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0
미 서부여행을 계획하면서 새롭게 눈에 들어 온 이름들이다.
익숙한 이름들이 아니었기에 궁금하면서도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유타(Utah) 주에 속한 두 협곡은 그 형상에서 매우 대조적이다.
Zion이 건장한 남성의 어깨 풍채라면
Bryce는 수줍은 색시의 섬섬옥수이다.
Zion National Park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하여 애리조나의 요새미티 국립공원을 둘러본 후
유타의 막막한 광야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들이대는 얼굴이다.
버스 앞자리에 앉아 협곡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어떤 강렬한 힘에 의해 골짜기 안으로 빨려드는 느낌이다.
좁은 협곡을 부채처럼 두른 웅장한 암벽의 자태가 드러나고
수많은 거대 암벽들의 장엄한 사열을 받는다.
그들에게 답례하기 위해서는
하늘 향해 고개를 잔뜩 꺾어
두 누을 희번득이지 않으면 안 된다.
Zion은 유대교의 성지 시온이다.
19세기 몰몬교 선교사들이 이곳의 웅장함에 반해 자리를 잡고
시온이라 이름 붙였다.
시온은 '안식처'라는 뜻이다.
그들에게는 이곳이 영원한 안식처로 보였던 것이다.
Zion은 한 마디로 웅장하고 위엄이 서린 협곡이다.
하늘을 가릴 듯 치솟은 거대한 암벽들이
오직 그들만의 세계를 보호해 주려 암벽 성곽을 두른 듯하다.
이처럼 거대한 암벽들의 웅장함과 장엄함은
미국과 중국 대륙이 아니면 감상하기 어려운 풍광이다.
중국의 녹음 풍성한 초록의 풍광과는 질감이 다르지만
노랗고 붉은 매마른 풍광이 주는 절대적 위압감은
미국의 캐년이 훨씬 더 한 듯하다.
Bryce Canyon National Park
자이온의 웅장함을 지나 세시간 남칫만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세계
수많은 손들이 지하에서 들어올려져
찬상을 향해 울부짓듯 흔들고 있는 형상이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그 안에 펼친 붉은 황토암석의 군무는
셀 수 없는 삶의 고통의 편린들이 각각의 모양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토해내고자 애쓰는 모습이다.
유타가 품은 이 보물 같은 주황색 암석의 세계는
미 남서부 광활한 대지가 품은 독특한 지형으로서의
후두(Hoodoo)의 보고이다.
무른 지층 위에 단단한 암석이 세워지고
비와 바람의 지칠 줄 모르는 풍화는 낮은 지형의 바위를 먼저 약화시켜
아래는 얇고 위는 넓은 독특한 암석 기둥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후두이다.
브라이스캐년은 이 후두의 가장 전형적인 지형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후두지형이다.
후두를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서는
암석기둥들의 숲으로 들어가 우람하게 거꾸로 선 바위들을 바라보며
그 아슬아슬한 위압을 느껴보거나
새벽녁 전망대에 올라
일출에 점점 물드는
주황의 황홀한 변색을 즐기거나
일몰 즈음 역시 점점이 그림자 속에 잠기는 모습을
관상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