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읽는 기쁨] <7> 제1편 제3장 육자진언의 공덕 ①
만다라회 기획, 박희택 집필
「실행론」 제1편 다라니편의 제3장은 ‘육자진언의 공덕’에 관한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이다. 모두 7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4절은 ‘육자진언의 공덕’으로 제목이 동일하다. 이런 사례는 실행론에서 산견(散見)된다. 예컨대 제2편 제5장 제3-6절의 제목도 동일하게 ‘법보화 삼신’이다. 각 절의 내용은 다르지만, 그 대의는 같기에 동일한 제목을 붙인 것이다.
제3장 제1절은 육자진언과 비로자나부처님의 관계를, 제2절은 육자진언과 육바라밀의 배대(配對)를, 제3절은 육자진언 염송의 번차별(番次別) 공덕을, 제4절은 육자진언 염송의 금강지성(金剛智性) 발현을 말씀하고 있다. 이러한 대종사의 자증교설은 개념(槪念)이 아닌 직관(直觀)에 따른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스피노자의 용어로는 직관지(直觀知, scientia intuitiva)이며, 이 제3종의 인식은 제1종의 인식인 표상(imaginatio)이나 제2종의 인식인 이성(rationabilitas)을 넘어선다(「에티카」 제2부 정리40의 주해2). 개념은 이성에서 나오고 이론으로 연결되나, 직관은 체득에서 나오고 자증으로 연결된다.
제1절의 “육자진언 염송(念誦)하면, 비로자나부처님이 항상 비밀한 가운데 모든 법을 설하여서, 무량하고 미묘한 뜻 자증하게 함이니라(실행론 1-3-1)”는 말씀은, 육자진언과 법신불 비로자나부처님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무량하고 미묘한 뜻을 자증하게 하는 비로자나부처님의 비밀설법을 듣게 하는 것이 육자진언 염송이라는 것이다.
법신불께오서는 진리본체(眞理本體)로서 법계에서 중생들을 위하여 항상 설법하고 계시는데, 중생들은 본심을 잃고 살기에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안타까운 형국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본심진언인 육자진언 ‘옴마니반메훔’을 염송하면 본심을 찾게 되고, 끝내 비로자나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법문을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대종사의 안목은 「대승장엄보왕경」과 「천수경」 등에서 육자진언을 관세음보살의 본심진언으로 국한한 것을, 진리본체 비로자나부처님의 본심진언으로 법계적 확장을 하고 있다. 새로운 지평이다. 논리적으로도 법계 항상 설법의 주체인 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의 진언으로 하여야 타당하다. 비밀설법의 법문을 보여주는 주체는 법신불이지 관세음보살은 아니다. 관세음보살은 대중의 고통의 소리를 이근원통(耳根圓通, 수능엄경 제6권)으로 듣고 구제의 손길을 자비로이 내미는 주체이다(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 이를테면 만해의 <알 수 없어요>에 나오는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과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법문을 보여주는 주체는 법신불이다. 회당대종사와 진각종은 이 점에 착안하여 교상적(敎相的)으로 전통적 육자진언관을 넘어서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다.
제2절의 “‘옴’은 단시, ‘마’는 지계, ‘니’는 인욕, ‘반’은 정진, ‘메’는 선정, ‘훔’은 지혜. 이 육행을 관행(觀行)하면 생로병사 받지 않고, 잊지 말고 외우면 천재만액(天災萬厄) 소멸된다(실행론 1-3-2)”는 말씀은, 생로병사를 받지 않는 육바라밀 관행법과 천재만액을 소멸하는 육자진언 염송법을 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안목은 용성선사의 「육자영감대명왕경」에도 나오지 않는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이다. 선사께서는 육도(六道)와 육자진언을 배대한 바 있지만, 육자진언과 육바라밀을 배대하지는 않으셨다.
대종사께서는 워낙에 육바라밀을 강조하시어 ‘육행불공(실행론 3-6)’이라 하셨으니, 육자진언과 육바라밀을 연계한 직관으로 수행법을 펼치신 것이다. 제3편 수행편의 다음 말씀도 여기서 미리 독송해본다. “[문] ‘옴마니반메훔’을 염송하는 뜻은 무엇입니까? [답] 육행을 실천하여 심인을 밝히기 위한 마음훈련입니다(실행론 3-6-2).” 제1편 제3장 제6절에서도 육자진언을 육바라밀의 암호(password)와 같다고 연관되어 설해지고 있다.
“본심진언은 육바라밀의 암호와 같다. (…) 육자대명왕진언을 외우면, 망심이 없어지고 뿌리인 자성부처[本來相]가 드러나, 지혜가 나고 넉넉해진다. 보이지 않는 법신은 진언을 듣고 있으니, 잊지 말고 계속하여 염송하면, 자연히 희사·정계·하심·용맹·지혜를 행하게 된다(실행론 1-3-6).”
육자진언을 육바라밀이 행해지게 하는 패스워드로 보신 점, 육자진언 염송으로 망심을 여의고 본심(자성부처)을 밝혀서 지혜와 안락(넉넉해짐)을 누리게 된다는 점, 육자진언 염송(선정)은 나머지 오바라밀을 자연히 행하게 한다는 점 등을 설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