리는 그녀에게 다가가자 버스 안에서 야유와 같은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익~ 휘익~" 돌아보지 않았다. 알지 못하는 녀석들, 다시 보지 못할 녀석들은 내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부럽다면 너희도 내리면 될 것이란 조소를 그들에게 보냈다. 그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멀리 떨어져 가로수 밑에서 비를 피하며 버스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내가 자기의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해 고마웠던지 내내 나의 팔을 늘어지게 붙잡고 있었다. 토트백을 어깨에 메고 우산을 든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두팔로 안았다. 인적이 별로 없어 그녀는 내게 밀착되어 안기며 특유의 조용한 미소로 치켜봤다. "이젠 어떡할 거야?" "참! 우습죠? 나도 같은 부류지만, 그들이 너무 불결해 보이는 거 있죠?" 나는 대답 않고 싱거운 웃음을 웃기만 했다. "불결하다? 불결하다?" 나는 입속으로 그말을 수없이 되뇌었다. 맞는 말이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우리 관계를 안다면 불륜이며 불결해 보일 것이다. 그녀는 자기도 불결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불결한 사람들과 동행이 싫다는 뜻의 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의 '불결'이란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이제까지 묻지마 관광을 수 차 다녔지만, 불결하게 느낀 적은 없었다. 비록, 아내와 남의 눈을 피해 숨어서 불륜을 저지르지만, 불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누가 뭐래도 간통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법의 잣대로 간통죄라는 것이 있으므로 남녀의 사랑이 죄악시 되었고 불결하게 보이는 것이지 인간의 원초적인 자세로 돌아가면 절대 불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생각으로 자기만족을 하려는지 몰라도, 나는 절대 불결하게 생각지 않았다. 모든 여인은 나에게 사랑의 대상이었다. 모든 여인이 사랑스러웠으며 특히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갖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런 본능 속에 있는 원죄로 인한 내 욕망은 이렇게 묻지마 관광을 오게 된 동기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숱한 여인을 만나며 느낀 사랑의 감흥은 모두 달랐다. 새로운 여인은 내가 이제까지 경험한 다른 여인과 똑같은 사랑을 주지 않았다. 똑같은 몸이 없었고, 똑같은 사랑의 방법도 없었다. 누가 본다면 성애도착 증세처럼 보일는지 몰라도 새로운 여인이 주는 환락은 점점 새로운 여인을 찾게 됐다. 오늘 이 여인이 아니고 다른 날, 다른 여인이었다면 벌써 버스에 올라 상경하고 있었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두 번의 사랑을 하며 느낀 쾌감의 극치를 맛보고 나니 이대로 헤어진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한편, 지금 이 시간은 모든 차가 고속도로에서 정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시간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는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이젠 어떡할 거냐고 물었잖아?" 그녀는 가벼운 입맞춤을 한 뒤 손가락으로 입술에 묻었을 립스틱을 지우는 시늉을 한 뒤 허리에 두른 나의 팔을 풀더니 식당으로 끌어당겼다. "일단, 배고프니 저녁부터 먹자구요!" 그녀는 회는 많이 먹었으니' 전복죽'이 어떻겠느냐며 물었다. 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화면에서는 오늘 낮 우중의 '노통'에 대한 추모제의 모습이 방송되고 있었다. 우의를 입고 앞자리에 앉은 보기 싫은 인간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언제부터 저 노란색을 즐겨 쓰는 사람들이 보기 싫어졌다. 지금 이 순간 저 사람들의 몰골을 보노라니 또 다시 울분이 치솟는다. 나는 저들을 볼 때마다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켰던 내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것 같은 울분이 솟는다. 저런 자들을 볼 때마다, 북한에 대해 호의적이며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자들이 버젓이 사회 지도층으로 있는 이 나라가 싫어진다. 촛불 켜기를 좋아하는 자들, 46명의 젊은이들을 죽였는데도 촛불을 켜지 않는 자들 ㅡ 토트백 안의 술을 꺼냈다. 물컵에 가득 부어 울분과 함께 들이켰다. 이미 나의 머릿속에는 식당에서 주문하여야 한다는 염치 따위를 계산할 이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 '노통' 당신이 떠난 지 벌써 1년이 됐군. 그곳은 아픔도 슬픔도 없다지? 왜 그렇게 무모하게 떠났는지 정말 그대를 알 수 없어요." 나는 화면을 보지 않고 그와의 짧은 인연을 회상했다. 누구나 한 번은 가야할 머나먼 길을 서둘러 떠난 그가 야속했다. 범인(凡人)으로 돌아왔을 때 한 번 만나려고 했지만, 내 생활이 여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전직 대통령을 만난다는 것이, 절차가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오늘 살아있기 때문에 이렇게 예쁜 여인하고 사랑도 나누는 즐거움도 맛보는데, 최고 권력을 맛 본 그는 비참하게 떠나고 없다. 아까운 사람이었다. 그는 절대 여당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야당만 했다면 죽지 않아도 됐고, 세인들에게 유명인사로 존경을 한 몸에 받았을 것이다. 나는 그를 잘 안다. 그는 야당체질이지 여당체질은 아니었다. 삼당합당이란 핑계로 여당을 따르지 않았기에 대통령은 될 수 있었는지 몰라도 그는 내 주관에 의한다면 이상주의자지 현실주의자는 아니었다. "웬 술을 그렇게 많이 드세요?" 그녀는 벌써 몇 잔째 물컵에 술을 부어 마시는 나를 걱정스런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녀에게 '노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노통'에 대한 내 견해에 자칫 반감을 가지게 할 필요는 없었다. 작은 묘비 하나 세워달라는 고인의 뜻은 어디로 가고 돈깨나 들인 거대한 묘지가 만들어진 것은 정치적이라고 보는 내 생각은 너무 경직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두 수저 남은 그녀에게 어서 식사를 마치기를 종용하고 비오는 거리로 나왔다. 그녀가 계산하기 전, 내가 전 먼저 계산을 마치려고 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텔레비전 화면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잡념없이 그녀와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정말 끈질기게 비가 내린다. 급하게 따라오는 듯한 그녀의 구두 소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성질도 급하셔, 뭐가 그리 바쁘시냐구요?" 우산을 씌워주며 그녀는 앙탈을 부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됐을까. 작은 우산이라 그녀가 젖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바짝 끌어안았다. 나를 위해 내게로 우산을 더 씌운 그녀의 어깨로 빗물이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던지 오늘만큼은 하룻밤을 새는 외박 이외는 다 들어주겠노라고 다짐했다.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면 냉철해야 한다는 내 의지는 이 여인으로 말미암아 또 무너져 버렸다. 아직 그녀와 몇 시간은 더 보내도 귀가가 늦지 않으리란 내 계산도 작용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는데, 광활한 우주를 몇 번 왕복한 인연이란 사실은 다시 못 볼 여인에게 연민이 되어 내 의지를 허물고 있었다. "언제 출발할 거야?" 빗물에 젖은 듯한 그녀의 이마를 덮은 머릿결을 한쪽으로 쓸며 물었다. 상가에서 비치는 불빛에 그녀의 눈동자가 함초롬히 젖은 채 나를 치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만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절대 말을 빨리 뱉지 않았듯이, 또 다시 말하기를 뜸들이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빨리 하게 하기 위해 먼저 말했다. "10시에 출발하면 고속도로가 밀리지 않을 것 같은데……."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가 말했다. "그럼, 우리 모텔에 있다 10시에 출발하기로 해요." 그녀는 내 말이 끝나자 환호를 지르는 아이처럼 깡총 뛰며 말했다. "알았어. 여기서 잠시 기다려." 나는 그녀를 기다리게 하고 구멍가게를 들어가 맥주를 샀다. 토트백이 있으니 넣어 갈 수 있어 굳이 카운터에 시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내 계산이었다. 녀석이 늦게라도 온다면 옷을 벗지 못하고 아까처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식당에서 물컵으로 한 잔 마신 술기 때문인지 두려움 없이 내 팔짱을 끼고 모텔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는 낮과는 달리 카운터에서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 팔을 뿌리치고 작은 창으로 허리를 구부린 채 계산을 먼저했다. 낮과 밤의 차이일까, 아니면 한번 사랑을 나눈 사이이기에 좁혀진 거리 때문일까? 아니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기브 앤 테이크'가 완벽하게 적용되는 이 묻지마 관광 여행의 특성 때문일까? 그녀의 거침없는 행동은 방안에 들어와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탁자에 토트백을 내려놓고 재킷을 옷걸이에 걸고 돌아서자 침대로 나를 밀었다. 옷도 벗지 않은 나는 그녀의 약한 힘에 밀려 침대 위로 쓰러졌다. 밝던 방안의 조명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묻혀 어둠으로 덮여왔다. 그녀의 길고 긴 혀가 내 입술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자기가 입고 있던 재킷을 열고 있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그녀를 밀치지 않았다. 술을 마신다던지, 이야기를 나눈다던지, 그녀와의 시간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녀의 입술이 주는 단내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내 의지는 또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 있던 '노통'에 대한 조금 전 우울한 기억이 사라지고 있을 무렵, 그녀가 입술을 떼고 말했다. "셔츠와 브라 좀 벗겨줘요." ㅡ 계속 ㅡ
출처: 5060들의 손에 손잡고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만 도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