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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문학상 심사결과, 소설 '검은 모래'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공모결과 시 부문에는 현택훈 시인(제주시)의 '곤을동', 소설부문에는 구소은 작가(경기도)의 '검은 모래'가 당선작으로 최종 결정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조명철)는 지난 15일 본심사를 거쳐 시와 소설 2개 장르에 각각 당선작이 선정됐다고 20일 밝혔ㄷ.
곤을동 현택훈 예부터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지 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서 곤을동 안드렁물 용천수는 말 없이 흐르는데 사람들은 모두 별도천 따라 흘러가 버렸네 별도봉 아래 산과 바다가 만나 모여 살던 사람들 원담에 붉은 핏물 그득한 그날 이후 이제 슬픈 옛날이 되었네 말방이집 있던 자리에는 말발자국 보일 것도 같은데 억새밭 흔드는 바람소리만 세월 속을 흘러 들려오네 귀기울이면 들릴 것만 같은 소리 원담 너머 테우에서 멜 후리는 소리 어허어야 뒤야로다 풀숲을 헤치면서 아이들 뛰어나올 것만 같은데 산 속에 숨었다가 돌아오지 못하는지 허물어진 돌담을 다시 쌓으면 돌아올까 송악은 여전히 푸르게 당집이 있던 곳으로 손을 뻗는데 목마른 계절은 바뀔 줄 모르고 이제 그 물마저 마르려고 하네 저녁밥 안칠 한 바가지 물은 어디에 까마귀만 후렴 없는 선소리를 메기고 날아가네 늘 물이 고여 있는 땅이라서 곤을동 예부터 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지 |
제주4.3평화문학상은 4.3의 아픈 상처를 문학작품으로 승화함과 아울러 평화와 인권.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도민화합과 제주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 위해 지난해 3월 제정돼 이번에 첫 당선작을 배출하게 됐다.
이번 공모에서는 시 667편, 소설 50편이 각각 접수됐다.
시 당선작 '곤을동'은 역사적인 소재를 시화하는데 있어서 소재주의에 매몰되지 않은 점과 시적 정서에 걸맞는 가락이 애잔하게 살아 있는 점, 주변의 일상의 언어로 시화하는 능력과 시의 확장성 측면에서 높게 평가됐다.
잃어버린 마을이기도 한 '곤을동'은 당선자의 고향 마을인 제주시 화북동에 속해 있어, 지금도 당선자가 자주 찾는 등 오랫동안 천착해온 곳이기도 하다.
소설 당선작 '검은 모래'는 재일한국인 또는 귀화한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자이니치에 대한 이야기로, 제주 우도 출신 출가해녀의 4대에 걸친 삶의 이야기이다.
당선자는 한 가족사에 얽힌 진실과 오해, 그리고 화해라는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그들의 신산한 삶을 소설 속에 녹여내고 있다.
당선자는 이 소설을 위해 일본 도쿄로부터 175km 떨어진 태평양 상의 작은 섬인 미야케지마(三宅島)를 직접 찾아 조사를 벌일 정도로 많은 발품을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문학상 본심사는 시 부문은 신경림.김수열.김준태.백무산.이시영 시인등 5명이, 소설 부문에는 현기영.윤정모 소설가, 김병택, 임헌영, 최원식 평론가 등 5명이 맡았다.
시상식은 제65주기 4.3희생자위령제에 앞서 오는 29일 오후 2시 제주도청 탐라홀(4층 대강당)에서 마련된다. <헤드라인제주>
<신동원 기자 / 저작권자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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