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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캠핑카를 표현하는 대표적 단어 중의 하나인 캐러밴(Caravan)으로부터 캠핑카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다.
대상(隊商) 또는 순례단이라는 뜻의 캐러밴은
본래 페르시아의 카르반(Krvn), 또는 카이라완(Qairawn), 카이루완(Qairuwn)에서 나온 말로
통상(通商)이나 성지순례(聖地巡禮), 또는 이 두 가지 목적을 겸하여 무리지어 여행하는 상인을 일컫는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막이나 위험한 지역을 통과하려면 여럿이 무리를 지어야 했고,
자동차가 없던 시절인 만큼 멀고 험한 여행을 무사히 마치려면 많은 짐을 나를 수 있는 동물이 필요했다.
튼튼한 낙타에 짐을 나누어 싣고 그 위에 걸터앉아 사막을 건너던
대상들의 행렬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자동차에 짐을 싣고 캠프장으로 향하는 캠퍼들의 모습으로 진화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낙타가 자동차로 변하고,
비를 피하는 수준이었던 수레와 천막은
어떠한 악천후에도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의 첨단 소재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실크로드를 건너던 기원전 2세기 3세기의 대상에서 유래를 찾았다면,
보다 현대적인 형태는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48년 미국 서해안 지역이주들의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얻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었고,
본격적으로 서부지역을 향한 동부 사람들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거친 황야를 개척하며 생활 터전을 만들어야했던 이들에게는
이동과 숙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했다.
우리가 흔히 역마차라고 부르는 ‘척 왜건(chuck wagon)’은
현대 캠핑카와 마찬가지로 내부에 침식과 식당을 모두 갖추고 있다.
흰색 포장으로 마감하여 서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이 역마차야 말로 캠핑카 근대화의 시작인 셈이다.
이후 얼마지 않아 현대적인 의미의 캠핑카가 개발되었는데,
최초의 현대식 트레일러에 대한 학설은 책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 가운데 모빌 홈 전문가인 앨렌 윌리(Allen Wallis) 박사는
저서를 통해 1919년에 항공 산업의 선구자인 글렌 커티스(Glenn Curtiss)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에어로카(Aerocar)를 최초의 모빌 홈으로 꼽았다.
미국의 항공기 제작자이자 비행가인 글렌 커티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공장을 확장하여
미국은 물론 영국 ·러시아 등에 군용기를 공급하였으며,
전쟁이 끝난 후는 유선형 자동차의 설계를 하기도 하였다.
에어로카 역시 이즈음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움직이라는 집’이라는 의미로 ‘모빌 홈’이라 불리는 캠핑카는
미국에서 최초로 개발된 이후 캠프용과 임시 노동자의 숙소용으로 동시에 쓰였다.
보다 본격적으로 레저로 확대된 것은
일반적으로 오토캠핑의 부흥기로 꼽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라고 할 수 있다.
전쟁과 함께 발달한 자동차 산업과 군수물자의 운반으로
말끔하게 정비된 도로망은 자동차 여행의 새로운 시작을 열었다.