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눈을 뜬다.
마추픽추에 오르는 날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가?
5시30분부터 마추픽추행 버스정류장에 길게 줄을 선다.
서두르지 않으면 나중엔 인파에 밀려 차를 놓칠 수도 있단다.
아닌게 아니라 6시가 넘으니 2치선 도로가 관광객들로 가득 메워진다.
6시15분에 출발한 버스는 7시에 마추픽추에 도착한다.
마을에서 마추픽추가 있는 산 정상까지는 30여분이면 충분했다.
간혹 배낭을 매고 걸어 올라가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른 아침 구불 구불 올라가는 길은
산허리에 피어 오르는 구름과 저 아래 흐르는 강물로 환몽적이다.
공중도시로 올라가는 길의 맞은 편 산구름과 우르밤바강
입구 정류장에 내리니 이미 많은 인파가
마추픽추의 좁은 출입구를 줄지어 통과하고 있다.
이른 아침 인산인해의 출입구
그러나 만만한 자존심의 마추픽추가 아니다.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주지 않는 것이다.
구름이 온통 시야를 가려 과연 오늘 마추픽추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천천히 공중도시를 전망할 수 있는 맞은편 산중턱에 올랐다.
꽃보다 청춘에서 젊은 음악인들이 올랐던........
잠시 후 일행은 이미 도시 유적 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또다른 코스인 와이나픽추(Huaynapicchu) 등반을 하고자 했다.
지진으로 무너져가는 마추픽추 대신전
아직 구름도 걷히지 않은 유적 사이를 별 감흥도 없이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었다.
돌 하나 하나를 모두 만져가며 가도 아쉬울것인데...
나도 어쩔 수 없이 안내인의 설명을 귀동냥하며 유적 사이를 지나갔다.
난 와이나픽추 입구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홀로 다시 길을 되돌려 마추픽추 정상으로 올라갔다.
돌벽 사이의 작은 수로
중간에 관리인들이 역진행이라고 두세번 제지했지만
나는 와이나픽추 입장권을 보여주며 그곳부터 갔기 때문에 거꾸로 올라가야 한다며
고집을 부려 결국 다시 마추픽추 맞은편 언덕 위에 섰다.
그랬다.
진정 아름다운 것은 천천히 장막이 걷히듯 나타난다는 것.
9시가 되면서 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꿈의 도시가 완전한 모습으로 그 몸체를 드러냈다.
완전하고 완벽하며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내 오랜 꿈의 한 컷
천천히 걸었다.
허물어진 돌담 사이로...
잘 다듬어진 성벽 사이 풀밭길로....
돌담벼락 사이 풀섶에 드러누워 하늘을 보기도 하였다.
아늑했다.
편안했다.
한참씩 돌담에 기대어 그들을 생각했디.
이 돌담을 쌓은 그들을,
어느날 감쪽 같이 사라져버린 그 위대한 잉카인들을.....
그들의 꿈 속에 나도 들어가 있었다.
수백미터 아래 흐르는 우루밤바강엔 황토빛 깊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여전히 숨 쉬는 잉카의 영혼들
오후 2시, 다시 오얀따이땀보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버스로 갈아타고 쿠스코에 돌아오니 저녁 7시다.
꾸이라는 큰 쥐형상의 동물을 구워
페루 특별음식으로 서비스하는데
그 모양이 모두에게 익숙치 않았다.
호텔에서 잠을 자려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빠
리셉션에 내려가 산소호흡기로
산소호흡을 했다.(Cusco Royal Inka Hotel)
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